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보다 더욱 msg를 팍팍 첨가해 야사시하고 대중적으로 그려진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다. 런던, 마법(해리포터?), 형사들과 기괴한 사건(미드 후?)이 버무려진 시리즈인데 나는 이상한 것에 끌렸다. 


윌리엄 공과 메리여왕의 왕실 주치의였던 존 래드클리프는 책도 거의 읽지 않고 글도 거의 쓰지 않는 사람으로 당대에 유명세를 떨쳤다. 따라서 옥스퍼드에서 가장 유명한 도서관 중 하나가 그의 피조물임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 150쪽


나이팅게일은 우리 친구 제이슨과 같은 시기에 맥덜린에 있었던 모든 학생과 강사의 목록을 뽑아볼 생각을했다. (중략) 그걸 전부 한데 모으자 용의자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고 후려치기에 딱 좋은 크기와 두께의 서류철이 만들어졌다 - 법 집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런 것이 떠오를 경우를 대비해 하는 말이다 - 159쪽


이런 자조적인 영국식 유머가 딱 취향인데다가,


[블랙스톤 수사 안내서]에서는 중요한 수사에서 지켜야 할 ABC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A :  가정(assume)하지 말 것. B : 신용(believe)하지 말 것. C : 모든 것을 확인(check)할 것.


아니 저건 우리 선임이 숨쉬듯 말하는 관리직이 남이 준 자료를 대하는 원칙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아닌가. 하긴, 자고로 학자라는 자들은 남들이 경험으로 아는 것을 남들이 이해못할 무시기무시기한 과정을 거쳐 규칙이니 원칙이니 하며 발표하는 자들이니까. 


이 책의 또하나의 주인공인 런던에 대해서 작가는 엄청나게 자세하게 인문사회학적 사실들을 나열해 설명하는데(그래요, 이 작가 영국남자라구요), 작가가 아르데코 양식을 사용한 런던의 건물을 설명하자 마자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은 방배동에 있는 예식장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키치로만 서구예술을 접한 동양 소시민의 상상력의 한계란.... 런던 체류 한달의 경험으로는 세인트메리르보 교회의 종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태어난(우리로 치면 서울 사대문안 출신) 작가의 애정 어린 묘사를 이렇게 밖에 받아들일 수 없어 안타깝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처럼 감성적으로 다가왔다면 어쩌면... 아 이작가 영국남자죠...)


여튼 2015년 이 책을 끝으로 더 이상 번역되지 않고 있으니 어느날 두꺼운(뿐만 아니라 마법용어에 라틴어까지 난무한.. 오 주여!) 책을 원서로 읽고 싶어지는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이 시리즈와는 이별이다. 아직 마법을 세개 밖에 사용 못하는 채로 주인공을 떠나야하다니...


하나 개인적인 결심을 했는데, 다음에 독서모임을 하게되면 00쟁의(argument of)로 짓고 싶다. 저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판타지 작가 테리 프래첵이 왜 강박에 가깝게 마법사나 마녀에게 붙이는 집합명사가 argument인지 해설한 마음이 이해가 간다. (음... 그가 영국남자라는 걸 빼고도 말이다)


자, 앞으로의 대선 정국은 무당말고 argument가 가능한 선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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