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서재는 안방 장롱 옆, 자그만 자투리 구석.
5단짜리 책꽂이 하나와 2단 미니 책꽂이, 그리고 그 맡의 안 쓰는 TV장 속.
우리나라에서 자기만의 <서재>를 갖는 운 좋은 여자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요즘치곤 대식구가 방 한 칸씩 차지하고, 크기만 한 방 구석에 요만한 공간이라도 찜한 게 다행이지요. 이유도 모르게 굴러들어온 책들, 먼지 쌓인 전공서적들은 모두 건넌방 책꽂이로 치우고, 이 공간은 정말 오롯이 <나의 서재>입니다.
제가 책을 사서 보기 시작한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대중적인 책을 폭독, 탐독 하는데 만족하고 있었기에 도서관 책이나 대여점 책을 빌려보는 것으로 만족했지요. (그 때는 책을 왜 사서보는지, 이해를 못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젠 압니다. 어떤 책들은, 소장하지 않으면 손가락 틈으로 모래 빠져나가듯이 흘러가 버린다는 것을.) 2001년이었나...인터넷 서점을 알게 되고, 헌책방 구경을 즐기면서부터 몇 권씩 사모은 것이 그래도 이젠 저만큼입니다. (ㅋㅋ 적립금의 여왕....저 책들 중 2/3 가량은 적립금, 상품, 혹은 최근의 선물이 아닐까요...)
긴 책꽂이의 첫 단은 하루키가, 둘째와 세째단은 스티븐 킹이, 미니 책꽂이의 윗단엔 폴 오스터가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분류법칙이 없는 저 작은 카오스....지금은 빈약하지만, 자꾸자꾸 덩치를 늘려야지요. 그래서 (남편은 좀 궁시렁거릴지도 모르지만) 안방을 점거하는 것...안방이 침실이자 서재가 되는 것, 그것이 지금의 은밀한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