티베트 린포체의 세상을 보는 지혜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지음, 이현 옮김 / 문학의숲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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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사랑을 갈구한다면 불교는 자비와 자혜를 모토로 삼는다.나는 기독교도 불교인도 아니지만 심정적으로는 불교에 가깝다.사찰이 산과 계곡을 끼고 터를 잡아서인지 청량한 공기와 청정한 분위기,그리고 은은하게 울리는 풍경소리와 목탁소리는 오욕칠정의 늪에 빠져 있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자비를 베푸는 정신이 깃들이 있기에 한결 마음이 개운해지고 맑아져 온다.

 

 

 

 

인간의 마음은 수천 수만 갈래이고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쉽게 변하기도 하고 단단한 무쇠마냥 고질적이기도 하다.이러한 마음이 모두가 세상을 밝고 환하게 비춰주는 등불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실상은 온갖 이기심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현실이다.마음을 다스리고 세상을 밝게 비춰주기 위해 이번 글에서는 자비와 공감과 같은 긍정적인 마음을 확대하기 위한 방법들을 다양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네팔에서 태어난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는 달라이 라마의 뒤를 이을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로 부상하고 있다.어린 시절 공황장애와 같은 극심한 불안증에 시달렸지만 아버지가 권하는 명상수행 즉 안거수행 6여년간을 거쳐 지도법사로 거듭나고 있다.또한 이 도서가 현대 과학요소가 담겨 있는 임상 심리학과 많은 연관이 있고 마음생명협회의 모임을 통한 누적된 경험과 지혜를 담아 놓고 있기에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고대 언어들을 조합해 놓은 만트라를 암송하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그것에서 깨닫는 바가 컸다는 린포체는 고통과 번뇌를 이론적인 이해만으로 극복하려는 것은 역부족이기에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실천을 통해 이론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고,불교명상은 자신의 본성을 서서히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불교명상을 통해 마음 속의 괴로움,무지,집착이 사라져 가기를 바래본다.

 

 

 

 

생각은 마음의 자연스러운 활동이다.

 

명상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 아니다.

 

명상은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마음을 휴식하는 과정일 뿐이다.

 

명상은 생각,감정,기분이 일면 그것을 자연스럽게 자각하고 그것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 - 본문 -

 

 

 

 

마음은 강물과 같아서 쉼없이 흘러 가고 움직이기에 멈출 수가 없다.생각의 본성과 근원을 제대로 이해하고 어떻게 생각을 이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고,특정한 순간에 경험하게 된 모든 것에 순수하게 집중하는 것이 명상의 본질이라고 한다.

 

 

 

 

안거수행과 마음생명협회를 통해 불교 가르침의 목적과 명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란포체는 들려주고 있다.우주가 이 순간 존재하고 인간의 존재 안에 내재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기 위해서는 때로는 마음을 쉬게 해야 하는데 자연스러운 자각 상태에서 마음을 휴식하는 것이 깨닫는 바가 크다고 한다.란포체의 세상을 보는 지혜는 우선 마음의 본성과 불필요한 마음의 찌거기들을 제거하기 위해 침잠된 마음자세와 모든 것을 비우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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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법 - 엔도 슈사쿠의 행복론
엔도 슈사쿠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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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모를 때가 참 많다.나이가 들어도 허영심과 욕망으로 몸과 마음이 시달릴 때가 많다.'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말이 있건만 남들이 하는 것은 나도 하고 싶고,남들이 갖은 것은 나도 갖고 싶은 소유욕이 있다.자신의 분수와 능력을 망각한 채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지나간 시간과 세월을 되돌아 보면서 반성과 성찰을 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제대로 된 삶인지를 겸허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어본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자신이 자신을 가장 잘 알것으로 생각하지만 우리 마음 속에는 객관적이고 냉철한 잣대보다는 값싼 자존심과 허영,자격지심,오만과 실기,질투,탐욕으로 내재되어 있기에 이러한 잘못된 정념과 관념을 줄여나가는 연습을 평소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없어도 있는 척,몰라도 아는 척,못났어도 잘난 척 하는 의식도 문제이다.세상에 나에게 빛을 보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은 매우 유한적이고 한시적인 존재라는 점을 생각하면,이 모든 것들이 짐이 되고 헛된 것으로 생각될 때가 있다.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고 죽어서 이름을 남길 수 있을가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태어날 때는 어머니 뱃속에서 홀로 태어났지만 살아가면서는 나 아닌 다수의 사람들과 관계형성을 맺으면서 희노애락을 함께 해야 할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학창시절,사회생활,가정생활,노년기 등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져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고 있는 것이 인간이 가야 할 길이고 환경이다.

