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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뚫리면 인생도 뚫린다
이상덕 지음 / 비타북스 / 2024년 1월
평점 :

개인적으로 건강 관련 도서는 잘 읽지 않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제목에 관심도 없었을 텐데, '코'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읽고 싶었다. 딸아이는 유치원 입학 전까지 (다쳐서 응급실을 가거나) 예방 접종할 때를 제외하고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유치원 입학하고 감기로 병원 가는 일이 점점 늘었다. 재작년에는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그나마 나았는데, 작년에 마스크를 벗으면서부터 1학기에만 10일 이상 결석했다. 기침이 심해서 소아과를 시작으로 한의원, 이비인후과 등 여러 곳을 갔는데 후비루 때문이란다. 약을 먹고 좀 나아졌나 싶다가도 침샘염, 중이염, 독감에 걸리기도 했고, 폐렴으로 생애 첫 입원까지 했다. 기침, 콧물, 코막힘, 가래 등 여러 증상이 있었고, 아이가 다 나을 쯤에는 내가 콧물, 코막힘으로 고생했다. 자면서 코 막히는 아이를 보면 안쓰럽고, 내가 코 막히면 잠에 들지 못해 힘들었다. <코가 뚫리면 인생도 뚫린다>라는 제목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코가 뚫리면 인생도 뚫린다>는 1만 번도 넘게 수술한, 하나이비인후과 병원장인 이상덕 저자가 환자를 진료할 때 못 다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건강 정보 때문에 병이 악화된 환자를 많이 보아서 꼭 필요하고 정확한 정보를 쉽게 풀어내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런 생각과 마음이 환자 입장에서는 무척 고마울 것 같고, 코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도움 될 것 같다. 차례를 보면 콧병과 콧병 치료, 어린이 콧병, 코골이로 나누어지고 중간중간 플러스 정보를 넣었다. 부록으로 유용한 코 상식과 수면 상식까지 나오니 책 한 권이 알차다.

일교차가 크거나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면 예민한 사람들은 재채기나 기침, 콧물, 코막힘 증상이 나타난다. 콧속 여러 구조물이 점막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오랜 시간 콧병을 앓아온 환자는 보통 두 가지 이상의 콧병을 달고 산다고 한다. 마치 대학 교재 같기도 한 <코가 뚫리면 인생도 뚫린다>는 비강과 부비동의 구조라든지 정상과 비염 혹은 정상과 축농증의 비교를 그림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글만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여러 콧병이 발생하는 과정을 이해하기에 앞서 코 구조를 보여 준다. 그냥 콧구멍이 두 개 있는 코라고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코 내시경 같은 도구를 사용해야 볼 수 있는 콧구멍 안쪽에 대한 이야기에 새로우면서도 한 번쯤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 증상의 끝판왕인 코막힘이나 알레르기 비염 등 관심 있는 부분은 더 집중해서 읽었다.
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 조건은 습도라고 한다. 코가 가장 편안한 습도는 40~60%인데, 비염 환자라면 되도록 50%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단다. 그리고 실내외 온도 차를 줄이자. 여름에는 24~28도, 겨울에는 18~20도로 적정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궁금했던 점! 미세먼지가 많아도 환기해야 할까?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실내 공기가 바깥보다 좋으면 환기하지 않고 창문을 닫아두는 것이 낫고, 바깥보다 나쁘면 환기해야 한다. 다만 청소하거나 기름을 사용한 요리를 할 때는 실외 미세먼지 농도와 상관없이 맞바람이 통하게 창문 열고 환기를 해야 한다. 요즘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상태도 하루에 몇 번씩 확인하고 있다. 주말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되도록 안 나가게 된다. 공기청정기를 켜고 습도는 50%로 맞추고 있다. 아이가 기침하고 코막히던 게 실내 습도에 신경 쓰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다.

후비루 때문에 기침이 심한 아이를 데리고 병원 진료를 볼 때마다 다행히 비염이나 축농증은 아니라고 했다. 급성 축농증 환자 중에는 어린이가 많다고 한다. 부비동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감기가 축농증으로 쉽게 번지는 게 이유다. '3장 어린이 콧병과 코골이의 모든 것'을 더욱 관심 있게 읽었다. 초등 입학 전 영유아가 감기로 병원을 찾는 횟수가 연평균 6.5회라는데, 딸아이는 작년 한 해 동안 병원을 스무 번 가까이 갔다. 약을 너무 오래 먹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컸다. 최근에 TV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의 아들이 아데노이드 제거 수술을 했다고 해서 딸아이도 코막힘이 심할 때 코를 골기도 했던 터라 걱정스럽게 보았다. 다행히 지금은 기침도 나았고, 자면서 코막힘도 거의 없다.
4장에 나오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이야기도 관심 있게 읽었다. 폐경 전후 갱년기에 체중 증가와 호르몬 변화로 코골이 소리가 커지는데, 비만을 해결하면 코골이가 다소 줄어든다고 한다. 수면무호흡증 자가 진단법이나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치료 방법도 나온다. 코골이 수술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기도 주변 구조물의 문제로 인해 기도가 막힐 때 확실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될 때만 수술한다고 한다. 가장 보편적인 치료법은 양압호흡기로 시작한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처음부터 수술 걱정으로 겁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부록에서는 코막힘 스프레이의 비밀, 올바른 코 세척 방법, 임플란트 하기 전에 축농증부터 확인 등 유용한 정보가 많다. 아이가 40개월 안 됐을 때, 코에 뭐가 있다고 해서 코딱지 빼줄게 면봉 가져오라고 한 적이 있다. 콧속을 보는데 반짝거려서 깜짝 놀랐다. 작은 보석스티커였는데 다행히도 핀셋으로 쉽게 빼냈다. 아이가 말을 못할 때거나 더 깊숙이 들어갔더라면 정말 아찔했을 상황이었다. 부록에는 코에 넣는 이물질 중 위험한 것이 무엇인지도 나오는데, 이물질이 작을 때는 반대쪽 콧구멍을 막고 세게 코를 풀면 나올 수도 있단다. 하지만 면봉이나 핀셋으로 꺼내려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거나 코 점막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어서 위험하다고 하니 조심해야겠다.
<코가 뚫리면 인생도 뚫린다>에는 이비인후과에 가면 물어보고 싶은 모든 질문을 담았다고 한다. 감기 자주 걸리는 어린이가 있는 집, 코골이가 심한 사람, 콧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