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앤 더 시티 - 4년차 애호가의 발칙한 와인 생활기
이진백 지음, 오현숙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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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여름, 그리스로 배낭여행을 갔었다. 저자가 지중해로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크레타섬 하냐 항구에서 늦은 저녁에 불빛에만 의지해 바라보았던 포도주 빛 바다가 생각났다. 여행을 준비할 때 그리스 관련 책을 잔뜩 읽었다. 그리스의 땅끝인 수니온이야말로 포도주 빛 석양으로 유명하다. 다음 글은 포도주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지중해 연안 사람들은 포도나무가 만든 '물'을 우리가 식사 때 물을 마시듯 섭취한다. 그러니 그들이 한 해 마시는 포도주의 양이 어느 정도이겠으며, 알코올 섭취량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도 비틀거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분산해서 마시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포도주는 '느림의 술'인 것이다.  - <꿈꾸는 여유, 그리스> 권삼윤 183p

사실 난 와인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와인을 즐겨 마시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런 나마저도 와인이란 문화에 친근한 애정을 느끼도록 만들어 주었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처음 보는 단어들이 수두룩했다. 와인의 종류뿐만 아니라 와인에 관련된 모든 단어가 낯설고 어려웠지만 저자의 와인사랑과 그가 들려주는 재미난 에피소드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포도주 한 잔으로 행복해지는 남자가 있다.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지중해 일주여행을 떠난다. 처음 도착한 나라 포르투갈에서 와인과의 인연이 시작되고 그는 와인에서 희망을 본다. 그에게 있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바로 와인의 맛을 느끼는 일이었던 것이다. 누가 그만큼 와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 가끔 싸구려 와인을 드시는 엄마와 함께 곱창을 안주로 부드러운 와인 한 잔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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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도쿄 - No Plan! No Problem!, Enjoy 세계여행 시리즈 1 인조이 세계여행
최영민 지음 / 넥서스BOOKS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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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관련 책이라면 소설이든 에세이든 가이드북이든 뭐든지 대환영이다. 'ENJoy 도쿄'는 먼저 제목과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고1때 일본어를 처음 배우면서 재미있다고 느꼈다. 수학과 화학 덕분에 이과를 택했지만 대학에 가서 교양과목으로 일본어 수업을 듣곤 했다. 좋아했고 꾸준히 공부했고 아빠가 쓰시던 오래된 일어사전 한 권이 내게는 소중했다. 어느덧 일본이라는 나라가 언젠가 꼭 한 번 가봐야 할 여행지 목록에 올려져 있었고, 일본인에게 일본어로 몇 마디 건네보고 싶다는 욕망 또한 솟구쳤다.

에피소드 하나 - 대학 4학년 때 일어작문 교수님께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사전을 찾아가며 맞지도 않는 문법에 억지로 맞춰 힘들게 일어로 썼는데, 교수님께서 보내신 답장은 약간은 어설프지만 완벽에 가까운 한글로 쓰여진 메일이었다. 헛수고를 했다니.

어쨌든 일어때문에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도쿄 여행을 꼭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영화의 한 장면에 푹 빠져 무작정 일본으로 갔다는 저자. 혹자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렇게 어떠한 이유로든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면서 부럽다.  

귀차니스트를 위한 추천 코스는 시간이며 경비까지 세심하게 짜여졌다. 여느 여행 가이드북에 비해 얇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거나 하지는 않다. 각 지역별 알짜배기 정보들을 모아두었고 특별부록의 지도와 베스트 코스, 여행팁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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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7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무 살 여행 - 내 인생의 첫 번째 여행
김병희 지음 / 황금사과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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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관련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다.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제목에서부터 초등학교 시절 쓰기 책에 붙여 사용하던 미농지 두께의 두 배인 듯한 커다란 종이를 반으로 접어 만든 표지와 어느 한 장 색이 들어가지 않은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풍부한 감성이 느껴지는 이 책은 그야말로 내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해외여행이든 국내여행이든 기차여행이든 도보여행이든 여행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내 관심사이다. 