 

십인십색이라는 말이 생각이 난다.누구나 개성과 체질,장점이 하나씩 있다.자신의 고유한 특성,영역이 무엇인지를 조기에 찾고 이를 갈고 닦으면서 한 분야에서 커다란 성취를 이루며 개인의 명예,사회에 대한 영향,가족의 행복을 골고루 배합해 가는 마음쓰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그러한 과정에서 투명하고 알찬 자신의 내면 가꾸기를 통해 인품과 품격이 높아지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자존감과 자부심도 제고되리라 생각한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와도 같다.

만약 당신이 경쟁 상대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면

인생을 단거리 경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 본문 -

 

한국 사회는 말할 나위도 없지만,지나친 경쟁과 일등주의,극성맞은 교육열과 커리어 쌓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모두가 단시간 내에 투자한 만큼 뭔가를 뽑아내야 하고 초조하고 분주하게 뭔가를 하고 있지만 실상 얻어지는 것은 그다지 의미와 가치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본다.일상을 꾸려 나가고 자신의 계발을 위해 (쉬지 않고)느리면서도 꾸준한 장거리 마라톤과 같이 일상을 계획하고 하나씩 이뤄나가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거 같다.

 

일본의 소설가인 엔도 슈사쿠의 《나를 사랑하는 법》은 나 자신의 내면을 거울 속에 비추어 나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발견하여 갈고 닦으면서 이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조명해 나가는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특히 겉치레와 허영심은 동전의 양면처럼 보일 수가 있는데 '자기 자신'에 대한 허세, 즉 자부심을 가져라는 대목은 새삼스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자기기만,탐욕을 초월하여 주위와 상생하는 법,건전하고 진보적인 미래 사회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은 내려 놓고 비우며 내 입장보다는 남의 입장과 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와 배려,진실된 사랑이 있어야 가정과 사회가 밝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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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111展 : 히말라야의 꿈 - 달라이 라마, 사진으로 만나다
김경상 외 49명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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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종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무종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다만,종교가 인간의 나약함과 영성적인 세계를 갈구함에 있어 자신에게 맞고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종교 하나쯤은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본다.그중에서도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 이끌려 절을 많이 찾았다.사월 초파일에도 연등행사,불공,49제 등으로 절을 많이 찾았다.절은 인적이 드문 산속에 자리잡고 있기에 청량한 자연의 내음과 경건하게 다가오는 불당 스님의 염불,매일이 수도로 이어지는 스님들의 사고팔고(四苦八苦)의 일상이 세속인들과 다르게 다가오고 그들의 믿음이 신실하고 무욕적이다는 관념이 짙다.

 

'바다와 같은 지혜를 가진 스승'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달라이 라마는 평화와 자비의 상징으로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중국의 티베트 통치에 반대하여 인도로 망명,인도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수립한(1959년) 달라이 라마는 삶의 핵심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대승불교와 밀교에 터전을 두고 발전을 거듭해 온 티베트 불교는 신비 그 자체이다.7세기부터 전개되어 온 독특한 형태의 불교로 만주,몽골,네팔 등지에 전파되어 왔는데,티베트 승려들은 불(佛).법(法).승(僧)의 화신으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이들은 종교적 특권뿐만 아니라 세속적 권력까지 갖고 있다.달라이 라마는 현재 전세계를 순회하면서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으며,세계평화와 화해,그리고 자비라는 화두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김경상 사진기자는 어렵게 달라이 라마를 카메라 렌즈에 담는 것을 시작으로 인도 다람살라 남갈사원,티베트 난민 정착촌,서장자치지구 포탈라궁,죠캉사원,타쉬룬포사원,백거사,에베레스트 가는 길,중국 사천성 장족 마을,사원 야딩풍경구,차마고도,조장 등을 111편의 사진으로 독자들을 티베트로 안내하고 있다.

 

세속의 때가 묻지 않고 문명의 이기가 아직은 덜 침투되어 있는 티베트의 종교적 색채와 유려한 자연풍광 앞에서는 저절로 탄성과 경이로움이 터져 나온다.또한 티베트의 불교와 풍광,문물,자연의 모습 등을 시세계로 안내해 주는 시 한 편 한 편도 인간의 궁극적 삶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를 명상과 치유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바람의 길

 

억만 겹의 흔적이 바람이 되어 바람으로 흘러가는

차곡차곡 적층되어 묻혀 있는

영혼의 숨소리를 깨우며

숨소리도 줄이고 생명을 털어내는 길이며

대초원의 투명하고 광활한 산하에서

영혼이 뛰놀다

돌바람으로 휙휙 한순간에 흘러가는 길이다. - 바람의 길,시인 조성범 -

 

인상적인 것은 티베트는 나무가 없고 땅파기가 어려운데다 추운 곳이어서,사람이 죽으면 시신이 부패하지 않아 매장을 못하는 상황에서 친환경적인 종말처리법이 필요한데,조장(鳥葬)과 수장(水葬)을 행하고 있다.독수리와 물고기에게 자신의 몸을 주는 생애 최후의 공양이라는 점에서 티베트인들의 정신 세계를 엿볼 수가 있었다.

