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카토 라디오
정현주 지음 / 소모(SOMO)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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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책이 참 예쁘다. 벽돌색 바탕 표지의 타자기가 탁탁탁 경쾌한 소리를 내는 듯하다. 마치 스타카토로 연주하듯이. 라디오 작가 그녀가 소소하고, 정답고, 따뜻하고, 즐겁고,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상, 친구, 사랑,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옆집 언니처럼 편안하게, 친한 친구처럼 부담 없이 얘기한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맘에 와닿는다. 프롤로그의 첫 구절부터. '여행지의 아침 창가처럼 우리의 매일매일 설렘으로 시작되기를….'

첫장을 넘겼고, 글의 소제목을 모아놓은 것이라는 걸 눈치 못채고 읽었을 때 느낌이 좋았다 ; I have a typewriter. 매일 30분 in cafe. 눈을 뜨면 화분에 물주기. 오후 2시 날마다 소풍. 밤은 시간이 아닌 공간. 토요일엔 전원이 꺼져 있어. 일요일 12시 그림수업. Language Exchange와 사진 수업. 내 나이가 몇이더라? ; 읽으면서 참 여유롭게 생활하는구나 생각했고 부러웠다. 하나같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사진들도 예쁘다. 하루 30분을 카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보낸다니 그 시간이 행복할 것 같다. 달콤한 커피 한 잔에 들리는 것을 듣고 보이는 것을 보면서 온전히 나를 위한 휴식 시간. 

그녀의 '친구들'처럼 나도 책을 쓴다면 소개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 어릴 적에 생각했던 넓은 인맥보다 이제는 깊은 인맥을 바란다. 정말 소중한 내 친구들. 중2 때 단짝 예쁜 그녀. 말도 행동도 웃음도 예쁘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도 항상 그대로다. 대학교 때 기숙사 살면서 친해진 꽁. 대학 시절 내 여행 파트너였다. 보름간 배낭 여행하며 사소한 말다툼 한번 한 적이 없다. 결혼한 지 50일도 안 된 새색시 꽁과 우리의 두번째 배낭여행을 계획 중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만난 소중한 친구 BK는 일본에 산다. 늦게 만나서 더욱 아쉬운 친구. 1년여 만에 도쿄 여행 중에 만나 반가웠다. 일하면서 알게 된 언니. 난 자꾸 동갑내기 친구처럼 느껴져 생각 없이 '야'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언니는 나를 만나면 편안하고 자신이 착해지는 것 같단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알고 지낸 사람들 중에 내 소중한 여인네들이 열 두명정도 있다.

그녀가 말한다. '끝도 없는 시행착오와 눈물과 상처를 넘어 이제야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고. 나는 적당한 시행착오를 겪은 걸까. 눈물과 상처를 받을 만큼 받은 걸까. '우리는 너무 다른 세계에 속해서 지나치게 긴 시간을 홀로 살아왔던 사람들이라 결국 헤어졌다'라는 말에 공감하기도 하면서 이의를 제기하고도 싶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라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들이 모두 다른 세계에 속해 살아온 게 아닌가. 이제는 예쁜 사랑을 하고 싶고, 행복한 연애를 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레몬향 비누 냄새, 흙내음 나는 시골길, 영화 <If only>,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전화로 들려주는 피아노 연주곡,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남겨준 편지, 눈이 살짝 내린 맑게 개인 겨울 날씨, 그리고 소중한 추억들 정리하기.

작고 얇은 책 '스타카토 라디오'를 읽으면서 기분 좋은 꿈을 꾸는 듯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학창시절 친구처럼 따스하고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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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다운 생활문화 일본어
오쿠무라 유지.임단비 지음 / 사람in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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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은 영단어 책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의 동선을 따라 영단어와 영문장을 배우는 책이다. 주인공들의 하루 일과를 중심으로 우리가 늘상 하는 동작이나 혼잣말, 대화의 영어표현을 보고 들으며 공부하면서 일본어도 같은 방식으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어다운 생활문화 일본어'가 그에 걸맞는 책이다. 책의 구성이 딱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10가지 테마로 나누어 너무도 자세하게 알려준다. 

