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는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역플랫폼에 서 있는 신사의 모습. 다른 어떤 사람과도 다르지 않은 모습을 그려 보았다. 영국 전체가 마찬가지일 것이 틀림 없었다. 사람들은 우유를 사고 있거나, 차에 기름을 넣고 있거나, 심지어 편지를 부치고 있다. 그러나 그들 내부에서 감당하고있는 무시무시한 무게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때로는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데도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쉽고 일상적으로 보이는것들의 한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 노력의 외로움. 해럴드는 감동을 받아 겸허해진 마음으로 종이 냅킨을 건냈다. -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118쪽

 

한해의 끝이니 시작이니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지 꽤 오래지만 2015년의 드라마로 오라기리 조가 출연한 <과자의 집>을 골라본다. (2014년엔 보더가 좋았다) 드라마속 오다기리조는 피터팬이고 어린왕자다. 할머니를 모시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물려준 돈벌이도 되지 않는 오래된 점방 뒷뜰에서 한평생을 함께 보낸 동네친구들과 하늘을 올려다 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벗은 떠나고 소중한 장소는 사라지며,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오랜 가족과 이별한다. 그의 소년기는 끝이다. 그의 삶의 모든 것이었던 할머니에게 갈 시간조차 없는 일 자체가 목적인 어른의 생활이 그에게 온다.

 

아들을 꼭 안고 그가 운다. 언젠가 이 포옹을 꼭 기억하라고.

연말연시면 어디서나 나붓기는 꿈 희망 같은 반짝반짝이는 단어들.

이 시기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낡고 구깃해진 기억들이다.

엄마손을 잡고 시장나들이를 갔을 때의 두근거림,

벗꽃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실없이 낄낄거리던 동무들과의 웃음,

너를 처음 안았을 때 온몸으로 퍼지던 따스함.

 

기억해야 할 것들을 잊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면서,

언제나 같은 새해 각오를 적는다.

사람노릇 하며 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