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저물어간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날씨도 한결 쌀쌀해진 것 같고, 낙엽은 우수수 잘도 떨어진다. 매주 주말 집에만 있는 것도 싫증이 나 무작정 집을 나섰다. 사실 나는 늘 궁금하다. 다른 분들은 주말에 무엇을 하는지 말이다. 나만 이렇게 심심하고 할 게 없는 건지 다른 분들은 어떤지 알고 싶다.

 

막상 나와도 갈 곳이 없어 극장으로 갔다. 무슨 영화를 볼지 확실히 정하고 간 것도 아니라, 요즘 뭐가 재미있을까 살펴 봤다. <월레스와 그로밋:거대 토끼의 저주> <유령 신부><새드 무비>...차근차근 살펴 보는데, 굉장히 공포스런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공포영화 제목 같으면서도 묘하게 심금을 울리는 제목을 가진 영화...<40살까지 못해본 남자> -_-;;;

 

주인공의 처지를 상상만 해도 공포스럽다. 이 영화를 보고 나도 주인공처럼 되면 안되겠다는 경각심을 가지려는 의도에서 봤다. 그저 그런 코미디였다. 아주 재미없지도, 있지도 않은...중년판 <아메리칸 파이>였다고나 할까. 한 마디로 비추다.

 

영화를 보고 서점에 들려서 책구경을 했다. 신돈 이야기를 그리는 월탄 박종화 선생의 <다정불심>을 사려 했는데, 없어서 그냥 왔다. 갖고 싶은 책은 너무 많은데 벌이가 시원찮아 답답하다. 언제쯤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책을 살 수 있을까...

 

서점에서 나와 집에 가려는데 웬 남자가 나를 잡았다. 얼굴을 보니 덕이 있고, 어쩌고 하길래 바쁘다고 뿌리치자 오히려 강하게 나온다. 보아하니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성인인 것 같은데, 길거리에서 사람이 말을 걸면 들어줘야지 왜 무시하냐 이거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이 상궤를 벗어난 답변에 오히려 죄책감이 드는 것이 아닌가... 백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그 때부터 더욱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사주를 볼 줄 아는 자기같은 사람이, 지나가던 나에게 안좋은 기운이 보이길래 친절한 뜻에서 가르쳐 주려 하는데 왜 무시하냐 이거다. 너무 화를 내길래 진정시키느라 힘들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난 후 그 사람, 본연의 임무로 들어왔다. 내가 성공의 기운을 타고 났으나 마가 꼈다, 나 때문에 부모님이 아프시고, 여인과의 인연도 달성할 수 없으며, 친척 중에 자살하신 분도 나 때문에 했단다..내가 무슨 <오멘>이냐! 안되는 건 다 내 탓이란 말이냐! 

 

그러면서 자기와 5분만 이야기를 해보잔다. '됐거든'하고 그 인간에게서 벗어났다. 얘네들이 전략을 바꿨나 보다. 사람들이 무시하면 오히려 화를 내는 걸로, 순간 당황해서 사과하고 말을 들어주면 본색을 드러내는 식으로...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나 답답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한 번 더 타야 한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 인도에 온통 낙엽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웬지 낙엽을 밟으며 집으로 걸어가고 싶었다. 약 30분쯤 걸어야 하는 짧지 않은 길이지만, 낙엽을 사박사박 밟으며 걷는 것이 운치가 그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적없는 길을 홀로 걸었다. 그 얼마나 많은 시인,묵객들이 가을과 낙엽을 노래했는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이런 시도 있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처럼 쓸모없고, 처연한 느낌을 지닌 낙엽을 밟으며 한껏 늦가을의 정취에 빠져 걷고 있는데...어디선가 묘한 냄새가 났다. 금방 사라지겠지 했는데 계속 난다. 주위를 둘러보니 오른편에 철책 넘어로 거대한 건물이 있다. 표지판을 읽어보니 <하수처리장> 이다...-_-;;

 

일요일 밤에 무슨 처리할 하수가 그렇게 많다고...질식할 듯한 살인적인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 냄새는 마치 파리의 하녀, 프랑소와가 걸레빤 물 냄새+ 맨해튼 하수도 냄새+ 안동 김씨 종가 측간에 2백년 동안 쌓인 인분 냄새를 합한 듯한 냄새였다.

