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 - 내 집 마련부터 꼬마 월세까지, 이 책 한 권으로 따라 한다
이지영 지음 / 다산3.0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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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읽고 싶었던 책이다. 나도 언젠가 엄마가 될 테고, 근래에 집을 장만하면서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첫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고서는 재테크 관련 도서를 많이 읽었고, 몇 년 지나서는 경매, 전세/매매에 관한 책들도 읽어보았다. 하지만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였고, 부모님과 함께 살며 독립할 엄두도 내지 못한 때여서 경매나 그 외 부동산 관련 용어들은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결혼하기 전부터 신랑 혼자 살던 전셋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됐고, 만기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 작년 봄에 결혼하고, 뜨거운 여름이 되기 전에 집을 보러 다녔었다. 둘이 모은 돈에 맞춰 매매가 2억 5천~2억 7천 정도의 집을 찾다보니 아파트보다는 신축빌라 쪽으로 알아보았었다. 방 3개짜리 집을 보러 가면 방 2개는 너무 좁았다. 결국 큰 성과 없이 여름, 가을을 보냈고, 전셋집이 올해 5월 만기라서 연초 목표를 '집 장만하기'로 정했다. 작년 말부터 네이버 부동산에서 수시로 검색했다. 부동산에 직접 전화도 해보고, 찾아가기도 했다. 몇 달 사이에 집값이 올라 우린 매매가 3억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빌라보다는 아파트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서울에서도 집값이 싼 편인, 지금 사는 곳과 친정 사이의 동네 아파트를 알아보다가 교통편도 불편하고, 동네도 썩 맘에 들지 않아 비슷한 가격대에 조건이 더 좋은 아파트가 있는 경기도로 눈을 돌렸다. 2017년 1월, 우리 부부는 드디어 맘에 드는 아파트를 찾았다. 부동산에서 처음 보여준 집이 딱 맘에 들어 양가 부모님과 통화 후, 그날 바로 계약하기로 했다. 


저자가 말하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실전 투자 1단계가 '내 집 마련 따라하기'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부동산 투자의 첫걸음도 '내 집 마련'이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빌라 5층에 살면서 만약 갓난아기라도 있다면, 아니 임신 말기라고만 생각해도 숨이 턱 막힌다. 그 전에 집을 장만하게 되어 다행이고, 마음에 안정감이 생겨 부부 사이도 더 좋아졌다. 책 속 '부자 엄마의 즐겨찾기'에 좋은 내용이 많다. 부동산 중개업소 방문 시 기억해야 할 것이라든지 여러 유용한 사이트, 부동산 현장 방문 체크리스트 등 버릴 내용이 하나도 없어 내 집 마련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더욱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부동산 왕초보를 위한 핵심 레슨 1 : 성공적인 내 집 마련을 위한 체크리스트 6대 원칙은 (1) 역세권 아파트, (2) 대단지 아파트, (3) 로열층, 로열동, (4) 학군, (5) 인근 편의 시설, (6) 조망권이다. 여섯 가지를 따져 볼 때, 우리 부부의 첫 부동산은 꽤 성공적인 것 같다. 


주위를 보면 처음부터 비싼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서 전세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다면, 전세 대출을 받으면서 시작하기보다 평수가 작더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먼저 찾으라고 하고 싶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그곳은 안정감과 자신감이라는 거대한 힘을 불어넣어주고 경제적 자유를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강한 동기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99p)


경제적 자립을 위한 실전 투자 2단계는 '소형 아파트 투자 따라하기'다. 내 집 마련을 통해 경험과 안정감을 쌓으며 경제적 자립의 기초를 다졌다면, 소형 아파트 투자로 임대 소득을 벌어들이며 아바타 소득의 기본을 다진다. 소형 아파트 투자 방법은 (1) 전세 끼고 투자하기와 (2) 주택담보대출과 월세 보증금을 이용하여 투자 하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자금 현황에 맞춰 전월세를 결정해야 한다. 투자를 시작한다면, 20평대에 방 3개인 아파트를 찾고, 지방이면 산업단지 근처에 주목하고, 대기업이 있는 곳인지 확인하라. 임대 수익률 계산하는 법, 임차인 관리 노하우, 소형 아파트 매수를 위한 체크리스트 등 유용한 정보가 많다. 


