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사항을 아래 옮겨보았다.
만약 문제없이 처리되었다면 3억 7천만원을 날릴 뻔한 사건이다.

아무리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는 금융관련 사기사건을 접하면서 이말을 실감하고 있다.
나라면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막상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면 뇌의 제어능력은
바로 공황상태가 된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사기꾼들의 수법은 평범함 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이용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전자금융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나로서는 고객들이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인터넷뱅킹 팝업창 등을 이용하여 알리고는 있지만 당하는 것을 보면 허탈함을 느낀다.

나 또한 이와 비슷한 전화를 수차례 받은 적이 있고 그럴 듯한 전화속의 말에 처음에는 긴가민가 한 적도 있었다. 전자금융을 담당하는 나도 속을 수 있는 데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더욱 쉽게 속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알라디너 여러분들께서도 이와 비슷한 유형의 전화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사기수법은 항상 업그레이드(?)된다. 한쪽을 방어하면 다른 쪽에 다른 유형으로 터지는 것을 보면 매일 진화한다는 말이 어울릴 듯 하다.

여러분께 이런 전화가 올런 지 혹시 모를 일이다.
"여기 알라딘인데요, 지난 번 귀하께서 주문하신 책의 카드결제가 적게 처리되어 돈을 추가입금하셔야 합니다.
전화번호를 남겨주시면 5분후에 알라딘의 결제대행 기관인 금융결제원에서 전화를 드릴 겁니다. 그 때  결제원직원에게 예금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또는 카드번호를 알려주시면 즉석에서 이체하여 드리겠습니다."



경찰청·금융감독원·국세청·은행 등을 사칭하는 금융사기 사건을 뉴스로 많이 접했다. 이 모든 일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뉴스를 볼 때마다 참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얼마 전 '우체국 등기'가 반송되었다는 ARS 전화를 받았다. 우체국 택배와 등기는 원래 ARS를 통하여 안내하지 않고 직접 배송한다. 아내도 이를 미심쩍게 생각하여 그냥 끊었다.
하지만 오늘(17일) 오후 5시 30분경 전화가 왔다. 우체국인데 '우체국 소포'가 반송되었다고 했다. 

"우편물 반송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0번'을 누르세요."
0번을 눌렀다.
"우편물이 반송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누구누구 맞습니까?"
"예, 그런데 어디서 보낸 우편물입니까?"
"예, '서울지방경찰청지능수사팀'입니다. 내용물은 저희가 확인할 수 없으니까 내용물 확인을 위하여 서울지방경찰청에 팩스로 보내겠습니다.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서울경찰청에서 전화를 주실 것입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서울지방경찰청지능수사팀입니다. 누구 되시죠. '○○○씨'를 아십니까?"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선생님께서 3억7천만원 사기사건에 연루되었습니다."
가슴이 철렁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사기를 칠 수 있습니까?"
"그럼 한 가지 묻겠습니다. 혹시 신분증과 통장을 분실한 적이 있습니까?"
작년 추석 연휴 때 집에 도둑이 들어 통장과 신용카드를 분실한 사실이 생각났다. 

"예 작년 추석 연휴 기간에 잃어버렸습니다."
"지금부터 신분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고자 하오니 거짓없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거짓이 판명되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농협 BC카드 있습니까?"
"없습니다."
"다른 통장과 카드는 있습니까?"
"예, ○○은행 ○○카드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사기를 당하신 것은 지난번 분실 사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은 선생님 통장으로 돈세탁을 하였습니다. 잠시 후 금융감독원 직원이 전화를 주실 것입니다. 혹시 농협은행이 가까이 있습니까?"
"예 5분 거리에 있습니다."
"현금지급기에 가서 저희가 알려주는대로 하셔야 피해를 보지 않습니다."

정신이 혼미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아내와 함께 갔다. 휴대전화가 왔다.
"지금부터 현금지급기까지 갈 동안 절대로 전화를 끊으면 안 됩니다."
시간은 오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현금지급기에 도착했다.

"현금지급기에 도착했습니다."
"통장을 넣어주십시오."
"예, 통장 넣었습니다."
"계좌이체 버튼을 누르시기 바랍니다."
"계좌은행 중 '기타' 버튼을 누르시기 바랍니다."
"예, 눌렀습니다."
"화면에 무엇이 뜹니까?"
화면에 '공무원 사칭 금융사기 조심'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예, 공무원 사칭 금융사기 조심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예, 비밀 번호를 누르시기 바랍니다."
"눌렀습니다."
"선생님이 돌려받을 돈을 위하여 출금될 계좌번호를 불러 주겠습니다. '○○-○○-○○○-○○○'입니다.
"선생님이 받으실 금액이 95만원입니다. '95'와 '만'을 누르시기 바랍니다.

눌렀다. 그런데 거래할 수 없는 통장계좌번호라고 했다.
"거래할 수 없다는 문구가 계속 뜹니다."
"뭐라고요. 혹시 '농협중앙회' 통장인지 '단위농협'통장인지 모르시나요. 다시 계좌번호를 불러주겠습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을 해도 되지 않았다. 