 

나는 미친 놈처럼 달리며 냄새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 냄새는 빚쟁이가 빚진 놈을 끈질기게 쫓아오듯 나를 추격했다. 미치는 줄 알았다. 나는 냄새를 털어내려 발버둥치며 미친 넘처럼 댄스를 추워댔다. One Man Tango...

 

간신히 위험 지역을 벗어났다.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했지만 아직도 나는 듯 하다. 어느 늦은 가을 날의 외출은 최악이었다...T.T

 

 



  

 

 

 

 

 

 

 

 

   

 

 

 

 

<사진은 디씨 인사이드- 신돈 갤에서 퍼왔음. 본문 내용과는 1g도 상관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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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5-11-0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들이 전략을 바꾼 모양이네요. 가을 낙엽 밟으며 영화 보러 가고 싶다며 울부짖는 요즘인데, 제다이님의 이 글을 읽어도 여전히 영화 보고 싶고, 낙엽 밟고 싶어요...

아영엄마 2005-11-0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도 제사를 지내야 조상님 덕을 본다... 이런 거 하는 사람들이 길에 버티고 있으시구먼요. 빠져 나오기 버거워...@@;

oldhand 2005-11-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수필에서도 여전히 대단하신 필력입니다. ^_^

jedai2000 2005-11-08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무코님...하수 처리장은 우리 동네에만 있을 테니까 안심하시고 나가서 바람도 쐬시고, 낙엽도 밟으시고, 영화도 보세요..^^;;

아영엄마님...그 사람들은 제사 잘 지내서 조상님 덕 많이 봐서 길거리에서 그러구 섰나 보죠 뭐..ㅋㅋ

올드핸드님...아이구~ 수필은 무슨요..^^;; 그냥 잡담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라마 <신돈>에서 노국공주 역을 맡은 서지혜 양이시다. 아흑~! 상콤하기도 하여라. 화제가 됐던KT&G <춤추는 천사> 광고에서 따왔다.

 

요즘 신도니안(신돈 폐인- 본인도 신도니안을 자처함. 여태까지 드라마에 이렇게 필 꽃혀본 건 처음임)들 사이에서 톡끼지혜라는 엄청 귀여운 별명을 갖고 있는 지혜 양. <여고괴담4-목소리>의 주연이었다. 내가 이 영화를 왜 안 봤을까? 매콤한 눈물이 난다.

 

 

 

 

 

 

 

 

 

 

 

<여고괴담4:목소리>에서 공연했던 김옥빈 양과 함께...왼쪽이 서지혜 양이시다. 개인적으로 다시 태어나면 오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이번이 처음이다. -_-;;

 

 

 

 

 

 

 

 

 

 

 

 

 

 

 

드디어 <신돈>의 노국공주다. 개인적으로 노국공주 같은 마눌을 얻을 수 있다면 지금 죽어도 한이 없겠다. -_-;; 현재의 발청률(11%)을 넘어 많은 사랑을 받는 드라마가 되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다음은 서지혜 양이 직접 쓴 제작노트입니다. MBC 홈에서 퍼왔습니다.

 

아직까지 신인티를 벗지못한 저에게 노국공주라는 큰 배역을 주셔서 제작진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드라마 "신돈"의 출연제의를 받았을때, 사극출연은 처음인데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드라마와 차별되는 대규모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역사물이고 노국공주의 나이폭도 넓어서 적지 않은 부담감도 있었지만, 감독님 및 작가선생님과 제작 스탭진 모두를 믿고 의지하고 연기하고 있으며, 이번 출연기회를 통해 연기는 물론 연기외적으로 많은것을 느끼고 배우며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올해 복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아여~~ *^^*

