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는 나에게 있어 취미를 넘은 특기이다. 머리가 아파도 잘 참고 몇 권이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에 대한 나의 탐욕은 가끔 거추장스러울 정도이다. 어려운 책, 마음에 안 드는 책이야 턱 덮어서 쓰윽 밀어버리면 그만이니 책 읽기가 힘들어본 적은 없다. 이 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얼마나 예쁜 제목이던지. 금새 눈 앞에 푸른빛이 형상화되어 행복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런데, 책은 그렇게 행복하지가 않았다. 치미는 토기를 억누르며 한 장 한 장을 넘기려니 편두통이 생기기까지 했다.

그렇게까지 힘들었을까. 그렇게까지...... 둥실 떠올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묘사는 읽는 이의 가슴에 수정 없이 꽂힌다. 마약, 섹스, 마약, 또 섹스...... 미군과의 환각 파티 장면은 단연 이 책의 압권이다. 그런 말초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마음이 아파질줄은 몰랐다.
69와 블루를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본다면, 69의 류는 이렇지 않았는데. 짧은 시간의 공백동안 사회가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중압감을 준걸까. 블루는 머리와, 마음과, 몸을 모두 뒤트는 특이한 책이다. 류와 블루를 좋아하지만, 조만간은 다시 읽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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