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여 땅이여 1
김진명 / 해냄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가즈오의 나라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한동안 김진명이라는 이름은 나에게 잊혀져 있었다. 최근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별 기대없이 읽다가, '그래, 이사람!'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대여점에 뛰어가 빌려든 책이 '하늘이여 땅이여'였다.

원체 흥분한 상태였을까, 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나 분석은 뒷전이었다. 두 권을 이틀 새에 독파하고 나서 가슴속에서는 뜨끈뜨끈한 불길 같은 것이 품어졌다. 학생운동의 뒷켠에 비켜서 있어도 '동지가'를 들으면 왠지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 처럼, 이제껏 반일감정을 졸렬한 집단 최면 정도 치부해왔던 내게 이 책은 일종의 투쟁가였다. 북악의 기, 팔만대장경, 그리고 우리의 고유한 문화로서의 무속 신앙. 우리 민족의 것임에도 주인인 내가 그 가치를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결말이 부실하고, 배타적인 민족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고유의 문화와 정신이 흐려지고 있는 요즈음, 김진명이 아닌 누구라도 이런 투쟁가는 꼭 불러주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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