제가 제일 막내이다 보니 연기자 선배님 및 모든 스텝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이뻐해주셔서 즐겁구 재미나게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두 들구여~

드라마나 CF를 통해서 더욱 더 노력하는 모습, 새로운 모습 보여드릴테니깐 응원 마니 마니 해주시구여, 이쁘게 봐주세요~ㅎㅎ 

앞으로 "신돈" 더 많이 사랑해주시고 많은 시청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구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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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1-03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돈이 재밌나 보군요...! 보고싶긴 한데, 파리의연인이랑 시간이 겹치죠?

jedai2000 2005-11-04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일&추리가 좋아님...서지혜 양 120% 제 스타일이죠. 요즘 서지혜 양과 사귀는 방법을 연구중입니다. 조만간 연구 성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날개님..<신돈> 너무 잼있습니다. 최고예요! <프라하의 연인>이 인기가 많지만, 종영되면 <신돈>이 날아오를 게 분명합니다!

아영엄마 2005-11-05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제다이님이 좋아하는 여성상이군요.^^

jedai2000 2005-11-0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정말 좋아여~ ^^;;
 

모처럼 한가한 오후를 맞아, 요즘 일본 미스터리 중에 뭐가 잘 팔리나 싶어 일본 아마존을 가 봤습니다. 그 중에서 미스터리 베스트셀러만 찬찬히 훝어보고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심심한 김에 한 20위까지 올려봅니다.

 

1위 - 다빈치 코드 (상)

 

역시 대단합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다빈치 코드> 열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나 봅니다. 내년에 나올 댄 브라운의 신작은 그야말로 태풍이 되겠네요..

 

2위 - 망명자 The Joker

 

오사와 아리마사의 작품입니다. 신주쿠 시리즈는 아닌 것 같은데, 표지에 놀랍게도 한글이 들어가 있습니다. 전사, 덥적거림이라는 정체불명의 한글이..-_-;;  일본어에는 까막눈이라 왜 한글이 들어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남성미 넘치는 하드보일드 작품이라는 예상이 드네요. 10월 25일에 나왔네요.

 

 

 

 

 

 

 

 

 

 

 

 

 

 

 

 

 

 

 

 3위 - 다빈치 코드 (하)

 

일본에서도 분권으로 재미를 보는군요..^^;;

 

4위 - 키스, 키스

 

로알드 달의 작품입니다. 이 작가 90년에 사망했는데, 신작이 나올리는 없고, 아마 단편 모음집 같은 게 아닐까요? <찰리와 초콜렛 공장>이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덕분에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5위 - 가라미 신부의 마을(絡新婦の理)

교고쿠 나츠히코입니다. 이게 맞는 제목인지는 모르겠네요. 일본어를 못하는 관계로 그냥 검색해 본거거든요. '교고쿠도 시리즈'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96년 작품인데 인기는 여전한 가 봐요.  

 

6위 - 文庫版 塗仏の宴―宴の支度

 



 교고쿠 나츠히코 작입니다.  제목은 모르겠습니다. 잘 아시는 분이 좀 달아주세요...^^;;

 

 

 

 7위 - 文庫版 塗仏の宴―宴の始末

 

교고쿠 나츠히코.  제목이 6위와 비슷한 걸로 봐서 속편쯤 되지 않을까요?

 

8위 - 캘리포니아 걸

 

T. 제퍼슨 파커라는 미국 작가의 열두 번째 작품입니다. 캘리포니아를 주로 무대로 쓰는 작가라는데, 60년대를 배경으로 창고에서 발견된 목없는 시체의 비밀을 풀어가는 작품이랍니다.  

 

9위 - 鐵鼠の檻

 

역시 교고쿠 나츠히코입니다. 이건 교고쿠도 시리즈가 맞을 겁니다. 10위권 안에 4개라니 대단합니다. 국내에도 <우부메의 여름>과 <망량의 상자>의 반응이 뜨거웠었죠. 시리즈3편 <쿄코츠의 꿈>이 번역 착수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0위  - 턴 Turn

 



 

기타무라 카오루라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뚜벅이님께 몇 번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나지 않네요.

