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정>에 약하다. 모든 종류의 부정 중 특히 쓴소리에 약하다.
당최, "싫다."고 당당하게 밝힐 배짱이 없는 것이다.
가끔 서재에 "이래서야 쓰겠나! 이건 아니다!!"라고 배포 있게 외치는 리뷰나 페이퍼가 올라오면, 그리 멋져 보일 수가 없다.

지나친 배려는 피곤하다. 싫은 건 싫은거지.
'나는 싫지만...이 사람은 나름대로 애 썼을지도 모르고...하루이틀 보고 안 볼 사이도 아니고....혹여나 불쾌하면 어쩌나.....' 기타등등.
혼자서 넘겨짚은 걸 또 넘어타는 상상은 피곤하다.
결국은 "싫다." 혹은 "아니다."는 한 마디면 깔끔할 걸, 그 소리를 못해서 두고두고 고생을 하기도 한다.

하다못해 리뷰도 그렇다. 리뷰는 말 그대로 본인의 감상인데.....
며칠 전 읽은 <현의 리뷰>, 나는 싫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미간을 찌푸리고 투덜대며 읽었다. 그런데 리뷰를 쓰려고 책을 여니, 이건 온통 찬양 일색이다. 나는 그의 중의와 역설로 범벅이 된 문장이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에 매료된 분들이 한 두 분이 아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한다고 무슨 일이 있겠냐만....그 순간 나는,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기 직전의 그런 심정이 되었다. 겁쟁이.ㅡ.ㅡ

그래서 나온 결과가 요거다. 최대한 완곡하게, 최대한 불쾌하지 않게....다듬고 다듬다보니, 때 아닌 자아비판 리뷰가 완성되었다. 으흑흐흐흐ㅅ....슬프다 못해 어이없어서 웃기다.
뭐냐. '나는 나쁜 독자다'라니. 여기 선 빨갱이에게 돌을 던지시오~~~~ TT

바르게 뻗어나가지 못한 부정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와 꽂힌다.
이젠 굳어져 고치기 힘들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싫다."고 말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까보다.

(두리번두리번 ) 헤헤, 연습 좀 하려고 했더니, 서재엔 싫은 사람이 없네.^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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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0-2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제가 별을 몇 개 줘야 하나 하는 고민과 똑같은 이유십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좋을 수도 있는데, 나만 좋았다고 마니 주고 적게 주고~
그건 편견인데...아아~ 리뷰는 어려워~~

▶◀소굼 2004-10-2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금님한테 해보세요: )

진/우맘 2004-10-2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도 안 돼! 내가 소굼님을 얼마나 이뻐(?)하는데!!
플레져님> 님도...소심족이었군요.^__^

물만두 2004-10-2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르만 파니 전 그런 걱정이 없어 편합니다. 가끔 돌도 맞지만요... 솔직하게 리뷰를 쓰심이 좋을 듯 합니다. 아님 별과 리뷰 내용을 별개로 하시던가요^^

갈대 2004-10-2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진우맘님이 너무 사람이 좋으셔서 쓴소리를 못하지 않나 싶네요. 저는 오프라인에서는 무지 소심한데 온라인에서는 과감(?)한 이중적인 인간이랍니다^^

어룸 2004-10-2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저도 거의 싸움까지 간 적 있어서 요즘은 싫어도 슬쩍 한발 돌려서 쓰긴해요, 그래서 그 맘 이해합니다^^a 그래도 역시 싫은건 싫은걸요 뭐^^;;;;;;;;;
그냥 솔직하게 쓰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게 리뷰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한편으로, 진/우맘님처럼 설득력있는 글솜씨를 가지신분도 그런 고민을 하시는구나 싶어서 내심...내심...흐흐흐흐...^^;;;;;;;;

숨은아이 2004-10-28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인 경우는 이럴 때가 있더라구요. 비판적인 리뷰를 쓰려고 보니 평소 좋아하던 서재지인께서 그 책을 좋게 평가하신 리뷰가 있는 거예요. 솔직하게 써야지, 하면서도 혹시 그 서재지인이 내 리뷰를 보고 상처 입으심 어쩌지 하는 생각이... ^^ 그래서 No는 Yes보다 어려운가 봐요. 하지만 소신껏 써야 서로 다른 생각도 알게 되겠지요. 용기를 냅시다!

sweetrain 2004-10-2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참 리뷰라는 게 주관적인 서평이니까...그런데도 웬지 다른 사람과 다른 의견을 쓰자니 그 사람에게 미안한...ㅠ.ㅠ 저는 다빈치코드, 재미 없었거든요...그런데 하도 유명하다 보니, 서평을 잘 못 쓰겠다는...그런게 있어요.^^

마태우스 2004-10-2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음이 약해서 쓴소리를 들으면 기절해 버립니다. 제겐 하지 마시길. 그리고...제가 그토록 경고를 했음에도 현의 노래 가지고 두편을 우려먹으시다뇨.

