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사랑을 무통장으로 입금시켰다.
온라인으로 전산 처리되는 나의 사랑은
몇 자리의 숫자로 너의 통장에 찍힐 것이다.
오늘 날짜는 생략하기로 하자.
의뢰인이 나였고 수취인이 너였다는 사실만 기억했으면 한다.

통장에 사랑이 무수히 송금되면
너는 전국 어디서나 필요한 만큼 인출하여 유용할 수 있고
너의 비밀 구좌에 다만 사랑을 적립하고픈
이 세상어디에서도 우리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서는 사랑하지 말자.

오늘도 나는 은행으로 들어간다.
무통장 입금증에 네 영혼의 계좌번호를 적어 놓고
내가 가진 얼마간의 사랑을 송금시킨다.

- 이복희 - 온라인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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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 장학금이란 말이 있었다.
도시로 유학 보낸 자식에게 보내는 부모님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긴 그 돈에는 꿈과 희망을 담은
부모님의 희생이 녹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향토장학금을 받아보질 못했다.
남들 다 받는 그것을 왜 받지 못하는 건지 원망도 많이 했었고
토박토박 부모님의 돈을 받아 여유롭게 공부하는 녀석들에게
한없는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었다.

나의 보모님 또한 남들처럼 자식을 위해 하시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으셨다는 것을 안다.
비록 물질적인 것은 충분히 받아보질 못했지만
마음의 장학금만은 듬뿍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가 어른이 되고 보니 비록 부모님께 받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라도 받은 사랑을 이제 송금해 드려야 할 것 같다.
사랑하는 분들을 위해 무통장입금증에 네 영혼의 계좌번호를 적어놓고
비록 많이 가지지는 못했지만 얼마간의 사랑을 송금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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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좋은 시입니다. 그런데 저는요, 처음에 다르게 읽여졌습니다.^^
매달 자동이체로 사회/국제봉사단체로 기부금/후원금이 나가는 것에 대한 사랑.
내가 주는 사랑을 누가 받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좋잖아요.
통장을 확인하면서, '내 사랑이 지금쯤 소말리아 어디쯤, 달동네 어디쯤 있을까' 하고
웃으며 1초라도 그들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웃음)

전호인 2007-11-28 18:0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나름대로 다른 단체에 매월 기부를 하고 있답니다. 님도 그러시군요. 그렇게 한 것이 벌써 10년이 넘었네염. 조금씩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행복할 겁니다.

씩씩하니 2007-11-28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송금..이쁜 말이네요..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가치는 사랑이겠지요..
잘됐어요..요즘 빡빡한데..결혼기념 선물은 사랑을 송금하는 것으로 떼울까봐여!~~
이사 후기 보러 들어와야지 와야지.하다가 오늘 겨우 들어와 봐요,,
페퍼 들 좀 쭈욱,,봐야징~~~

전호인 2007-11-28 18:06   좋아요 0 | URL
이사후기랄 것도 없어염.
제가 한 것이 없습니다. 천안에 떨어져 있다보니 그저 바라만 본 것외에는 전혀 없네요. 옆지기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져 뭐. ㅎㅎ

세실 2007-11-2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싫어요. 전 현금이 좋아요~~~ ㅎㅎ

전호인 2007-11-29 10:26   좋아요 0 | URL
차떼기로 드릴까요?
공무원이 현금 좋아하면 큰일날텐데....
하기야 현금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모두의 로망이지요.
있는사람들이 더 한다니까. 에궁

마노아 2007-12-0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시에요. 사랑의 근원적 가치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합니다. 사랑받고 싶으면서 사랑하는 일에 인색해지는 우리가 되면 안되겠지요.

네꼬 2007-12-03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하하. 나 세실님께 한 표. 히히.

저 와서 기웃대고 있었는데, 어디다 댓글을 달까 서성이다 가곤 했거든요.
아- 참 좋은 시네요.
그리고 그 따뜻함을 읽어내신 전호인님도, 참 좋아요.
: )


실비 2007-12-04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송금하다니! 좋은아이디어네요.
부모님께 사랑을 이체 시켜야 겠어요 호호호

2007-12-04 0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