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정>에 약하다. 모든 종류의 부정 중 특히 쓴소리에 약하다.
당최, "싫다."고 당당하게 밝힐 배짱이 없는 것이다.
가끔 서재에 "이래서야 쓰겠나! 이건 아니다!!"라고 배포 있게 외치는 리뷰나 페이퍼가 올라오면, 그리 멋져 보일 수가 없다.
지나친 배려는 피곤하다. 싫은 건 싫은거지.
'나는 싫지만...이 사람은 나름대로 애 썼을지도 모르고...하루이틀 보고 안 볼 사이도 아니고....혹여나 불쾌하면 어쩌나.....' 기타등등.
혼자서 넘겨짚은 걸 또 넘어타는 상상은 피곤하다.
결국은 "싫다." 혹은 "아니다."는 한 마디면 깔끔할 걸, 그 소리를 못해서 두고두고 고생을 하기도 한다.
하다못해 리뷰도 그렇다. 리뷰는 말 그대로 본인의 감상인데.....
며칠 전 읽은 <현의 리뷰>, 나는 싫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미간을 찌푸리고 투덜대며 읽었다. 그런데 리뷰를 쓰려고 책을 여니, 이건 온통 찬양 일색이다. 나는 그의 중의와 역설로 범벅이 된 문장이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에 매료된 분들이 한 두 분이 아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한다고 무슨 일이 있겠냐만....그 순간 나는,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기 직전의 그런 심정이 되었다. 겁쟁이.ㅡ.ㅡ
그래서 나온 결과가 요거다. 최대한 완곡하게, 최대한 불쾌하지 않게....다듬고 다듬다보니, 때 아닌 자아비판 리뷰가 완성되었다. 으흑흐흐흐ㅅ....슬프다 못해 어이없어서 웃기다.
뭐냐. '나는 나쁜 독자다'라니. 여기 선 빨갱이에게 돌을 던지시오~~~~ TT
바르게 뻗어나가지 못한 부정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와 꽂힌다.
이젠 굳어져 고치기 힘들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싫다."고 말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까보다.
(두리번두리번 ) 헤헤, 연습 좀 하려고 했더니, 서재엔 싫은 사람이 없네.^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