소형 아파트가 투자에 적합한 이유는 꾸준한 수요 증가가 예측됨과 동시에 공급 또한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아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183p)


경제적 자립을 위한 실전 투자 마지막 단계는 '꼬마 상가 투자 따라하기'다. 꼬마 상가는 통상적으로 시가 5억 원 미만의 상가를 의미한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작고 저렴한 상가를 구할 것을 권하는데, 작은 평수의 상가는 임대료 부담이 적고, 업종이 다양하게 들어올 수 있어 1인 기업을 시작하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소형 상가 투자 방법은 (1) 상가를 매수하고 임대하여 수익을 얻는 형태와 (2) 상가를 매수하고 본인이 창업을 하여 수익을 얻는 형태, 두 가지가 있다.  


나는 경험을 통해 여러 개의 소형 아파트를 관리하기보다 수익형 상가 하나를 관리하는 것이 편의성과 수익률 면에서도 월등하고 관리도 수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소형 아파트의 경우, 주인이 수리 등 관리해야 하는 자잘한 일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수익형 부동산인 상가는 세입자 스스로 영업 매출을 높이기 위해 지속해서 시설 투자를 하고 외관을 업그레이드하고 관리한다. 또한 세입자의 매출이 늘어나면 상가의 가치도 저절로 올라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297p)


300페이지가 넘는 가볍지 않은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부동산에 관심이 없었다면, 끝까지 읽기가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경제적 자립을 위한 실전 투자 1단계는 이제 막 실천했으니 2단계 소형 아파트 투자에 욕심을 내보고 싶다. 내 집 마련부터 꼬마 월세까지 이 책 한 권으로 따라해볼 수 있을 만큼 책 내용은 무척이나 유익하다. 결혼을 했고, 아직 내 집 마련 전인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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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주 여행 남몰래 아껴둔 서울경기 214 - 서울 경기를 즐기는 214가지 방법 52주 여행 시리즈
로리로리와 그 남자 글.사진 / 책밥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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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해서 결혼 전에는 카메라 들고, 전철 타고, 서울경기 곳곳을 돌아다녔다. 신랑과 연애할 때도 주말이면 바람 쐴 겸 나들이를 갔었다. 2월에 처음 만나 봄에서 초여름까지 주말마다 어디든 갔었는데, 뜨거운 여름 동안은 더워서 어디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10월에 상견례를 하고부터는 결혼 준비에 집중하느라 그렇게 겨울도 보냈다. 결혼하면, 주말에는 놀러다니고 한두 달에 한번쯤 여행다니자고 했었다. 4월에 결혼하고 전라도 여행, 5월에 남산타워, 6월에 올림픽공원8월에 충북 여행, 강원도 여행, 항동철길/푸른수목원, 9월에 김포 아라뱃길 불꽃크루즈, 11월에 일본 여행, 그리고 또 겨울이 되었다. 결혼하고 여행은 많이 다녀왔는데, 주말 나들이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서울에 거주 중이라 지하철 타면 금방인데, 주말에 나가기 귀찮을 때가 많다. 여행 체질이 결혼하고 바뀐 건가. 집에서 가까운 보라매 공원에 몇 번 갔었고, 집 근처에 나갔다 오거나 집에서 보내기 일쑤다. 주말에 서울/경기 지역에서 '어딜 가볼까?' 하다가도 딱히 갈 만한 곳이 없었다. 웬만한 곳은 다 가봤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보게 된 도서출판 책밥의 <52주 여행 남몰래 아껴둔 서울경기 214>

500페이지에 가까운 이 책을 펼쳐 보았을 때, 감탄이 절로 났다.
목차가 나오기 전에 네 가지 주제에 따라 사진과 함께 여행지를 구분해 놓았다.

첫 번째는 '마음 내킬 때 골라 떠나는 여행지' :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을 때 / 초록초록한 산과 들을 보고 싶을 때 / 쉬어 가는 카페 / 첨단 신도시 여행 / 먹방 여행

두 번째는 '지친 마음 달래주는 감성 여행지' : 조용히 숨어 있기 좋은 곳 / 전망 좋은 카페 / 아날로그 감성 여행 /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곳 / 이색적 풍경

세 번째는 '저자가 강력 추천하는 계절별 Best 3 여행지'
네 번째는 '지역별&동네별 여행지'를 가나다 순으로 정리해 두었다.

책에서 서울/경기를 즐기는 214가지 방법을 알려주는 만큼, 목차도 길다.

 

1월, 뻔한 여행 코스가 지겨울 땐 이색 콘셉트로 색다르게 떠나기 / 2월, 서울을 잊게 하는 골목 탐방 / 3월, 느릿느릿 산책하기 좋은 예쁜 서울 동네 / 4월, 꽃 따라 떠나는 봄으로의 여행
12월까지 월별로 주제를 정해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목차를 보며, 가본 곳을 세어 보니 214곳 중 20곳도 안 된다.

