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사무실 바로 옆인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소재 00한우집에서 쥐를 봤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배달된 물품에 죽은 쥐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들어 봤어도 식당 밥상옆까지 접근한 쥐를 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팀장 서너명이 모여서 소한마리 잡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소주잔이 몇순배 돌고 약간씩 취기가 올라있는 데 앞에 앉은 0팀장이 외친다.
"허걱! 쥐, 쥐,  쥐다"

순간 서너명의 눈이 밥상 옆으로 쏠렸다.
옆에 앉은 *팀장의 무릎근처까지 접근한 쥐새끼가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행색이 초라하기 그지없는 전형적인 겨울쥐였다.
사람을 무서워하기는 커녕 고기 한점과 소주 한잔 같이 나눠먹자는 듯 움직임없이 눈만 굴리고 있다. 쫓아도 어슬렁거리는 폼이 지칠대로 지친모양이다. 처음에는 시골에서 많이 봐왔던 터라 그리 놀랍지도 않고, 더러운 느낌도 없었다.

그런데 몇분이 지나자 이놈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급기야  0팀장이 집게를 가지고 잡으려고 접근했지만 도망가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종업원과 사장이 달려와 미안하다고 연신 굽신거린다. 주변에 있던 손님들까지 가세하여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 나무로 길목을 막고 다신 오지 않겠지 하고 마음을 놓고 다시 음식을 먹었다. 이때부터 서서히 더럽고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몇분이 지났을까.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놈의 쥐새끼가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으악, 쥐...쥐다"소리가 튀어나왔다.
너무 징그럽고 불결했다.
소주랑 먹었던 소고기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옆에 있던 손님들이 한마디씩 하면서 일어났고 우리도 따라 일어났다. 한두번은 그럭저럭 참았으나 세번째는 급기야 몸에 소름까지 돋고 말았다.
너무 더럽고 징그러웠기 때문이겠지만 태어나서 이렇게 쥐가 싫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시골에서야 주변환경이 그럭저럭 겨울 쥐와 어울릴 수도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이곳은 서울하고도 강남이 아닌가 말이다. 더군다나 작은 식당도 아니고 대형식당 방안까지 들어온 쥐를 보고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굶주림과 추위에 지쳐서 그런지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갈 줄을 모르는 쥐였다.

요즘 고양이와 쥐는 천적관계가 아니라 친구사이 란다. 시골 들판의 도둑고양이들은 개체수가 늘어난 산짐승들을 잡아먹고, 도시의 도둑고양이들은 넘쳐나는 음식물을 먹느라 쥐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단다. 그렇다보니 먹이사슬 체계에 이상이 오면서 쥐가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알라디너 여러분!
대도시 번화가의 대형식당 방안이라고 안심하지 마세요.
다리 풀려 움직임이 둔하고 털색깔에 윤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쥐새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러분과 친구하자고 찾아와 기다릴 수도 있을테니까요.  ㅋㅋ


<<이런 쥐라면 귀엽기라도 하지........어휴 다시 생각해도 끔직하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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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1-0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천정으로 뛰어다니던 쥐가 생각나요. 전 세상에서 쥐가 제일 싫어요.

전호인 2010-01-10 16:56   좋아요 0 | URL
어릴 땐 그랬었죠. 천장위에 똥오줌도 씨고 급기야 새끼까지 치기도 했었네요. 천정을 달리는 쥐를 향해 주먹으로 뚝 치면 저 만큼 툭 떨어지는 느낌을 받곤 했었는 데.....그것도 어린시절의 추억이라면 추억이 되겠군요

후애(厚愛) 2010-01-0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자라던 집에 다락방이 있었는데 그 다락방에 생쥐들을 봤어요.
한번은 다락방 문을 열다가 쥐가 방으로 들어와서 쥐 잡는다고 난리가 났었지요. ㅎㅎㅎ
저도 쥐 정말 싫어해요.

