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 블루스를 샀더니 미야베미유키의 무쿠로바라라는 단편이 딸려왔다. 파본을 잘라서 사은품으로 보내주고 있다는데 쓰지않는 물품보다 마음에 든다. 미야베미유키의 작품중 스기무라 시부로라는 일반인 탐정은 인디애나블루스의 주인공 앨버트 샘슨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냈다니 다소 인연이 있는 셈인가. 


 무쿠로바라는 아주 잘 쓴 단편이다. 살의라는 것은 어떤 순간에 찾아오는 걸까? 뉴스를 보면 정말 시시한 이유로 사람을 죽이고, 평범한 사람이 정말 혼이 나간듯이 순식간에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런 살의가 찾아오는 순간을 그렸고, 그 순간을 벗어나게 하는 것은 딸아이의 말이다. 앞서 말한 '이름없는 독'이라는 작품에도 그런 순간이 그려진다. 스기무라란 남자는 준수하고 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다. 딱히 야심도 없고 그저 내 가족을 잘 지키며 살고싶다. 그런 그가 딸을 납치했던 여자를 그야 말로 때려죽일 뻔한다. 그에게도 그 순간 그를 잡아준 동료가 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누구나 그정도의 독은 품고 있는 것일까. 


인간이란 결국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살아갈 수는 없다. 타인에게 자신을 비춰보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폴 오스터의 소설속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남자는 물개와 가족을 이뤄, 그 물개를 지킨다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미야베미유키의 소설속에는 터무니 없는 이유로 악의를 품는 인간들이 나온다. 작가는 그런 인간들조차 아주 작은 끈만 있었다면 살인에 까지 이르지 않았을텐데 하는 희망을 놓지않는다. 기괴한 이야기를 쓰지만 마음이 따뜻한 작가다. 


이제 선거일이 다왔다. 선거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 사회가 약자를 밟고 올라서야 승승장구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정치야 말로 마지막에 마지막 순간 잡을 수 있는 손들을 제도적으로 만드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또 그 마지막까지 가지 않도록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자리다. 사람은 그 사람의 행동으로 밖에 알 수 없다. 말이 아닌 살아온 삶이 따뜻한 정치인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마음속의 독에 사로잡히기 전에 잡을 손이 많은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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