매달 한 주에 3~5개(대부분 3개)의 장소를 소개한다.

결혼 전에 혼자서, 결혼 후에는 함께 갔던 '항동철길' 페이지를 펼쳐 보았다.

6월 첫째 주는 '서울에서 가장 매력적인 길'
: 항동철길,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 숲길, 앤트러사이트 등 세 곳을 소개한다.

먼저 약도가 나오고, 한 곳씩 세 곳을 소개하고 있는데, 주소와 찾아가는 법, 전화번호, 운영시간 등 기본 정보와 팁을 알려 준다.

 

 

 

주변 볼거리와 먹거리 정보도 있고, 마지막에는 추천 코스와 함께 스페셜 여행지도 소개하고 있다.


<52주 여행 남몰래 아껴둔 서울경기 214>에는 여행지가 표시된 지도&지하철 노선도가 들어있다.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유용하게 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부부다.
글쓰기를 즐기는 B형 아내와 사진 찍기를 즐기는 A형 남편.
저자 소개를 읽으며, 우리 부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2주 여행 남몰래 아껴둔 서울경기 214>

서울에서 수없이 가고 또 가고, 걷고 또 걸어도 좋을 곳들만 선별해서 담았고,
경기도 지역은 사진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예쁜 자연 위주로 엄선했다고 한다.
좀더 예쁘고, 비밀스럽고, 경이롭고, 무심코 지나쳤으나 결코 몰랐던
서울과 경기도의 스팟을 추리는 데만 몇 달 걸렸다고 하니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소중한 책이 될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여행지를 한 군데씩 가본다고 해도 한참 걸릴테니
한동안 주말 데이트 장소 검색하느라 진땀 뺄 일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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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서른다섯, 그런대로 안녕하다 - 나만의 속도대로 살아도 행복할 수 있어
곽민지 지음 / 홍익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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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서른다섯이다.

한 가지 이유만으로 읽고 싶었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직은 괜찮겠지?' 했던 것들에

이제는 막중한 책임감이 든다.

30대 중반을 앞두고 뒤숭숭한 마음이 없지 않은데,

『여자 서른다섯, 그런대로 안녕하다라는 제목이

뭔가 안도감을 주는 듯해 읽어보고 싶었다.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배낭여행을 준비하느라 책을 잠시 접어두었다.

그래서 책 읽는 시간이 참 오래 걸렸다. 

책을 다시 한번 손에 잡아보니 좀 두껍게 느껴진다.

하지만 짤막한 글들의 묶음집이라 읽기에 불편하진 않다.


part 1. 예전의 내가 아니야 / part 2. 죽겠어, 정말!

책을 펼치고, 이 두 부분을 읽는 속도가 정말 느렸다.

왜 그렇게 안 읽혔지?

작가의 경험과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여행 다녀와서 읽은

part 3. 사랑이 밥 먹여주니 / part 4.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두 부분은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사랑과 결혼, 남편', '부모와 가족,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마치 내 얘기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결혼과 관련한 내용이나 엄마 이야기에서 공감을 많이 했다.

과연 앞부분은 공감이 덜 돼서 지루했던 건가?



part 5. 내 삶에 만족해요 / part 6. 와인을 좋아해요 / part 7. 혼자일 때가 제일 좋아

일과 생활, 거기에 역시 작가의 경험과 생각들이 풀어진다.



나도 올해 결혼을 했고, 크지 않은 신혼집에서 살림을 시작했고,

남편은 프리랜서지만 능력자에 돈도 많이 벌어온다.

나한테 돈 벌어오라는 소리는 안 하지만, 과외하는 학생수가 좀더 늘어나면 좋겠다.

가끔 싸우긴 하지만, 솜씨 없는 음식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고맙고,

함께 장 보는 시간, 함께 하는 집안일도 즐겁다.



『여자 서른다섯, 그런대로 안녕하다』를 읽다보니

일과 가정에 충실해야 할 나이가 바로 서른다섯이 아닌가 생각된다.

곧 만나게 될 나의 서른다섯, 그런대로 안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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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엄마와 딸, 그림 대화
조혜덕 지음 / 하나의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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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 때, 엄마가 스크랩해놓은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보았다. 어린 나이에 화가들의 이름은 알지 못했지만, 신문에서 오려붙인 흑백 그림들이 기억속에 인상깊게 남아있다. 엄마 덕분인지 난 미술작품 보는 것을 좋아한다. 누구의 작품인지 무슨 기법으로 그렸는지 알지 못해도 마음에 와닿는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은 엄마와 딸의 그림 대화다. 화가의 길을 가다가 큐레이터가 된 딸이 엄마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한다.