집안거리, 먹을거리, 자랑거리(미용, 쇼핑, 패션, 돈), 느낄거리(싸움, 감정, 성격, 음악), 큰일거리(결혼, 임신, 육아, 병 등), 일거리(회사,컴퓨터,교육 등), 길거리(병원, 전철, 은행 등), 하늘거리(날씨, 계절 등), 놀거리(데이트, 영화, 여행, 운동 등), 1년 놀거리의 10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각 테마는 만화와 함께 시작된다. 각 만화의 대화나 표현 문장과 단어를 일본어와 한국어로 표기해 놓았고, 테마별 주요 주제로 나누어 더욱 자세한 어휘와 회화표현을 소개한다. 일본인이 사용하는 표현 그대로 알려주고 있어서 제목처럼 '너무나 일본어다운' 생활문화 일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이 많아 싫증나진 않겠지만 책의 두께와 1600여개의 문장표현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겠다. 자신이 필요하거나 관심 있는 테마부터 공부한다면 좋을 것이다. 나는 먹을거리와 놀거리의 여행부터 살펴보았다. 예전에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어려웠던 것 중에 하나가 요리 부분이었다.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 방법, 양념이나 맛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너무 헷갈려서 외우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주제별로 잘 정리되어 있으니 제대로 공부해봐야겠다. 술과 음료 부분에서는 단순히 술과 음료의 종류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차가 진하다', '탄산(김)이 빠지다', '우려내다', '술이 약하다', '술주정 부리다', '술이 깨다' 등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표현들이 나와있다. 

날씨나 먹을거리, 길거리의 전철, 주택 부분은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겠다. 몇 달 전에 도쿄 여행을 다녀왔는데 능숙한 대화는 어려웠다. 간단한 회화만 하는 정도였는데, 이 책을 미리 보았다면 각 테마별로 자주 사용할 만한 표현을 정리해갔을 것이다. 겉표지의 디자인과 만화식의 아기자기한 그림, 테마별 깔끔한 정리가 마음에 든다. 전체적으로 열심히 공부한 다음에 어느 정도 회화가 가능해진다면 다시 한 번 일본 여행에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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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딸 콤플렉스 - 착해서 고달픈 딸들을 위한 위로의 심리학
하인즈 피터 로어 지음, 장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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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에 띄었다. 착한 딸 콤플렉스. 내 스스로 착한 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독립을 원하는 딸들이 꼭 읽어야 할 심리 치유 에세이'라는 말에 읽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몇 달의 시간 동안 독립을 언제쯤 하면 좋을지 고민했었다. 당시에는 경제적 능력도 부족하고 집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독립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주변에서 독립보다는 시집갈 나이라고 말한다. 독립이 가장 절실했을 때는 귀가 문제로 부모님께서 깊이 관여하실 때였다. 멀리 여행을 다녀온다고 하면 어디서 자고 오는지 묻지도 않으시면서 회식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 늦어질 때에는 밤 11시가 되면 왜 여태 안 들어오느냐고 연락을 하신다. 주변에 직장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우리집만큼 심하진 않다. 

책을 읽으면서, 들어가는 이야기 '거위 치는 소녀' 동화만이 쉽게 읽혀졌다. 처음 듣는 내용이라서 오랜만에 읽는 동화라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는데,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너무 지루했다. '거위 치는 소녀' 동화를 심층적으로 해설하고,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이야기하는 부분은 그래도 재미있었다. 그림형제의 짧은 동화 한 편으로 착한 딸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의 심리를 풀어내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전문 심리 치료사의 전문적인 이야기여서 좀 딱딱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다. 

착한 딸 콤플렉스는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살지 못해 할 수 없이 자기를 죽이는 병이다.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기 때문에 항상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신경 쓰며 정작 자신의 욕망은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의존은 중독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능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존적인 삶을 살아가고, 그것은 다양한 상황에서 의존적일 수밖에 없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자식이 자라 성인이 되면 부모의 지원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자식을 버릇없고 무책임한 인간으로 만들기 십상이다. 부모가 성인이 된 자식의 인생에 개입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과보호는 자식을 위한 길이 아니라 부모의 이기적 목적이 깔려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책의 앞부분을 읽는 동안 우리 부모님도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읽어보고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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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자파 스트리트 - 행복유발구역
노나카 히이라기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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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자파 스트리트 여기저기에 테루테루보즈가 달리는 밤이 있다. 누가 그걸 제일 먼저 창가에 달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개 또 한 개…… 점점 다른 집에도 전염되어 어느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테루테루보즈가 달랑달랑 달랑달랑 매달린다. 그리고 그것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내일은 피크닉이다, 야호!"라는 암묵적인 신호로 통한다. (55p)

세 번째 이야기 '날씨가 좋은 날에는 피크닉을 가자'의 첫 단락 내용이다. 문장도 예쁘고, 느낌도 좋다. 프랭크자파 스트리트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에 가면 사랑도 전염될 것만 같다. '프랭크자파'라는 거리 이름은 작가가 좋아하는 미국 유명 기타리스트이자 영화감독인 프랭크 자파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러브스토리라는 말에 꼭 읽고 싶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의 그림에 따뜻함이 묻어나서 그냥 좋았고, 책을 읽고 나서는 표지 그림이 이해가 되어 좋았다. 

