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간이 걸린 것도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다.
단지, 녀석의 불타는 집념과 승부욕만으로 얻은 결과이다.
몇달전부터 피아노연습하랴 공부하랴 시간을 내기 어려운 데도 컴퓨터 앞에 앉아 한글워드를 토닥거리고 문제지를 보면서 프리젠테이션을 만들고 하는 것을 보았다. 나름 워드를 익히려고 하나보다 무심코 지나쳤었는 데 몰입하고, 집중하는 것이 수상하여 이유를 물었다.
"컴퓨터 학원다니는 친구들이 워드프로세서 자격시험을 본다고 하길래 저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서요" 그게 다였다. 그거 학원도 다니고 이론공부도 해야 하는 거라 혼자서는 힘들텐데 왜 굳이 시험을 보려고 하느냐는 질문에는 "친구들이 시험본다 잖아요 그래서 저도 보려는 거에요 학원을 가지 않아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란다.
별로 쓸일도 없을 텐데 초등학교 5학년이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시험이라니 하면서 관심도 두지 않았다. 옆지기는 괜히 시간만 허비한다고 말렸지만 이미 결심을 한 이상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기에 지켜만 보았고, 2급은 어려울 것 같으니 3급부터 시작하라는 권유만 했단다.
그로부터 4개월만에 뚝딱 워드프로세서 국가기술 2급 자격증을 획득한 것이다. 그것도 함께 시험본 친구들은 거의 다 떨어지고 녀석과 다른 친구 한명만 달랑 합격했단다.
아무튼 아무도 못말리는 해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