          수많은 그림 중에서 저는 19세기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을 선택했어요. 그 작품들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소박한 일상이 담겨 엄마에게 보는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엄마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6p)



딸은 가장 먼저 그림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작가와 작품 배경을 알기 전에 말을 거는 그림을 찾고, 그림의 소리 듣기, 감상 소감을 말로 표현하기, 감상 후 하고 싶은 행동을 떠올려보고, 그림 속 인물에게 말을 걸어보라고 한다.「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읽기 전에 영국 BBC 3부작 드라마 '빛을 그린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좋겠다. 인상주의의 시초가 되었던 마네, 인상주의를 이끈 모네, 인상주의를 풍요롭게 한 르누아르, 인상주의를 새로운 스타일로 해석한 드가, 인상주의를 넘어선 세잔 등이 주인공이다. 영화 '르누아르'와 '마네의 제비꽃 여인', 고흐와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를 책으로 엮은「반 고흐, 영혼의 편지」도「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은 엄마가 주인공이 되어 오랫동안 그림 전문가로 일해온 딸에게 익숙했던 인상파, 후기 인상파인 7명의 화가를 각각의 스타일로 색다르게 만나며 그들의 삶과 예술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디지털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에게 SNS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마네 그림을 설명한 것이다. 꽃 그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7명의 화가들 작품에서 어김없이 꽃 그림을 찾아내는 딸의 마음도 예뻤다.


모네의 <점심>, <아르장퇴유 부근의 개양귀비꽃>, <정원의 여인들>, <화가의 지베르니 정원> 등 꽃이나 정원이 그려진 마음 포근해지는 그림들은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프랑스 여행 전에「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읽었더라면 모네의 작품들이 더욱 눈에 띄었을텐데 아쉽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모네의 수련 연작도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직접 보았었다. 난 르누아르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인물 그림을 좋아한다. 전에는 그저 그림만 훑어보는 게 전부였는데, 르누아르의 <선상 파티의 점심>, <그네>,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우산> 등 그림 속 인물들이 누구며, 어떤 상황인지 이야기를 풀어주니 그림에 대한 이해가 쉽고, 재미있다.


독창적인 구도로 생동감을 표현한 드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발레 그림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다림질하는 여인의 모습도 드가의 관심을 끈 주제였다. 소소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했던 드가의 그림들을 미술관에서 다시 보게 된다면 음악 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드가는 자신의 그림에서 '우연은 없다'라고 할 정도로 음악을 작곡하듯 사람의 표정과 몸짓까지 모든 것을 계획하고 그렸다고 합니다. 삶에 어두운 부분을 드러낸 음표, 긴장과 이완을 이용한 박자, 조명이 만들어내는 강약을 사용해 피아노로 꽃 달린 모자를, 첼로로 다림질하는 모습을, 바이올린으로 카페의 풍경을, 오보에로 압생트의 술맛을 작곡하듯 그림으로 이 세상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만들어 냈습니다. (185p)



세잔의 그림은 사실적이지 않다. 순간적으로 변하는 대상의 빠른 변화를 포착한 것이 아니라 대상이 품고 있는 영원한 구조를 표현하려 했다. 3차원 구성의 입체감이 아니라 2차원적인 평면으로 자연을 새롭게 구성했다.

 

          "이 그림(<에스타크에서 바라본 마르세유 만>)을 보니 세잔이 좀 촌스러운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어. 색감이 단순하고 풍경도 평범하게 다가오거든." (200p)


 

세잔은 대상이 지니고 있는 색채를 표현하려고 사과에만 매달려 지냈다. 정물을 그릴 때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대상이 지닌 색감을 다양한 시점을 통해 표현했다.