첫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미미와 하루, 두 사람은 가난하긴 하지만 아직 젊기에 돈이 없어도 쌩쌩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널따랗고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가 있어서 엘리베이터도 없고, 정전 소동이 일어나기 일쑤인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기로 한다. 아무리 일이 힘들고 피곤해도 일단 집에 돌아오면 모든 게 안심되고 안락하고 평온하다. '여유롭고 기분 좋은 시간'이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지극하고, 눈 마주칠 때마다 항상 설레는 연인이 부럽기만 하다.

신혼인 기린 린키와 얼룩말 시마조, 그들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는 집주인 공골라 씨, 귀엽고 얌전한 수줍음쟁이 판다 와이와이, 단짝 친구 베호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가면남 등 사람과 동물이 한데 섞여 등장함에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차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토끼 릴리가 운영하는 바에도 가보고 싶고, 오래된 극장 트윙클 스타에서 옛날 영화 한 편을 본 뒤, 정크푸드 레스토랑 다이너에서 간단한 식사도 하고 싶다. 실제로 지구 어딘가에 행복유발구역인 프랭크자파 스트리트가 있지는 않을까? 그곳 주민들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해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갈 것만 같다. 오랜만에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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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에게 쉼표 - 정영 여행산문
정영 지음 / 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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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의 휴식, 친구와의 추억. 나에게는 여행이 그랬다. 그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바뀌었다. 나만의 쉼표로. 가족과 했던 어릴적 무수한 여행, 대학시절 친구와의 잊지못할 여행들에서 이제는 나 혼자 생각하고, 느끼고, 즐기는 여행에 푹 빠져버렸다.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부터였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여행하고픈 마음, 아니 휴일이 돌아올 때마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그렇다. 때로는 나에게 필요한 그 쉼표가 바로 여행이었다. 가슴에 와 닿는 제목이며, 내가 좋아하는 하늘과 바다색의 표지 때문에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탈리아어로 '이야기'라는 뜻을 지닌 단어와 스페인어로 '편지'라는 뜻을 지닌 단어로 목차를 표시하고 있는데 색다르면서 표현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여느 여행 서적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진부터 훑어보았는데 선명한 색상과 예쁜 색감으로 인해 책이 더욱 돋보인다. 웃고 있는 사람들, 보는 것만으로도 향기가 느껴지는 꽃송이, 알록달록 예쁜 색의 페인트가 칠해진 골목길,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연두빛 초록빛의 나뭇잎, 보랏빛 벽과 분홍꽃과 어울리는 액자 속의 흑백사진 등 환하고, 따뜻하고, 즐겁고, 신 나는 느낌의 사진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온정(溫情)이 느껴지는 사람들 사진이 가장 많다. 작가는 지구 위를 걷다가 만난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빵 만드는 일을 하루도 쉴 수 없다는 이스탄불 거리에서 만난 빵 파는 할아버지, 시계가 없어 매일 시간을 물어보는 쿠바 산티아고의 시계 수리공, 삶 자체를 퍼포먼스로 생각하는 옥스퍼드의 수학도, 매일매일 다른 바람 속을 달려 소식을 전하는 플렌스부르크의 우편배달부, 축축한 저녁거리에서 김광석의 <거리에서>를 틀어준 터키 셀축의 레코드 가게 주인, 이탈리아에 가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기 위해 하루 열두 시간씩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아바나의 스물다섯 청년, 물밑에서 따온 해산물을 입에 넣어주시는 하태도 해녀 할머니 등.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은 모두 따뜻했다. 여유롭고 행복한 모습이다.

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젊은이를 걱정하던 인제 감자밭 노인, 자신에겐 모두가 선생이라는 경주 기차역 앞에서 오렌지 파는 여인, 식당 하나 없던 만재도에서 돈도 안 받고 밥상을 차려주던 백발으니 난쟁이, 보말죽을 끓여주시던 비양도 할머니, 구례 산동마을에서 머리를 잘라준 일흔 살 즈음의 미용사, 1940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문을 열었다는 치과의사 한택동 씨.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정(情)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따스하다.  

볼 것 다 보고 먹을 것 다 먹는 여행 말고, 나에게 쉼표가 되는 여행을 하고 싶다. 천천히 걸으면서 시야를 넓히고, 그 마을 사람들을 차근차근 살펴보고 싶다. 시골 마을에 홀로 사는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그들의 외로움도 달래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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