 

 

 

11위 - 落葉同盟



 아카가와 지로입니다. 꽤 오래된 작가인데 일본에서는 아직도 팔리나 봅니다. 제목은 모르겠는데, 표지를 보니 고양이가 들어가 있는 걸로 봐서 '얼룩고양이 홈즈' 시리즈가 아닐까 하는 원초적인 추측을 합니다...-_-;;;

 

 

 

12위 - 파우스트 ファウスト Vol.3 2004.Summer

 

 

 

 느낌이 웬지 잡지 같습니다. 미스터리 전문 무크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잡지도 나오고 부럽습니다.

 

 

 

 

 

 

13위 - 팬텀 (상)

 

수잔 케이라는 금시초문의 작가입니다. 누굴까요? 찾아보니 가스통 루르의 <오페라의 유령>을 현대적으로 다시 썼다고 하네요. 평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14위 -  첫사랑

 

中原 みすず라는 이름의 작가네요. 완전 금시초문입니다. -_-;; 심심해서 한 거라지만 아는 게 너무 없네요.

 

15위 - 스킵 Skp

 

 

 

 기타무라 카오루의 작품입니다. 10위의 <턴>과 표지가 비슷한 데 무슨 관련이라도?

 

 

 

 16위 - 동기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입니다. 국내에도 <사라진 이틀 - 한오치>라는 작품이 나왔었죠.

 

17위 - 리셋 Reset

 

 

 

헉...기타무라 카오루입니다. 표지가 계속 일관되네요. 건축물 시리즈인가요?

 

 

 

 18위 - 世界の宗教と戦争講座   

 

이자와 모토히코랍니다. 제목은 <세계의 XXXXXX 강좌>입니다. 죄송합니다. 한문 실력이 초등생만도 못합니다..(--)(__)

 

19위 - 천사와 악마 (상)

 

댄 브라운입니다. <다 빈치 코드>의 전편이자 로버트 랭던 교수가 첫등장한 작품입니다.

 

20위 - 동급생

 

감격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급생>입니다. 고교 야구부 주장이 자신의 애를 밴 채 죽게 되자 그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라네요.  

 

고수님들이 많이 참여하셔서 기타무라 가오루와 이자와 모토히코 등의 비밀을 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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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8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장이군요 ㅠ.ㅠ 그나저나 니도 일본어를 모르신다니 ㅠ.ㅠ;;;

panda78 2005-10-2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번은 알겠어요. ^^;; 세계의 종교 전쟁 강좌...
6,7 번 문고판 ** 의 연회- 연회의 준비 , 문고판 **의 연회 - 연회의 시말(경위, 자초지종?) 과연, 무엇의 연회일까.. ;;
11번 낙엽동맹.. (얼룩 고양이 홈즈 시리즈가 계속 나오고 있나 보지요? @ㅂ@)



2005-10-28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5-10-2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룩고양이홈즈시리즈는 계속 나온다던데?

panda78 2005-10-29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구나. 저는 우리나라에서 문고판으로 나오다가 절판됐길래, 시리즈도 끝난 건줄 알았어요. ^^;

jedai2000 2005-10-2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6,7번은 도불의 연회랍니다. '도불'도 요괴래요. 교고쿠도 시리즈랍니다. <세계의 종교 전쟁 강좌>와 <낙엽동맹>이었군요. 얼룩 고양이 홈즈 시리즈는 지금 한 20편 나왔겠군요..-_-;; 책은 월요일날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만두님 같이 일본어 공부나 하실래요? ^^;; 일본어만 능통해도 인생이 200% 즐거워질 것 같아요.

panda78 2005-10-29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도불이란 요괴가 있었군요... 교고쿠도 시리즈 넘 좋아요...^^
[백귀야행]도 다시 나오면 좋겠고..

jedai2000 2005-10-3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고쿠도 시리즈 최고죠. 정말 재미있어요. 손안의 책에서 페이스를 좀 빨리 해 일년에 두 편 정도 선보였으면 좋겠어요. <백귀야행>까지 포함해 외전류의 작품도 다시내주었으면 좋겠구요..^^;;
 
