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사로잡는 모습이 있다. 꼬부랑 할머니의 고운 레이스스타킹, 자기마한 아기를 안은 커다란 남자, 여리디여린 여성의 배에 세겨진 복근. 


 <파기환송>은 재미있다. 이 작품은 법정공방이 주는 압박감을 잘그려내는 변호사 미키할러 시리즈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거기에 작가의 또다른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할러의 의붓형인 해리보슈가 협연한다. 천하의 양아치 변호사일거 같은 할러는 법정내외의 권모술수를 능숙하게 다루며, 권위주의가 판치는 법정에서 한 없이 약자인 약간 나쁜놈들을 돕고(돈을 왕창번다) 진짜 나쁜놈은 쳐넣는 일하나는 똑부러지게 하는 남자다. 해리는 거칠고 끈질기며 범죄에 대한 상상력마저 있어 나쁜놈들을 끝까지 잡고마는 형사다. 이 덩치큰 사내들은 딸이 있고, 헐리웃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그렇듯 여자와 아이에 약하다. 일에는 불도저 같은 이들이 살짝살짝 보이는 인간적 면모가 매력적이다. 그들은 이번 케이스에서 아이에게 못된 짓을 한 쓰레기를 감옥 밖으로 나가게 하고 싶지 않다. 할러는 임시검사가 되어 생명을 빼앗긴 아이의 유일한 대변인으로서의 무게를 느낀다. 


이십년전 아동살해범으로 판결받고 형을 살고 있던 죄수는 새로운 증거의 발견으로 다시 재판을 받게된다. 할러는 재판중 그의 보석을 허가한다. 내가 무죄인 사람을 쳐넣은 것은 아닌지? 내가 보석을 허가해서 이 미친놈이 누군가를 해치는건 아닌지? 저 미친놈이 진범인데 그의 변호사가 심은 사소한 의심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해서 미친놈을 세상에 풀어놓는건 아닌지? 


두 남자가 스스로의 끊임없는 의심과 싸우며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나는 언제나 옳다>에서 길리언 플린은 단편이란 어떻게 쓰는 건지 제대로 보여준다. 이야기는 간단하고 전형적으로 보이는데, 단숨에 전복되고 독자를 혼란에 빠트린다. 얇은 두께와 큰 글씨의 불만스러운 첫인상을 단숨에 만회한다. 길리언 플린은 언제나 옳다.


 점점 겁쟁이가 되고 있다. 의사나 검찰같은 사소한 결정이나 실수가 다른 사람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노무현 전대통령 7주기다. 당시 노전대통령 수사팀 검사는 오피스텔을 오십채가 넘게 사서 임대사업중이란다. 2년만에 저런 돈을 벌 수 있어도, 나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아 다행이다. 최소한 그런 인간은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