전호인 2010-01-10 16:57   좋아요 0 | URL
쥐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ㅎㅎ
대학 때 옆지기 자취방에 놀러갔다가 들어온 쥐때문에 기겁을 한 적이 있긴 합니다. ㅋㅋ, 시골 또는 과거에 지어진 집에는 사람과 쥐들이 한지붕 아래 다정히(?) 살았어요. ㅋㅋ

Tomek 2010-01-0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년전에...벌써 재작년이군요. 공덕 족발집에서 순대국을 먹는데 아주머니가 철로된 쓰레받이를 바닥에 '퍽'하고 쳤었어요. 근데 '땡'소리가 안나고 뭔가 둔탁한 소리가 들려 옆을 보니, 아주머니가 죽은 쥐를 쓰레받이에 담아 밖으로 나가시더군요. 그러니까 아까의 그 행위는 쥐를 잡는 것이었던 거죠. 그 장면을 보고 순간적으로 밥을 계속 먹어야하나 말아야하나 1.5초간 고민하다가 그냥 먹었습니다. 지금도 순대국 보면 잡은 쥐 생각납니다. 이것은 불가피합니다. ㅋㅋ

전호인 2010-01-10 16:58   좋아요 0 | URL
허걱! 순대국밥을 좋아하는 데 밥 먹을 때마다 님의 쥐이야기가 생각날 수도 있겠는 걸요.

Mephistopheles 2010-01-0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요즘 "쥐"가 사람을 무서워하진 않죠...으흠..(딴 생각하기 없기!)

전호인 2010-01-10 17:01   좋아요 0 | URL
무슨 생각을 하시면서 이글을 올리셨을까 한참을 생각했는 데.....감이 오질 없는 걸요. 그래서 광화문 뒷편에 그들의 소굴을 생각해 보니 무릎이 탁 쳐지네요. ㅋㅋ, 언제 그곳을 대상으로 쥐소탕작전 한번 해볼까요?

L.SHIN 2010-01-07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쌍하다.. 얼마나 배고팠으면. ㅜ_ㅡ
다음에 보시면 저한테 보내세요.

전호인 2010-01-10 17:01   좋아요 0 | URL
그럴까 합니다만, 외계로 보내야 할 지를 심각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 ㅎㅎ

Sati 2010-01-08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국민학교 저학년때 동네 상가 입구에 내놓은 쥐덫에 걸린 아기 생쥐의 두 눈에 글썽글썽 어린 눈물방울이 아직도 기억나요... 살아있는 생명중에 사람빼고 안 불쌍한 것이 없네요... 특히 이런 추위에는.

전호인 2010-01-10 17:02   좋아요 0 | URL
그렇긴 하죠. 그래도 그들이 놀 곳은 가렸으면 좋겠더라구요. ㅎㅎ

순오기 2010-01-0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어릴 땐 쥐와 같이 살았어요.ㅜ^^
인간의 횡포는 자연의 먹이사슬까도 바꿔버리지요.ㅜㅜ
도심 식당의 침입은 심했네요~ 쥐잡기는 끈끈이가 최고인데...

전호인 2010-01-10 17:0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사람이 누리는 가장 행복한 영역까지 침범을 하는 것이 문제이지요. 어릴 때 천정에서 신나게 노는 것 까지는 다 인정하는 부분이었으니까 뭐, 한지붕 아래 살았던 거지요. 요즘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하면 아마 기겁을 하겠지요? ㅋㅋ

같은하늘 2010-01-09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는 저도 싫어라 하지만 언제였던가 학교 뒷산에 숲풀에 아기 쥐가 움크리고 숨어 있는데 이쁘더라구요. 쥐라도 아기는 역시 이쁘더군요.ㅎㅎ

전호인 2010-01-10 17:05   좋아요 0 | URL
모든 생명체의 애기는 순수하니까요. ㅎㅎ 저 역시 시골에서 자라 쥐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없는 편인데 도시 한복판에서 보는 시골쥐의 이미지는 너무 끔찍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