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 클로징멘트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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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 뉴스데스크 앵커 387일의 기록
신경민 지음 / 참나무(고혜경)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랫동안 보아 온 줄 알았다. 매일 저녁 MBC 9시 뉴스데스크 앵커로 머문 기간은 고작 387일이었다. 1년하고 한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자의적으로 그만둔 것이 아니다. 그가 진실을 전달하고자 했던 멘트를 두려워한 회사(?)의 결정에 따라 쫓겨났다고 해야 맞다. 진실을 이야기 했다고 쫓겨나야 하는 우리 사회와 언론의 한 단면이라서 씁쓸하다. 그는 1년만에 뉴스의 끝 인사말로 던지는 함축된 클로징 멘트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고 공감하게 만들었다.
때론 고마움을 주었고, 때론 분노를 이끌어 냈으며, 때론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했다. 또한 위정자나 악의를 갖고 사건이나 사고를 은폐하려고 했던 자들에게는 아직도 이 사회와 언론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함축되었던 멘트와 그 때의 사건, 사고 등이 그에 의해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어떻게 그런 멘트가 만들어지고 국민들에게 전달 되었는 지 감추어진 발표와 인터뷰 뒤에 국민의 알 권리를 진심으로 전하고자 했던 그의 진실이 이 책 곳곳에 새겨져 읽는 이로 하여금 만감이 교차하게 만든다.
뜻하지 않게 앵커를 맡게 되면서 그가 꿈꾸었던 언론의 진실성에 대한 소신이 묻어 있고, 앵커로서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한 소회가 소탈하게 또는 주관적 진심을 담아 강하게 표현되어 있다. 언론계에 대한 우리의 지형과 언론인이 갖추어야 할 자세 등에 대해서는 미국의 언론문화와 우리의 언론관행에 대한 차이를 보여 줌으로써 우리 언론의 현수준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도록 파헤치기도 했다.
국가권력이나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언론에 비쳐지는 어두운 단면과 그들의 행동을 통해 비열함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현실과 그 속에 주류를 이루는 무리들의 동향, 국제관계를 통한 외교비화와 우리의 외교관행 그리고 선진국의 정돈된 외교문화를 통해 우리나라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했다.
특히, 언론이 사건에 대해 진실을 전달하지 않을 때 국민들이 어떤 피해를 보고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는 지를 논리와 설명 그리고 역사와 경험을 통해 알려 주었다. 언론과 언론인에게 비판을 그만두고 무릎을 꿇도록 요구하는 사회, 언론인이 개인의 출세를 위해 정치·경제 권력과 결탁하여 진실을 가릴 경우 사회가 어떻게 가는 지에 대한 내용은 우리의 현실과 맞물려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앵커에서 잘린 뒤 일어난 노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클로징, 미디어법 처리를 읽는 클로징 등 못다한 클로징에 대한 클로징을 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는 이제 갑작스런 앵커 하차로 방송기자로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책에서 언급했듯이 그가 지닌 생각과 주장이 언론의 어디에선가 진심을 담은 메아리로 울려 나올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사람 사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아마도 신경민과 같이 진실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언론인 후배들은 또다시 나타나야 하고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일이 멈춰져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