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세상을 향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만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네를 전혀 신뢰하지도 존경하지도 않고 너무 불신하고 욕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하는 말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인들을 전혀 나쁘게 보지 않고 존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사실인가? 틀림없이 사실이다. 그럼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 원인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첫째 선진국의 기업들은 완전히 투명경영을 한다. 그러므로 전혀 타세를 하지 않는다. 둘째 뒤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범법을 저지르지 않는다. 셋째 기업인드은 그렇게 합법적이고 양심적으로 번 자기 개인들의 돈(절대 회사 돈이 아님)에서 천문학적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빌 게이츠는 지금까지 22조원을 사회를 위해 내놓았고, 앞으로도 계속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 자식들에게는 자기 재산의 10% 이상은 상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한 세번째 부자 워런 버핏도 이미 10조가 넘는 돈을 사회를 위해 희사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며, "자식들에게 편하게 살만큼은 주겠지만 결코 억만장자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는 대중식당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25달러짜리 스테이크를 먹는다. 그래서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 1위에 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기업인들은 어떠한가. 선진국 기업인들과 정반대로 한다. 그들은 투명경영을 전혀 하지 않고, 당연한 것처럼 탈세를 일삼으며, 몇천억에서 몇조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하는 범행을 예사로 저지르고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는 커녕 불법 상속을 밥 먹듯이 한다. 이러면서도 세상 사람들이 자기네를 존경하지 않고 불신한다고 불만을 갖다니.......바람이 불어야 나무가 흔들리고 북은 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괜히 생겨났겠는가. 우리 기업인들이 빌 게이트나 워런 버핏처럼 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들을 존경하다 못해 그들의 그림자도 밟지 않을 것이다. 

기업인들은 추한 자화상을 자기네 스스로 만들어 놓고는 존경해 주지 않는다고 사회인들을 타박한다. 그들은 탈세, 비자금조성, 불법 증여와 상속뿐만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터지는 불법 정치자금 사건, 권력기관 매수사건, 막대한 돈 해외도피, 끝없이 뿌리는 불륜의 스캔들......, 이런 것들이 그들 스스로 만든 자회상 아닌가. 

그 결과 국민들의 기업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38점이며, 기업인들의 재산에 대해 '부정적인 방법으로 축적했을 것'이라는 응답이 77%이고, '정당한 방법으로 축적했을 것'이라는 답변은 19%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건 5~6년 전의 조사이고, 요즈으에 하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동안에 대기업 서너 개가 엄청난 비자금 사건과 불법 상속 사건을 일으켜 세상을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부자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모자란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그 끝도 한도 없는 부자들의 탐욕을 방치하면 결구 이 사회는 망할 것이다. 그들의 탐욕을 막아야 한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 일반대중인 우리들이다. 그런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들의 상품을 사지 않는 '불매운도'을 대대적으로 벌여야 하고, 그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여러분들은 시민단체로 모여 들어야 한다. 모든 시민단체들은 지금 활짝 문을 열어 놓고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위에 인용된 글은 허수아비춤에 등장하는 해직교수 허민이 '기업인들의 자화상'이란 제목으로 경제민주화실천연대의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작가는 허수아비춤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허민이라는 인물을 통해 일반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급속하게 전개되었던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칭찬할 만하다. 책에서는 50여년만에 정치민주화를 이루어 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10여년을 지난 요즈음 과연 우리가 민주화된 나라에서 살고 있는 지 아직 장담할 수 없다. 현재의 위정자와 경제인들이 하는 꼬라지를 보노라면 군사정권때보다 더 하면 더했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 당시 민주화를 주도하던 학생들, 지식인들이 지금은 없다. 특히 학생들에게 기대할 수 없음이 가장 안타깝다. 유명한 대학의 학생들 대부분이 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들이다. 그들에게 이 사회에 무슨 문제의식이 있겠는가.

기업인들의 경제활동과 부의 축적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방치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일반 대중들의 감시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부정부패 사건이 터지고 반짝하다가 무감각해지는 대중들의 심리를 볼 때 참여하지 않는 시민의식이 결여된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의 경제민주화는 요원한 일이 될 런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답답했던 부분이다.

존경받는 기업인,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공정사회가 말뿐이 아니라 실천하는 현실이 될 때까지 참여하는 시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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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1-08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경유착의 중심부에 있는 소설이군요.
조정래가 이런 책을 썼다는 게 아니러니 컬 하긴 하지만요.

이 책도 여러 곳에서 보게 되네요~^^


전호인 2011-01-10 15:44   좋아요 0 | URL
정경유착, 불법상속, 탈세 등 재벌의 비리와 비하인드 로비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총망라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동안 S그룹 등이 저지르고 유야무야된 불법상속이나 정관계 및 검찰로비의혹 등이 낱낱이 드러나 있네요. 읽는 내내 무겁고 씁쓸했습니다. 과연 경제민주화는 요원한 것일까요? ㅠㅠ

비로그인 2011-01-08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지막이 참 씁쓸하더라고요.

뭘까 영원히 계속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어서 표정이 한참이나 굳어져 있었습니다.

전호인 2011-01-10 15:46   좋아요 0 | URL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느낌' 참말로 무서운 표현인데 저도 그쪽으로 기울어지네요.
기업인의 자화상이라는 퇴직교수가 언급된 내용이 이 시대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투명경영, 공정사회 과연 그것이 우리나라에 발들여 놓을 수 있을런지.....
관망만 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시민참여만이 민주화를 앞당겼듯이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루체오페르 2011-01-10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못봤지만 관심이 가네요.

전호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전호인 2011-01-10 15:47   좋아요 0 | URL
네네..
루체님도 행복, 사랑 건강만땅한 신묘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많이 응원합시다. ^*

같은하늘 2011-01-1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고 있는 이 책도 보고싶더라구요.
봐야할 책은 많고, 아이들이 방학중이라 시간은 없고...ㅜㅜ

전호인 2011-01-26 13:47   좋아요 0 | URL
ㅎㅎ, 천천히 시간나실 때 챙겨보세요.
경제민주화라는 테마가 마음을 끌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