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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불어요! ㅣ 창비아동문고 224
이현 지음, 윤정주 그림 / 창비 / 2006년 5월
평점 :
이현이라는 작가 , 시쳇말로 '요즘애들' 심리를 꽤나 잘 파악하고 있나보다. 이력을 살펴보니 이제 곧 마흔에 접어들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심리를 이렇게 잘 파악하고 있는걸 보니 역시 동화작가 다운 저력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두아이의 엄마로써 가장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요즘 아이들 빠르다'는 말은 아마도 이성에 눈뜨는 시기가 예전 우리때보다도 빨라진데 대한 부분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을터.
[우리들의 움직이는 성] 에서 요즘아이들의 성에 대한 관심정도를 잘 짚어주고 있는것 같다. 초등 6학년인- 자신을 '지극히 평범한 소녀'라고 소개하고 있는 현경과 학교에서'울트라 인기짱'인 같은반 상우가 친구들 몰래 '커플' 이되면서 벌어지는 깜찍 발랄한 초등생들의 성숙해진 성의식을 그리고 있다.
현경의 집에서 단둘이 DVD를 보다가 뽀뽀를 하게된 이후의 어색해진 상황에서 상우가 인터넷에서 뜨도는 야한 사진들을 학교로 가지고와 친구들에게 '변태'라고 불리게된 일까지 겹치게 되어 더욱 불편해진 둘 사이의 이야기를 현경의 시각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나또한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이긴 하지만, 큰애가 아들인지라, 6년후쯤 아들이 가지게 될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이런식으로 표현될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사로잡혀 상우의 울먹이는 말들이 남의얘기 같지가 않았다. " ...그런 사진 ... 보지 말아애지 하면서도 ... 자꾸 관심이 갔어. 부끄럽지만 너 좋아하니까 그냥 사실대로 말 하는거야. 그런 메일이 들어오면 확 지워 버리면 되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열어 보게 돼."
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분별하게 퍼져있는 인터넷상의 유해 사이트들로 부터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할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뭔가 죄책감이 들지만, 자꾸만 눈길이 가고 관심이 가는 성에 대한 호기심을 어떻게 바로 잡아 주어야 할까는 어른들의 몫으로 남아있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3일간]에서는 집안 형편과 학교성적이 각기 다른 세명의 아이들이 친구이지만,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부모와 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어른들의 편견과 무책임함이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짜장면 불어요!]는 이 책의 메인답다고 해야할까, 유쾌한 웃음뒤에 잔잔한 감동과 짜장면 한그릇에서 삶의 철학이 느껴지는 이야기라고 할까, 암턴 일명 짱개 배달부인 기삼이의 거침없는 이야기를 통해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는 작은 진리를 배울수 있고 ... 끊임없이 웃을수 밖에 없는 그의 입담이 지금도 귀에 쟁쟁한것 같다. 또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기삼처럼 큰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다면 무슨일을 하든 귀천이 따로 있는건 아니구나 하는생각을 해보았다.
뒤에 이어지는 [봄날에는 흰곰은 춥다] 와 같은 집안형편으로 엄마와 헤어져 살아야 하는 동민의 이야기라든가 핵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지구를 떠나 우주를 떠돌고 있는 노아크호의 민규 이애기를 담은[지구는 잘있지?] - 두편의 이야기 또한 잔잔한 감동과 함께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이들에게 커다란 짐을 지울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들이다.
이렇듯 작가는 어른들이 의식하기도 전에 다 커버린 요즘아이들의 의식과 생각들을 하나씩 꺼집어 내듯 여러 상황을 통해 다양한 각도로 풀어내고 있어 동화를 읽는 아이들에게는 동질감으로부터 느껴질 친근함과 편안함 웃음을 선사하고 있고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사고에 근접하고 이해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또한 교사나 부모들이 함께 자성해야할 숙제를 남겨놓고 있다.
한권의 동화책속에 아이들은 위로받을수 있고 어른들은 그들의 눈높이를 맞출수 있는 흐뭇한 이야기들이 푸짐하게 실려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