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이야기
정효구 지음, 주명덕 사진 / 작가정신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흙이 있고 텃밭이 있는 초가집의 전원은 그 옛날의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어린 시절 초가집은 지붕을 엮은지 1년이 가까워지면 짙은 회색으로 변하고,장대비라도 내리게 되면 처마에서는 굼벵이들이 뚝뚝 떨어며 그 빗물은 토방 아래를 흘러 대문 쪽으로 뱀모양으로 기어 간다.흙으로 된 마당은 아무리 비가 와도 빗물에 휩쓸려 가지 않는다.비가 개고 맑게 개이면 반듯하게 원래의 속살을 보여 주는 정감어린 모양을 띤다.

 

 

내 어린 시절의 마당은 손님들도 북적거리는 잔치의 장이었다.짚으로 촘촘하고 튼튼하게 엮은 덕석 몇 장을 깔아 놓고,흰 광목으로 된 천막을 치게 되면 완벽한 잔치의 장이 된다 흥이 절로 나고 가무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기에 어린 눈으로 보는 마음과 몸도 절로 신명이 났다.또한 비가 오고 나면 언제 어느 틈에 싹을 틔웠는지 조그마한 잡초들이 뾰족뾰족 땅을 뚫고 질긴 생명력을 보여 주기도 했던 곳이 마당 언저리이다.

 

 

자연이 준 흙 내음을 맡으면서 자라던 어린 시절의 마당은 눈을 지그시 감아야 비로소 희미하게나마 떠오르게 된다.요즘과 같이 콘크리트로 포장된 단지의 땅,골목길,공원길 모두가 단단하고 멋대가리 없는 회색 물결로 충만되어 있다.반면 자연의 흙은 밟으면서 건강해지는 느낌이고 아무리 걸어도 발바닥이 아프지를 않는데,시멘트 바닥은 오래 걷게 되면 통증이 쉽게 오는 단점이 있다.

 

여름날 덕석을 깔고 옆에는 모기불을 켠 상태에서 밤하늘과 별과 달을 바라 보았던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덕석에 누워 꿈을 키우고 정담을 나누던 부모,형제와의 단란하고 다정했던 시절이 아스라하게 전해져 온다.

 

 

마당은 보면 볼수록 운치가 있고 정겹다.마당을 쓸고 친구들과 구슬치기,자치기를 하며 놀기도 하고,빨래를 널고 병아리가 모이를 찾아 뒤뚱뒤뚱 엄마 닭을 따라 다니는 모습도 정겹기만 하다.곡식을 널고 마당 위로 고추 잠자리가 하느적 날아 들기도 하고,사람의 기를 살려 주는 따뜻한 온기도 마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겨움이다.마당을 통해 학교를 가고 일을 하고 집으로 들어오는 공간이 마당이었던 것이다.

 

 

음양론의 사유체계에 따라 정효구 작가는 옛날에는 자주 보는 마당을 예스러움과 넉넉함,따뜻함과 정감을 안겨 주었던 한국 전통의 마당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과 기능을 해 주었던 고마운 존재이기에,이 글은 현대화에 쫓겨 잊혀져 가는 옛모습을 기억하고 되찾아 보자는 의미에서 각별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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