"그럼 내일 다시 전화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 옆에 있던 아저씨 한 분이 '혹시 금융사기 아닙니까'했지만 아내와 나는 금융사기가 아니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불안했다. 내 통장으로 돈세탁이 일어나서 3억7천만원이나 배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찔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잠깐 생각하니까, 혹시 내가 금융사기를 당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웹사이트에 들어가니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이 공무원사칭 금융사기 조심이었다. 
112에 전화를 했다. 경찰관이 하는 말이 금융사기 가능성이 있으니까 은행에 문의하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금융사기인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인터넷을 돌아다녔다. 그중에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우체국 소포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보내는 모든 공문을 서류로 보내지 ARS로 보내지 않음을 알았다. 금융사기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완벽하게 넘어간 것이다.
그럼 제일 빨리할 일은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갔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돈이 인출되지 않았다. 거래정지를 위하여 전화를 했다. 농협도 금융사기가 맞다고 했다. 그런데 돈이 인출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알고 보니 내가 비밀번호를 잘못 눌렸던 것이다. 비밀번호를 잘못 눌렸으니까 거래승인이 되지 않았다. 또 하나는 금융사기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카드 결제를 위하여 개설한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이었다. 오늘 현금지급기에서 끊임없이 눌렀던 통장은 적립식 통장이었다. 적립식 통장은 통장 개설자가 가지 않으면 출금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돈이 출금되지 않았던 것이다. 

돈 사기는 당하지 않았지만 완벽하게 넘어간 금융사기 경험이었다. 완벽하게 넘어갈 수밖에 없도록 그들은 나를 속였다. 아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우체국은 ARS를 통보하지 않는 것, 유선전화를 통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 돈세탁, 통장에는 전혀 거래가 없었는데 내 통장으로 돈세탁이 이루어졌다는 것, 계좌이체가 계속 에러가 난 것. 지금 생각하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당한 것이다.

우체국 택배는 절대로 ARS를 통하여 발송과 반송을 알려주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 기관과 은행은 휴대전화와 현금지급기를 통하여 계좌이체를 하지 않는다. 이것을 안 다면 금융사기는 당하지 않는다. 나는 당했다. 하지만 비밀번호와 적립식 통장 때문에 피해는 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나고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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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1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다양화 첨단화되는 것과 같이 사기도 첨단화되가고 있군요..어허허

전호인 2008-03-19 08:5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중국을 기점으로 국내에 사기를 치고 있으니 사이버수사대에서도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소나무집 2008-03-1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 전에 우체국 등기 반송 전화 받은 적이 있는데 사기군 하면서 그냥 끊어버렸어요.
여긴 시골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그런 사기성 전화가 많네요.

전호인 2008-03-19 08:52   좋아요 0 | URL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천안에 있을 때 많이 받았거든요.
항상 조심하시고 그런 전화가 왔을 때 당황하지만 않으면 사기당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L.SHIN 2008-03-1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일단 내가 모르는 사항에 대해서는 꼬치꼬치 따져 묻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에 가서 통장을 넣어라, 비밀번호를 눌러라, 계좌번호 등등을
물을 때부터 이미 의심해야 하는 것을..쯧쯧..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나가고 안나갔는지부터 먼저 확인한 다음에 '다시 통화하자'라고
해야지..돈 돌려준다니 덥석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잘못입니다.

'일단,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함부로 움직이지 말자' 입니다. ^^

어쨌든, 세상엔 야무진 사람들만 있는게 아니므로, 제 주변의 순진한 사람들한테 다시
경각심을 심어줘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전호인 2008-03-19 08:53   좋아요 0 | URL
그렇긴 합니다만 당한 사례를 들어보면 황당하기 까지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감정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하다보니 마음 착하신 분들이 많이 당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bookJourney 2008-03-1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저희 집에도 카드 대금이 연체되었다며 전화가 왔었다더군요.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만든 다음에 사기를 치는 것 같아요. 왜 점점 더 이런 일이 많아지는지, 씁쓸하네요.

전호인 2008-03-19 08:55   좋아요 0 | URL
사기수법이 나날이 진화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 같아요, 특히 인터넷 관련하여 IP어드레스를 추적해 보면 대부분이 중국이다보니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2008-03-19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8-03-19 08:55   좋아요 0 | URL
착실히 대응하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잘 하셨어요. ^**

네꼬 2008-03-20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간만에 서재 들어와서 반가운 마음에 급히 읽다가 전호인님이 사기 당할 뻔하신 줄 알고 혼자 막 화냈어요. (저 바보 고양이예요?) 전호인님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결국 엉뚱한 결론.)

전호인 2008-03-21 17: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셨군요. 요즘 보이스피싱사기가 워낙 극심한지라 경각심을 일깨우는 측면에서 알리다너들에게 알려드린 것데 너무 적나라하고 실제상황적이었나 보군요. ㅎㅎ, 모두들 조심하길 바랍니다.

하늘바람 2008-03-20 0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세상에 세상에
저도 그런 전화왔었는데 전 제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아예 끊어버렷어요, 하지만 끊고 나니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님은 정말 무서우셨겠어요. 참 교묘하게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이군요

전호인 2008-03-21 17:58   좋아요 0 | URL
나날이 진화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정말 눈뜨고 코베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 혹시라도 이런 전화를 받으신다면 마음 약해 하지 마시고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따지시길 바랍니다

가시장미 2008-03-20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 저는 저 빨간 글씨보고 깜짝놀랬어요!
저런 전화가 실제로 왔다는 줄 알구요. 매우 논리적인 글귀입니다. 제가 무식해서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ㅋㅋ 솔깃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 세상이 참 흉흉하죠. -_-

전호인 2008-03-21 18:16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놀라게 해서리 지송하구먼유.ㅋㅋㅋ
사기꾼들은 논리정연하고 확실하져.... 고것에 속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고거이 문제랍니당

씩씩하니 2008-03-21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무서운 세상 같애요...어떻게 이런 일이...
제가 아는 교장샘도...3500만원을 아는 사람도 많은 농협에 가서 너무 당황해서 문의 한번 안해보구...입금하신 후....
느낌이 이상해서...직원에게 문의한 결과,,,사기...참,,너무..무서워요~

전호인 2008-03-21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당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착하신 분들이다보니 고거이 안타까워요.
모두들 조심하자구염. 나날이 진화하는 수법이다보니 우리들이 방어하기에는 쉽지 않아보입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