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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속 살인사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3
사카구치 안고 지음, 유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처음으로 품평회란에 글을 남겨 보네요... 사실 추리 소설은 평을 쓰기가
애매해서 -단서나 범인 정체 등을 노출시킬만한 스포일러를 빼고 쓰기가 넘 힘들죠... 그래서 짤막짤막하게 느낌만을 담은 짧은 평을 주로 썼는데, 이 작품 <불연속 살인 사건>은 워낙에 악전고투하면서 읽은 작품이라 그렇게 쓰기가 웬지 아쉽더라구요...지금도 이 책 읽을 때 생각만 하면 T.T
작가인 사카구치 안고는 첨 들어보는 사람이었고, 이 작품 이후엔 별루 추리 소설을 안 쓴 모양이더군요...요즘은 옛날같이 추리 소설계의 풍토가 별루 척박하진 않아서 동서 추리 문고 등에서 서양의 좋은 추리 소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만 유독 제일 가까운 나라 일본의 좋은 작품들을 접하기가 힘드네여... 130권이 넘는 동서에도 <음울한 짐승>,<점과 선>,<혼징살인사건>과 이 작품 밖에는 없구요. 아쉽습니당. 어쨌든 동서에서 출간된 네 작품 다 수작인 것은 만족스럽네요... 더욱 더 많은 일본 추리 소설의 걸작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특히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라면...
<불연속 살인 사건>은 다들 아시다시피 한 여름의 별장에서 연속적으로(불연속적으로인가?)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워낙 많은 등장 인물이 얽히고 섥히고, 등장 인물들이 거의 불륜 관계로 맺어져 있어 마치 한국의 아침 드라마를 보는 듯 합니다. 등장 인물들은 전부 작가나 극작가 등의 문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좀 배운 사람들이 더하다고 어쩜 그리 도덕성들이 없는지, 전부 다 음탕하고 뻔뻔스런 족속들이더라구요.
제가 개인적으로 작가들을 동경하고, 작가 지망생이기도 한지라 여기서 묘사되는 작가들의 성품은 자못 충격적이었습니다. 작품에서 나오는 온갖 불륜들과 추잡한 성행위들을 보노라니 정말.... 저도 빨리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_-; 농담이구 또 다른 일본 작가 시바타 렌자부로의 <유령신사>라는 책에서의 작가의 말에서도 바람피는 걸 굉장히 긍정하는 것 같던데 이것이 일본 작가들의 성향인지...참 부럽습니다..-_-;
머 작가가 작가이니만큼(무슨 말이지-_-;)작가들의 성향도 잘 알고 보고 들은 것도 많을테니 정확하게 썼겠지여...
어쨌든 별장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해결해 가는 탐정이 나오고, 멋진 추리가 나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엄청난 등장인물들의 수... 앞의 <등장인물>란과 데카님의 등장 인물 관계도를 수시로 참조하며, 정말 수시로 한 페이지 안에서도 세,네번은 찾아야 했습니다. 읽다가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책을 좀 빨리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하루를 전부 투자했습니다. 조금 읽다 보면 이름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묻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작품은 어떨 때는 주인공들의 성을 쓰고 어떨 때는 이름을 쓰기 때문에, 이 놈이 그놈인지, 아까 그놈이 맞는지,등등의 헷갈림이 끝이 없습니다. 다만 중 후반부에 가면 등장인물들이 거의 다 죽어 나가기 때문에 자연스레 인물이 적어져 헷갈림이 줄어듭니다...-_-;
그러나 워낙 많은 등장 인물들이 등장해 헷갈리게 하기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읽었기 때문인지 독서의 몰입도는 상당히 있는 편이었습니다. 앞으로 읽으실 분들도 넘 겁내지 마시고 최대한 집중하고 몰입해서 읽어 보세요...
많은 분들이 넘 많은 사람이 불필요한 이유로 죽는 게 아닌가? 하시던데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보면 그 이유가 어느 정도 제시된 듯 하더군요...많은 살인 사건 가운데 특히 꼽추 시인을 죽일 때 썼던 트릭은 매우 맘에 들었습니다. 사소하지만 현실감이 넘치는 설정으로 실제로도 충분히 사용할 만한 트릭이 아닐까요? 순수한 추리 소설의 쾌감, 복잡한 수수께끼의 제시와 시원한 해결에 집중한 상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머 당시 문인들의 퇴폐적인 생활상의 묘사같은 거는 그냥 양념으로 쓰인 거 같고, 그야말로 트릭과 해결에만 몰두한 거 같습니다. 누군가 <김전일>의 선배격인 작품이라고 하신 걸 본 거 같은데, 딱 그 말이 맞는 거 같네요...문학성이다, 당대 생활상의 묘사다, 이거 저거 다 각설하고, 수수께끼 제시와 기발한 추리, 명쾌한 해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