조선인 2004-10-28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님은 소금님께 하라고 했는데요? ㅎㅎㅎ

로드무비 2004-10-28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주 완곡하게 웃으며 싫은 건 내색을 하죠.
그런데 그걸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어 신기하더라니까요.

진/우맘 2004-10-2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ㅎㅎ 비슷한 부류끼리는 통하는, 그런 거 아닐까요?
조선인님> 저런~ 여하간, 저는 모든 종류의 소금(소굼 포함)을 좋아합니다.^^
마태우스님> 완벽한 마태님에게 쓴소리를 할 게 무어 있겠습니까. 그리고 두 편 아닙니다. 예전에 독서일지 페이퍼까지 하면 세 편 이예요. =3=3=3
단비님> ㅋㅋ 그랬구나~ 하긴, 나도,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더랬죠.
숨은아이님> 비판이 아니라 비평이라면, 서재지인들은 다 이해할거예요. 그죠?
투풀님> 오마나 부끄러워요. 설득력이라니~^^;
갈대님> 여하간 냉철하고 논리적인 갈대님의 리뷰는 항상 제 존경의 대상입니다.
만두님> ㅋㅋㅋ 왜 마이너스 별점은 없는걸까요?^^

책읽는나무 2004-10-29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쓴소리에 기절까지?..ㅎㅎㅎ

혹시 진우맘님이 저때문에 <현의 노래>리뷰를 싫다라고 쓰기를 주저하신건 아니신지?
저도 포함된건 아닌지? 잠깐 의심을 했더랬습니다..ㅡ.ㅡ;;
사실 저도 리뷰를 쓸때 "싫다"라는 말을 잘 못씁니다..
분명 싫다라고 쓰려고 했건만....내 리뷰를 쓰기전에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훑어보는 습관이 있는지라....그들이 "너무 좋아요"라고 썼다면..."어어?....그럼 나도 그렇게~~" 따라간다는거죠!
그리고 또한....내성격이 넘 우유부단하다보니 분명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임에도(사실 딱히 싫어하는 작가도 없습니다...그렇다고 폭발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도 없습니다..그냥 괜찮네~~ 정도뿐!) 책을 읽고 나면 이상하게 그작가한테 푹 빠져버린다는것입니다..
저의 정신상태가 어쩔땐 심각하게 이상증세라고 생각될 정도라니깐요!
줏대없이 그냥 이사람도 좋고~~ 저사람도 좋고~~ㅡ.ㅡ;;
다른이들은 김훈작가를 엄청 싫어하는데...전 또 좋더라구요....ㅠ.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아마도 내취향이 김훈작가 문체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나봐요..ㅡ.ㅡ;;

헌데....진우맘님이 싫다라고 리뷰를 적었다해도...보는이는 그렇게 마음 상하지 않으리라 봅니다...자기가 좋다면 남들이 뭐라고 해도 좋을뿐이죠!
약간 섭섭한 마음은 없지 않아 있겠지만..남들의 취향을 나의 취향에 끼워다 맞출순 없는것 아니겠습니까?.....그러니 신경 쓰시지 마시고 싫다라고 쓰세요!..^^
한사람을 백명 모두가 좋다라고 말할순 없으리라 봐요!
가끔은 쓴소리를 해대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그러니 소심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쓰세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나는 왜 못한답니까?..ㅡ.ㅡ;;
전 진짜로 싫다라는 느낌을 받아본 책이 별로 없어요....전 나쁜 독자이기 이전에 줏대없는 독자라는게 정말 가슴 아픕니다.....ㅠ.ㅠ

책읽는나무 2004-10-29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멘트가 넘 길어서 더욱더 줏대없어 보이네요......ㅠ.ㅠ

mannerist 2004-10-29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매너 미워하면서. ㅜㅡ

진/우맘 2004-10-30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러나! 내가 매너를 얼마나 이뻐하는데!!!!
책나무님> 내가 작가라면, 책나무님 같은 독자가 제일 좋을 것 같은데요?^^

비로그인 2004-10-3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언니는 줏대없어 보인다고 해놓고 하나 더 달다니...이론이론~결론은 스스로가 착한 사람이라는 겁니까??????? 잘~읽어봐야 된다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