 

정치적인 문제로 티베트는 아직도 중국 중앙정부의 불씨로 남아 있다.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티베트의 불교정신은 이제 세계가 인식하고 주목하고 있다.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보여 주고 있는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에 대한 정치적 문제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티베트를 비롯한 히말라야,사천 주위의 풍광 또한 조물주가 빚어 놓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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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이야기
정효구 지음, 주명덕 사진 / 작가정신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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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있고 텃밭이 있는 초가집의 전원은 그 옛날의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어린 시절 초가집은 지붕을 엮은지 1년이 가까워지면 짙은 회색으로 변하고,장대비라도 내리게 되면 처마에서는 굼벵이들이 뚝뚝 떨어며 그 빗물은 토방 아래를 흘러 대문 쪽으로 뱀모양으로 기어 간다.흙으로 된 마당은 아무리 비가 와도 빗물에 휩쓸려 가지 않는다.비가 개고 맑게 개이면 반듯하게 원래의 속살을 보여 주는 정감어린 모양을 띤다.

 

 

내 어린 시절의 마당은 손님들도 북적거리는 잔치의 장이었다.짚으로 촘촘하고 튼튼하게 엮은 덕석 몇 장을 깔아 놓고,흰 광목으로 된 천막을 치게 되면 완벽한 잔치의 장이 된다 흥이 절로 나고 가무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기에 어린 눈으로 보는 마음과 몸도 절로 신명이 났다.또한 비가 오고 나면 언제 어느 틈에 싹을 틔웠는지 조그마한 잡초들이 뾰족뾰족 땅을 뚫고 질긴 생명력을 보여 주기도 했던 곳이 마당 언저리이다.

 

 

자연이 준 흙 내음을 맡으면서 자라던 어린 시절의 마당은 눈을 지그시 감아야 비로소 희미하게나마 떠오르게 된다.요즘과 같이 콘크리트로 포장된 단지의 땅,골목길,공원길 모두가 단단하고 멋대가리 없는 회색 물결로 충만되어 있다.반면 자연의 흙은 밟으면서 건강해지는 느낌이고 아무리 걸어도 발바닥이 아프지를 않는데,시멘트 바닥은 오래 걷게 되면 통증이 쉽게 오는 단점이 있다.

 

여름날 덕석을 깔고 옆에는 모기불을 켠 상태에서 밤하늘과 별과 달을 바라 보았던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덕석에 누워 꿈을 키우고 정담을 나누던 부모,형제와의 단란하고 다정했던 시절이 아스라하게 전해져 온다.

 

 

마당은 보면 볼수록 운치가 있고 정겹다.마당을 쓸고 친구들과 구슬치기,자치기를 하며 놀기도 하고,빨래를 널고 병아리가 모이를 찾아 뒤뚱뒤뚱 엄마 닭을 따라 다니는 모습도 정겹기만 하다.곡식을 널고 마당 위로 고추 잠자리가 하느적 날아 들기도 하고,사람의 기를 살려 주는 따뜻한 온기도 마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겨움이다.마당을 통해 학교를 가고 일을 하고 집으로 들어오는 공간이 마당이었던 것이다.

 

 

음양론의 사유체계에 따라 정효구 작가는 옛날에는 자주 보는 마당을 예스러움과 넉넉함,따뜻함과 정감을 안겨 주었던 한국 전통의 마당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과 기능을 해 주었던 고마운 존재이기에,이 글은 현대화에 쫓겨 잊혀져 가는 옛모습을 기억하고 되찾아 보자는 의미에서 각별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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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예쁜 것 -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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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인터넷 매체에서 박완서작가의 1주기 추모 대담 있었다.구술자는 박완서작가의 딸이고 수필가인 호원숙작가가 진행을 해주셨다.사회자의 질문 하나 하나에 어머니의 진면목을 진솔하게 전달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진한 추억이 밀려올 때에는 잠시 머뭇거리며 얼굴이 붉게 타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와 자식간의 진한 핏줄,애정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찡하기도 했다.