알렉산더
폴 C. 도허티 지음, 한기찬 옮김 / 북메이커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연초에 <알렉산더>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혹평도 많았지만 저는 나름대로 상당히 좋게 봤습니다. 젊은 나이에 눈부신 성공으로만 내달린 영웅의 일대기만이 아닌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동성애, 아버지에 대한 동경과 증오라는 이중적 감정에 시달리는 복잡한 알렉산더의 내면을 그린 점을 좋게 봤거든요.권력욕의 화신인 어머니와 마초의 대명사인 아버지가 자신을 옥죄는 질식할 듯한 좁은 나라를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만 눈을 돌리는 그의 여정은 감동적입니다...

그렇게 영화에 대해 상당히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던 차에 우연히 이 책을 접했습니다. 제목의 알렉산드로가 알렉산더였더군요. 관심이 가서 읽어 봤는데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무엇보다 영화에 나오는 유명 인물들이 소설에도 전부 등장합니다. 알렉산더의 친구이자 죽음으로 함께한 연인 헤파이스테이션, 훗날 파라오가 되는 부하 장수 프톨레마이오스, 왕중앙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대제...등 영화로 친숙한 인물들이 전부 등장해 무지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영화에서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소설이랑 거의 흡사하더군요. 저는 역사가들의 견해들이란 대체로 비슷한 가 보구나...했는데 알고 보니 이유가 있더군요. 이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 1986년에 나온 알렉산더 연구가 로빈 레인 폭스의 저서를 많이 참고했다고 적었더군요. 그런데 그 사람이 올리버 스톤을 6개월간 따라다니며 영화 <알렉산더>의 자문을 했다더군요. 그러니 내용이 비슷할 수 밖에 없었던거죠..^^;;

그래도 알렉산더의 생애를 그린 영화는 단지 영화일 뿐이요, 이 작품은 엄연히 역사 미스터리물입니다. 작가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작품 내내 스며 들어 있기에 영화랑은 분명히 차별됩니다. 전 그리스를 통일한 알렉산드로스는 눈을 소아시아로 돌립니다. 하지만 그 곳은 세계 최고의 권력을 가진 왕중왕 다리우스가 지배하고 있었죠. 전쟁의 기운은 점차 고조됩니다. 한편 알렉산드로스의 친구인 의사 텔레몬은 왕의 호출을 받고 전장으로 향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전쟁은 정보로 결판이 납니다. 낯선 아시아로 쳐들어가다 보니 알렉산드로스는 그 쪽 지방의 주민들을 고용해 길잡이꾼으로 씁니다. 하지만 그들은 밀실에서 한 명씩 교묘하게 살해됩니다. 단서는 단 하나 다리우스 대제가 알렉산더에게 '나이팟'이라는 첩자를 심어 놓았다는 것...그는 다리우스에게 방해가 되는 길잡이꾼들을 하나씩 살해하는 거죠. 지혜로운 텔레몬은 왕을 위해, 자신을 위해 밀실 살인 사건의 비밀을 풀고 첩자를 잡아야 합니다...

이상이 줄거리인데 대단히 흥미롭지 않습니까? 작가 폴 도허티는 본질적으로 역사가의 눈과 소설가의 가슴을 겸비한 것 같습니다. 그 시대의 복식이나 행동 양식, 건물, 전쟁 묘사 등에 관해서는 치밀하게 세부적으로 묘사하는데 매우 그럴 듯 합니다. 또한 작가의 상상에 의거한 허구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뛰어난 상상력으로 역사 속에 감춰진 비밀을 재구성합니다. 대단한 실력입니다.

