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유산 - 송경동


내가 죽어서라도 세상이 바뀌면 좋겠다며

내어줄 것이라고는 그것밖에 남지 않았다는 듯

노동자들이 목숨을 놓을 때마다


죽음을 이용하지 말라고

보수언론들이 이야기한다


천상 호수 티티카카호까지 가는 뻬루의 고산 열차는 

1870년 착공해 완공까지 삼십팔년이 걸렸다

공사 기간 중 이천명 넘는 인부들이 죽었다

중간 역도 없이 만년설 속을 열세시간 달리는데

딱 한번 이십분간 정차한다


사람들은 기차를 탄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쩌면 이천명의 상여를 타고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을 이용하지 말라고?

사회가 우리의 삶을 이용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죽음을 특별히 애도할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선택해 내릴 수 있는

생의 정거장은 의외로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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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조원이 17일 주검으로 발견됐다.

현대자동차는 창조컨설팅이라는 업체를 조정해

힘없는 하청업체인 유성기업 노조를 집요하게 파괴하려 했다.

법,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제일 하수라고 어른들에게 배운 내겐 몹시 어리둥절하게도, 법에서 복직시키라고 한 조합원들을 끝내 재해고 했다. 

이 나라의 인재라는 자들은 무슨 컨설팅을 한다며 수억씩 받아가며 헌법에 적시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노조파괴 공작에나 참여하고, 나라세금 받아먹는 검찰이라는 자는 그걸 몇년이나 끌다 기소조차하지 않는다니 부끄럽다. 

남들보다 더배우고 사회적 혜택을 누리는 자로서 남들보다 더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사회적 규칙조차 지키지 않고 힘있는자에게 빌어먹는가.


송경동 시인이 연애시를 쓰는 세상에 살고싶다. 목숨까지 걸지않아도 약자가 하는 말을 들어주는 구멍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그의 시가 아무리 좋아도 시인이 삐라같은 시를 써야하는 세상은 옳지 않다.. 시인이 재판장에 서는 세상은 글러 먹었다. 아주, 글러먹은 세상이다.

2011년 유성기업 노조의 요구는 주간연속2교대`밤에는 잠을 자자`였다. 심야인 12시부터 아침 7까지는 일하지 말자는 것이다. 국회의원들, 재벌간부들, 무슨컨설팅 하는자들, 검사님들은 주야교대 해봤을까? 12시간 철야에 일해보았을까?

배운놈들이 언제나 제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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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03-20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운 놈들이 사회를 위해 좋은 하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우린 거꾸로 달리고 있어요.ㅠ
송경동 시인의 시집을 사는 것으로 마음을 보탭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3-21 17:0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순오기님. 늘 생각하지만 돈을 제일가치로 취급하는 사회에서는 도둑의 마음을 누구나 가지게 되는거 같아요.... 제 마음을 들여다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