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사랑을 무통장으로 입금시켰다.
온라인으로 전산 처리되는 나의 사랑은
몇 자리의 숫자로 너의 통장에 찍힐 것이다.
오늘 날짜는 생략하기로 하자.
의뢰인이 나였고 수취인이 너였다는 사실만 기억했으면 한다.
통장에 사랑이 무수히 송금되면
너는 전국 어디서나 필요한 만큼 인출하여 유용할 수 있고
너의 비밀 구좌에 다만 사랑을 적립하고픈
이 세상어디에서도 우리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서는 사랑하지 말자.
오늘도 나는 은행으로 들어간다.
무통장 입금증에 네 영혼의 계좌번호를 적어 놓고
내가 가진 얼마간의 사랑을 송금시킨다.
- 이복희 - 온라인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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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 장학금이란 말이 있었다.
도시로 유학 보낸 자식에게 보내는 부모님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긴 그 돈에는 꿈과 희망을 담은
부모님의 희생이 녹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향토장학금을 받아보질 못했다.
남들 다 받는 그것을 왜 받지 못하는 건지 원망도 많이 했었고
토박토박 부모님의 돈을 받아 여유롭게 공부하는 녀석들에게
한없는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었다.
나의 보모님 또한 남들처럼 자식을 위해 하시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으셨다는 것을 안다.
비록 물질적인 것은 충분히 받아보질 못했지만
마음의 장학금만은 듬뿍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가 어른이 되고 보니 비록 부모님께 받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라도 받은 사랑을 이제 송금해 드려야 할 것 같다.
사랑하는 분들을 위해 무통장입금증에 네 영혼의 계좌번호를 적어놓고
비록 많이 가지지는 못했지만 얼마간의 사랑을 송금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