          진짜 사과를 그리기 위해 평생 관찰했던 세잔은 후기 인상파의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관점에 따라 그림을 그려도 된다는 현대미술의 길을 후배들에게 안내해 준 근대 미술의 아버지로 칭송 받았습니다.  (206p)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화가는 잘 몰라도 고흐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고흐의 대표작으로는 <별이 빛나는 밤>과 <해바라기>가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해바라기라서 고흐의 <해바라기>도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다. 고흐는 아를의 작업실에 오기로 했던 고갱이 오지 않자 자신의 집이 초라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을 화사하게 장식하기 위해 <해바라기>를 그렸다고 한다. 그림이 그려지게 된 이유, <붕대로 귀를 감은 자화상>처럼 고흐가 스스로 귓불을 자르게 된 이야기, 동생 테오와의 관계 등 고흐에 대해 듣다보니 그의 삶이 애잔하고 안쓰러웠다.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를 보기 위해 유럽여행을 계획하며 일부러 프랑스 남부지방 아를도 루트에 포함시켰었다. 그림 속 실제 장소에 도착했을 때, 고흐의 그림 속으로 들어왔다는 황홀함과 유명세를 타서 그런 건지 친절하지 않은 카페 직원에 대한 실망감이 공존했다. 10년 전, 한젬마의「화가의 집을 찾아서」를 읽고, 책에 나온 충남 공주의 '임립미술관'에 갔었다. 책을 읽고 책에 소개된 장소에 갔던 것처럼 그림을 보고 그림 속 장소를 여행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었던 김민철의「모든 요일의 여행」에서 <고흐의 방>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과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두 곳에 있다는 말이 나왔다.「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에 그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와있다.


          <고흐의 방> 그림은 같은 구성으로 총 3점의 연작이 있습니다. 첫 번째 <고흐의 방>은 귀를 자르고 잠시 병원에 있는 동안 홍수가 나서 그림이 약간 훼손되었어요. 현재는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정신병원에 있는 동안 고흐는 그림을 더 이상 야외에서 그리지 못해 자신이 그렸던 그림들을 다시 그렸습니다. 그렇게 그린 두 번째 <고흐의 방>은 색이 더 풍성하게 표현됐는데,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해 그린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시카고 미술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세 번째 <고흐의 방>은 밝고 화사한 하늘색의 벽과 단조로운 마룻바닥이 표현됐어요.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248-249p)



마지막으로 고갱은 상징적이고 내면적인 스타일로 20세기 회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후기 인상파 화가다. 고갱의 <언제 결혼할 거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1위로 카타르 왕실이 구입했다고 한다.


          엄마와 저는 고갱의 그림을 따라 그가 거주했던 지역에 가서 1800년대 후반의 고갱이 되어 봅니다. 르누아르를 만났을 때는 그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고갱의 그림은 약간 거리를 두고 그가 현실을 바라보고 상상했을 그의 욕망을 탐구해야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95p)


 

아를에서 두 달 동안 함께 지낸 고흐와 고갱은 같은 주제로 작업한 작품들도 있다. 예를 들면, 고갱은 고흐의 <밤의 카페>와 <아를 여인>을 참고하여 <아를의 밤 카페>를 그렸다고 한다. 책에 나오는 엄마의 말을 빌리면, 고흐의 그림은 "힘도 희망도 없어 보이고, 고흐의 고독한 마음이 텅 빈 카페처럼 느껴진다." 그에 반해 고갱의 그림은 "색이 강렬하고, 그의 성격처럼 똑부러지는 느낌이 들어서 깔끔해 보인다." 고갱은 고흐의 그림을 계속 보고 있으면 언젠가 미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모네의 <파라솔을 든 여인>이나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제비꽃 다발을 든 베르트 모리조>처럼 다른 화가들은 작품의 제목을 있는 그대로 정하거나 모델 이름으로 붙인다. 그런데 고갱은 <저승사자가 지켜본다>, <즐거움>, <언제 결혼할 거니?>,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처럼 추상적이거나 재미있는 제목을 붙였다.


          고갱이 추구하던 예술은 몇 사람만의 취향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주제를 순수하고 아름다운 원시적인 자연에서 찾아 강렬하고 생동감 있는 색채로 표현했습니다. 보고 관찰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생각 속에서 상상으로 그림을 그렸던 고갱은 "자연에서 작품을 훔쳐! 그리고 스스로 자연을 재창조해!"라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믿었습니다. (329p)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한 권으로 19세기 인상파 화가 일곱 명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모네부터 르누아르, 마네, 드가, 세잔, 고흐, 고갱까지 화가들의 삶과 가족 이야기,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와 딸의 대화로 풀어가는 방식도 좋았고, 무엇보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다수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림을 좋아하는 엄마와 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1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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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더 그리운 제주 - 제주로 떠나는 서른한 가지 핑계
여행자들 지음 / 하이미디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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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 여름, 서귀포 이중섭 거리에 전시된 '제주로 떠나는 서른 한 가지 핑계'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그때의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네요. 그 주인공들의 제주이야기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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