추리 소설적 측면을 차지하고서라도 대단히 재미있는 책입니다. 특히 클라이막스의 전쟁 장면의 장쾌함은 놀랍습니다. 머리 속에 장엄한 전쟁의 한 장면이 그려지는 듯 하죠...추리적 측면에서도 과히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적어도 역사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추리적 측면은 부차적으로 허투로 넘기진 않았습니다. 진상은 충분히 납득이 가고 사용된 트릭도 단순하지만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요즘 재고 서적으로 많이 돌고 있던데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뒷 표지에 <앨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 이후 최고의 역사 미스터리>라는 말이 있던데, 제 생각에는 그 이상입니다. 역사 묘사는 더 치밀하고 미스터리는 더 흥미롭습니다. 지적이고 세련된 소설입니다. 꼭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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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5-10-2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까지 재활용 끝입니다. 그간 여기저기 써 놓았던 걸 다 모았습니다. 모아 놓으니 좋네요..^^;; 앞으로는 여기다 주로 리뷰를...

panda78 2005-10-28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책소개도 없고 자료가 거의 없어서 읽을까 말까 망설였는데, 제다이님 리뷰 읽고 나니 얼른 사고 싶어지는군요. ^^

jedai2000 2005-10-2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급했듯이 영화를 재미있게 봐서, 영화랑 비슷한 인물과 배경, 사건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이 맘에 들었어요. 그렇지만 책만 보셔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폴 도허티라는 작가는 역사 추리소설을 잘 쓰는 작가랍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특정한 역사라기보다, 이집트, 알렉산드로스, 로마, 중세 유럽 등 다채로운 역사를 다루는 미스터리를 쓰고 있어요.

panda78 2005-11-0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말고 구할 수 있는 폴 도허티의 책이 또 있나요?

jedai2000 2005-11-0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파라오를 죽였는가>라는 책이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를 다루고 있는데 지금 초반부를 읽고 있지요. 프로필을 보면 영국 어디 학교 교장이래요. 평소 역사를 좋아했나 봅니다. 아마존을 보면 책이 상당히 많습니다. 평점은 다 좋구요.

panda78 2005-11-0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품절이더라구요. ^^; 우선 알렉산드로스부터 읽고..

panda78 2005-11-03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본콜렉터 1,2]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ㅂ^
감사드려요- 아무래도 영화를 봐서, 원작이 궁금하면서도 손이 안 갔는데,, ^^ 제다이님 덕분에 링컨 라임 첫편을 읽게 되었네요.
즐겁게 읽고 코핀 댄서 살게요. ㅎㅎㅎ <(_ _)> (^ㅁ^)/ 꾸벅!

비로그인 2005-11-04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링컨 라임에 빠지면 행복해요..;;; 하루라도 빨리..;;

jedai2000 2005-11-0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책 무사히 갔다니 다행입니다. 되게 이상하게 포장되어 있죠? ㅋㅋ 남자라 손이 서툴러요...^^;; 모쪼록 재미있게 읽으시고, 다음 편 <코핀 댄서>도 꼭 보시길...

비숍님...응원의 메시지까지 남겨 주시고 감사드립니다..^^;;

panda78 2005-11-0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핀 댄서 주문했어요! ^^ 기대기대-

panda78 2006-02-15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렉산드로스의 음모가 오늘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자간이나 행간도 적당하고 책 자체도 이쁘게 나왔군요. ^^ 아껴뒀다 읽으려고 잘 뒀답니다. ㅎㅎㅎ
 
불연속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3
사카구치 안고 지음, 유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처음으로 품평회란에 글을 남겨 보네요... 사실 추리 소설은 평을 쓰기가
애매해서 -단서나 범인 정체 등을 노출시킬만한 스포일러를 빼고 쓰기가 넘 힘들죠... 그래서 짤막짤막하게 느낌만을 담은 짧은 평을 주로 썼는데, 이 작품 <불연속 살인 사건>은 워낙에 악전고투하면서 읽은 작품이라 그렇게 쓰기가 웬지 아쉽더라구요...지금도 이 책 읽을 때 생각만 하면 T.T

작가인 사카구치 안고는 첨 들어보는 사람이었고, 이 작품 이후엔 별루 추리 소설을 안 쓴 모양이더군요...요즘은 옛날같이 추리 소설계의 풍토가 별루 척박하진 않아서 동서 추리 문고 등에서 서양의 좋은 추리 소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만 유독 제일 가까운 나라 일본의 좋은 작품들을 접하기가 힘드네여... 130권이 넘는 동서에도 <음울한 짐승>,<점과 선>,<혼징살인사건>과 이 작품 밖에는 없구요. 아쉽습니당. 어쨌든 동서에서 출간된 네 작품 다 수작인 것은 만족스럽네요... 더욱 더 많은 일본 추리 소설의 걸작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특히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라면...