 

 

박완서작가가 세상에 빛을 발하지 아니한 몇 편의 단상들이 고인의 서랍에서 묶음으로 발견되면서 『세상에 예쁜 것』것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다.일제 강점기 유년 시절 성장과정과 서울로의 유학 생활 그리고 동족상잔의 상징인 한국전쟁이 작가에게 남긴 상흔들,1970년대 <여성동아>에서 '나목(裸木)'으로 등단하여 현재까지의 작가 생활의 이모 저모,1988년 남편과 아드님을 잃은 아내이고 어미로서의 휘청거리던 심경,작가로서의 본분,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정든 보문동 구옥을 떠나 전원생활에 묻혀 살던 시절 등이 꿈처럼 추억처럼 아련하고 싸하게 밀려 온다.

 

 

 

 

세상에 너무도 순진무구하고 평화스러운 예쁜 것들이 참으로 많다.길가에 함초롬하게 저만의 빛깔과 자태를 보여 주는 상사화(相思花)도 예쁘고,꼼지락거리는 갓난 아기의 발가스름한 발가락도 예쁘며,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 주는 마음씨도 아름답고 예쁘기만 하다.그 모두가 소유하는 물건마냥 가져갈 수는 없지만 사랑이라는 따뜻하고 고귀한 영혼은 죽어서도 사그라들지 않은 것들이리라.

 

 

 

 

박완서작가는 일제강점기 황해도 개풍군 박적골(지금은 박적동)에서 태어나셨다고 한다.집뒤는 산이고 앞은 저수지가 있는 호젓하고 평화로운 전원이었고,대쪽같은 할아버지 덕분에 창씨개명도 하지 않았다고 하며,작가의 자당께서 유별한 자식사랑과 교육열로 8살 때 서울로 유학을 왔다고 하는데,내성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작가는 급우들과 잘 어울리지를 못하고,고향 박적골이 그립고 가고 싶어 여름과 겨울방학만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그리고 한국전쟁이 터지던 해 서울대 국문과에 1달도 다니지 못한 채 학업을 중도 포기해야만 했으며,가장 아닌 가장으로 미8군 PX 초상화부에 취직하면서 박수근화백 알게 되었다고 한다.

 

 

 

 

박완서작가는 '나목'으로 등단하면서 <지리산>을 쓰신 이병주작가 등의 격려 등에 힘입어 개성있는 작품들을 쏟아 낸다.원고 마감일에 전력질투해야 하면서도 가정에선 어머니,아내로서 1인 2역을 별탈 없이 소화해 내기도 하면서,자식들에겐 매는 들지 않되 엄격하고 자애로운 면모를 지니셨으며,남편과 자주 다니셨다는 양수리 마재(馬嶺) 언저리 음식점을 식객으로 자주 다니셨는데 남편과 아들을 앞서 보내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정처없는 방황에서 참으로 안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다행히 이해인수녀를 만나 삶의 의지,작품활동의 재기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에서 강인한 생명력마저 느끼게 했다.

 

 

 

 

박완서작가는 박경리작가와 친자매와 같은 친밀감과 동지의식을 많이 느끼신거 같다.균형 잡힌

인간상은 실생활 속에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조화된 인간이라고,박경리작가의 철저한 글쓰기 정신과 전원의 노동생활을 바라보면서 느끼셨고,정신노동의 휴식시간이 육체노동이라고 생각하신다.봄,여름,가을,겨울의 섭리가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전해지는 박완서작가의 전원 생활은 풋풋한 싱그러움과 고요한 맑은 영혼을 살찌우게 하는 매력이 있다.공기 탁하고 각박한 도심에서 벗어난 전원으로 회귀는 박완서작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몰입케 하는 창작의 원천이 되었을 것이고,텃밭에서 뿌리고 가꾸며 잡풀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노동의 가치와 기쁨도 실감했을거 같다.찾아 오는 손님들에게는 박정하게 싫은 내색하지 않으시고 가슴에 와닿는 말씀과 주고 받는 대화들은 삶의 넉넉함을 더해 주었을 것이다.

 

 

박완서작가의 글은 많이 읽어 보지를 못했다.다수의 문인들이 묶어 놓은 소설집과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정도였는데,작가는 생전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박완서작가의 글쓰기의 원천은 할머니께서 들려주신 옛날 이야기,숙명여고 시절 작가였던 담임선생님의 가르침이었다고 한다.약간 수줍으면서도 은은하게 미소를 짓는 박완서작가의 모습은 작가로서의 자존감을 잃지 않으며 열정적인 창작 활동과 독자들과의 따뜻한 대화와 소통이 독자들의 가슴 깊은 자리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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