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결국 나의 감성을 다 망춰놨다. 내 이럴줄 알았다. <육룡이 나르샤>라는 드라마가 있다. 그걸 어제 보는데 심장이 쿵쿵 뛰는게 아니겠는가. 요즘 내 심장은 로맨스엔 꿈쩍도 안하는데 말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지배층의 민중에 대한 수탈이 날로 심해지고 외세의 침약도 거세지는 고려말, 토지의 균등분배(정전제), 왕이 아닌 제도적 사대부간 상호견제와 법에 의한 지배를 꿈꾸는 정도전은 새로운 나라를 건설키로 한다. 여기 그에 사상에 심취한 이방원과 오직 먹고살만큼의 땅만을 원하는 분이가 함께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내가 슬펐던 순간은 민중이 웃는 나라를 꿈꾸던 이방원이, 새로운 나라 건설에 자기자리가 없다는 걸 깨닫고 정치가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낭만과 청춘이 사라지는 순간이 보는 것은 이렇게 슬픈 것이다. 


딕타토르의 한장면이 떠오른다. 키케로는 알고있다. 곡물구매권을 폼페이우스에게 넘긴다는 것은 로마민중의 목숨줄을 넘기는 것이라는 걸. 그럼에도 적당히 노회한 이 정치가는 알면서도 받아들인다. 그래서 정치란 인간을 믿고 하는 것이 아니며, 당, 법, 제도 라는 것들로 꽁꽁 싸매고 그것도 모잘라 직접 감시기관들도 두고 하는 것이다. 최순실이 등장할 수 있는 '제도'를 고칠 수 있는 세력이 누군지를 잘 가려내야 할때다. 


 다른 이야기로, 배우 유아인은 보는 눈이 좋다. (프로에게 이런말을 하는건 실례겠지만) 완득이, 깡철이, 육룡이나르샤, 밀회, 패션왕, 사도, 시카고타자기 까지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좋았다. 청춘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고, 이제 어른남자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로 가고 있다. 어딘지 천진하며 나른한 오다기리조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시작한 시카고 타자기를 주목해본다. 진짜 멋진 엔틱타자기가 일단 등장하고, 천재작가도 나오고 슬럼프에 빠진 그의 유령작가도 등장하며, 당연하게도 로맨스를 담당할 탈덕한 독서광도 나온다. 그런데 작가가 할 말은 현대가 아닌 1930년대에 모두 두고 있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 있고, 순정과 우정의 가치를 높이사던 시대말이다. 아마도 주인공을 벼랑끝에 몰아세우며, 빌어먹을 세상일수록 저런 것들의 가치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지도. 


그들이 가는 카페이름 카르페디엠. 미래가 두려워서 일만 해서는 답이 없다는거, 데모도 좀 하고, 단체도 좀 가입하고, 투표도 하자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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