<불연속 살인 사건>은 다들 아시다시피 한 여름의 별장에서 연속적으로(불연속적으로인가?)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워낙 많은 등장 인물이 얽히고 섥히고, 등장 인물들이 거의 불륜 관계로 맺어져 있어 마치 한국의 아침 드라마를 보는 듯 합니다. 등장 인물들은 전부 작가나 극작가 등의 문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좀 배운 사람들이 더하다고 어쩜 그리 도덕성들이 없는지, 전부 다 음탕하고 뻔뻔스런 족속들이더라구요.


제가 개인적으로 작가들을 동경하고, 작가 지망생이기도 한지라 여기서 묘사되는 작가들의 성품은 자못 충격적이었습니다. 작품에서 나오는 온갖 불륜들과 추잡한 성행위들을 보노라니 정말.... 저도 빨리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_-; 농담이구 또 다른 일본 작가 시바타 렌자부로의 <유령신사>라는 책에서의 작가의 말에서도 바람피는 걸 굉장히 긍정하는 것 같던데 이것이 일본 작가들의 성향인지...참 부럽습니다..-_-;
머 작가가 작가이니만큼(무슨 말이지-_-;)작가들의 성향도 잘 알고 보고 들은 것도 많을테니 정확하게 썼겠지여...

어쨌든 별장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해결해 가는 탐정이 나오고, 멋진 추리가 나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엄청난 등장인물들의 수... 앞의 <등장인물>란과 데카님의 등장 인물 관계도를 수시로 참조하며, 정말 수시로 한 페이지 안에서도 세,네번은 찾아야 했습니다. 읽다가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책을 좀 빨리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하루를 전부 투자했습니다. 조금 읽다 보면 이름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묻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작품은 어떨 때는 주인공들의 성을 쓰고  어떨 때는 이름을 쓰기 때문에, 이 놈이 그놈인지, 아까 그놈이 맞는지,등등의 헷갈림이 끝이 없습니다. 다만 중 후반부에 가면 등장인물들이 거의 다 죽어 나가기 때문에 자연스레 인물이 적어져 헷갈림이 줄어듭니다...-_-;


그러나 워낙 많은 등장 인물들이 등장해 헷갈리게 하기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읽었기 때문인지 독서의 몰입도는 상당히 있는 편이었습니다. 앞으로 읽으실 분들도 넘 겁내지 마시고 최대한 집중하고 몰입해서 읽어 보세요...

많은 분들이 넘 많은 사람이 불필요한 이유로 죽는 게 아닌가? 하시던데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보면 그 이유가 어느 정도 제시된 듯 하더군요...많은 살인 사건 가운데 특히 꼽추 시인을 죽일 때 썼던 트릭은 매우 맘에 들었습니다. 사소하지만 현실감이 넘치는 설정으로 실제로도 충분히 사용할 만한 트릭이 아닐까요? 순수한 추리 소설의 쾌감, 복잡한 수수께끼의 제시와 시원한 해결에 집중한 상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머 당시 문인들의 퇴폐적인 생활상의 묘사같은 거는 그냥 양념으로 쓰인 거 같고, 그야말로 트릭과 해결에만 몰두한 거 같습니다. 누군가 <김전일>의 선배격인 작품이라고 하신 걸 본 거 같은데, 딱 그 말이 맞는 거 같네요...문학성이다, 당대 생활상의 묘사다, 이거 저거 다 각설하고, 수수께끼 제시와 기발한 추리, 명쾌한 해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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