스무 살, 난 일곱 살에 학교에 들어갔으니 열아홉 살을 떠올려 보면 진정한 여행을 시작한 때이다. 대학에 입학하여 첫 여름방학에 모교가 있는 전라도를 시작으로 동기들이 살고 있는 충청도, 경상도를 돌아다녔고 겨울방학에는 강원도에 다녀왔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전남 영광과 광주, 충남 조치원, 경북 포항과 부산, 강원 춘천이었으니 돌아다녔다는 말은 틀리겠다. 이때는 막연하게 차비만 들고 친구들 집으로 선배들 동네로 놀러갔던 것 뿐이었지만 내게는 아직까지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는 여행이다. 그러다가 상세한 계획을 세우고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대학 4학년 때, 친한 친구와 배낭여행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일정표 짜기며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나는 여행지 관련 책을 소설이든 가이드북이든 가리지 않고 읽으며 배낭여행을 준비했다. 어쩌면 1년 7개월 전의 그 여행을 내 인생의 첫 번째 여행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의 사진 솜씨는 내가 그곳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친근하면서도 산뜻하다. 책읽기를 마쳐갈 즈음에는 저자의 사진과 글과 함께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자전거를 타며 흙을 밟고 섬을 거쳐 국내를 한바퀴 돌고 온 느낌이었다. 페이지 표시와 간혹 책을 돌려 세로로 볼 때의 느낌마저 신선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배경사진과 글자의 색때문에 글을 읽기 어려운 부분이 군데군데 있었고, 편집상 펼친 부분 가운데의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페이지가 있었다. 두껍지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한 권의 책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여행기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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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사군자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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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나 미술관련 책읽기를 좋아하고 그런 책을 읽을 때에는 꼭 사진이나 그림을 먼저 훑어본다. 이 책의 제목대로 사진의 대부분이 옷을 입지 않은 아마존 인디오들의 모습이다. 처음에 보았을 때나 책을 읽으면서 넘길 때 다시 보게 되는 사진들은 참으로 민망하다. 한편으로는 거추장스러운 것 하나 없이 이 땅에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걱정할 것 없어 보이기에 부럽기도 하다.

어깨에 놓인 묵직한 카메라의 무게를 사랑하는 저자는 10여 년 간 오지를 다녔다. 아마존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에 돌아오면 다시 가고 싶어 안달을 한다. 그토록 좋을까? 인디오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시간 관념이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어제와 내일은 없다. 항상 오늘이고 현재인 것이다. 자기 전에 내일 있을 일을 걱정하지 않고 매일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인디오들의 최고 간식인 '모호이'라는 애벌레를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고 담배갑보다 크다는 모뻬이다를 입에 댈 수 있다면, 아마존에서의 생활이 가능할까? 겉모습이나 생활 방식은 원시적일지라도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가슴 한 쪽이 아리면서도 여행에 대해 갈망한다. 여행이란 단지 땅을 밟고 오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의 의식주를 따르며 그들의 삶을 체험하는 것, 그들과 함께 느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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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마가 사랑한 화가 들라크루아 - 별난 화가에게 바치는 별난 그림에세이
카트린 뫼리스 글.그림, 김용채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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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수많은 관중들은 뭐라고 외치며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타박타박 걸어가는 남자는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뭐가 못마땅한 걸까? 혼자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살롱전에 '키오스 섬의 학살'을 출품하여 "회화의 학살"이란 비난을 들을 정도로 논란을 일으킨 외젠 들라크루아. 지금 내 나이인 스물다섯에 대가의 칭호를 듣고, 제자와 찬미자, 후원자들을 거느리게 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격렬한 비난 또한 쏟아졌다. 바로 표지의 관중들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들라크루아가 작고하고 1년 후,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 개막식에서 알렉상드르 뒤마가 고인을 기리는 연설을 할 정도라면 둘의 우정은 두터웠으리라. 작달막한 체구의 수다쟁이 뒤마는 들라크루아가 어렸을 적에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그의 작품의 색채가 얼마나 현기증을 일으키는지까지 시시콜콜 죄다 이야기해준다.

흑백 일러스트와 꼬부라진 느낌의 글씨체 때문에 산만하고 어지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림을 통해 맛깔스러우면서 지루하지 않도록 내용을 전달해주려는 뒤마의 진심이 보였고, 알지 못했던 화가 들라크루아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강렬하면서 환상적일 그의 작품들을 시원한 바람이 통하는 미술관에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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