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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초콜릿
황경신 지음, 권신아 그림 / 북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난 이런 책이 좋다.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보았던 꿈꾸는 듯한 느낌의 일러스트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말투로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 이 두가지를 갖추고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황경신과 권신아의 이름, 제목을 구성하고 있는 '초콜릿'이란 단어, 그리고 표지 일러스트 까지 마음에 드는 것뿐이었다.
2006년에 읽었던 소설집 '슬프지만 안녕'을 통해 황경신을 처음 알았고 월간 잡지 <PAPER> 역시 그때 알았다. 서점에 갈 때마다 매달 바뀌는 <PAPER>를 훑어보곤 한다. 그렇게 만났고 빠져들게 된 황경신의 글은 내게 마약과도 같다. 그녀의 글에서는 감미로운 멜로디가 들리고 그 때마다 내 가슴은 두근거린다. 글마다 느낌이 있고 아름다움마저 전해지는 듯하다. 오래전에 도서관에서 꺼내 든 권신아 일러스트레이션 'Indigo'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아름다운 색감과 그녀만의 표현에 감탄했었다. 그후에 보았던 'Alice'와 '예랑의 키다리 아저씨'도 너무 예쁜 책이었다. '밀리언 달러 초콜릿', 내가 좋아하는 황경신의 글과 권신아의 일러스트가 만났다.
따뜻한 초콜릿 한 잔을 마시며 달콤한 향과 맛을 음미하며 그렇게 읽고 싶은 책이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3년 동안 연애했던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그와 진지한 만남이 시작되기 전, 2월 13일에 나와 내 가장 친한 친구와 우리의 5년 선배였던 그와 그의 가장 친한 친구 넷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나와 그의 친구, 내 친구와 그는 서로 의남매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식사도 하고 유원지에서 바이킹도 타고 드라이브도 하고 아직 추운 날씨였지만 마음은 따뜻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학교 동아리 방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역전에서 헤어질 때 나와 내 친구는 서로 의를 맺은 오빠들에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건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알았다. 그는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도 가끔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함께 먹어주던 그가 고마웠다.
사랑과 기쁨과 축제, 장미와 스무 살과 유혹, 노래와 영화와 드라마틱한 삶, 청춘과 비밀이란 말들이 행복감에 젖어 웃음 짓게 만든다. 질투와 불행과 상처, 착각과 혼란과 규칙, 가난과 슬픔과 아픔, 실수와 불평과 거짓이란 말들이 심장을 찌르며 눈물 맺히게 한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던 추억들은 의미가 불분명해지며 희미한 기억으로 흩어지고 만다. 그런 걸 반복하는 것도 사랑이겠지만 이제는 아픈 사랑은 그만하고 싶다. 따뜻한 계절 봄이 기다려진다. 사랑하고 싶은 계절이다. 뭔가 좋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