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새 - 어느 의용군 군의관의 늦은 이야기
류춘도 지음, 노순택 사진 / 당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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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가 나왔던 타이타닉을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입니다. 그 영화의 의의는 침몰한 호화여객선으로만 인식된 타이타닉 그 속에 사랑을 하고 미래를 꿈꿨던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린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책이 한국전쟁에 대해 바로 그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한국전쟁을 생각하면 이념논쟁이나, 누가 전쟁을 시발했느냐 따위에 관념적인 논쟁들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거기 '민족의 더 나은 삶', '고루 인간답게 대접받는 삶'에 목숨을 걸었던 무수한 사람들과, 이유없이 희생된 무수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닫습니다.  

얼마전에 태풍이라는 영화를 보고 온 회사동료가 "아무리 우리 가족이 다 죽었더라도 이유없이 남한 사람을 죽이고 싶을까?"라는 말을 듣는데, 울컥해서 "니 옆에서 어제까지 같이 놀던 동생이 어느날 이유없이 포격을 맞고 니가 그 현장에서 동생의 터진 뇌를 웅켜잡았다고 생각해봐, 니가 제정신인게 이상하지.. 중동에 그런 일이 비일비재해.."라고 열변을 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전쟁은 이렇게 마음에 느껴지지 않는 어떤 것이고, 이것이 비정치화라는 명목이로 이라크 파병에 침묵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이 책도 전쟁시의 지난한 굶주림과 인간성 파괴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는 해방이후 사대적 사관을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민족을 역사의 희생자로, 방관자로 보는 관점에서 벋어나, 제 한 목숨 민족을 위해 아낌없이 바쳤던 그들에게 옳고 그름을 떠나 진정한 우리 민족의 영웅을 만났습니다.  인민군 군의관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류춘도선생이 자신이 경험했던 한국전쟁을 말하기 위해서는 오십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온 내 윗대에 대한 이해과 존경, 가슴 한편에 아릿함을 느낍니다.

동학농민운동부터 항일투쟁, 한국전쟁 속에 그들이 지키고자, 바꾸고자 했던 것, 이 땅을 뒤이어 사는 사람인 나는 백만분지 일이라도 그들의 이 땅과 민족에 대한 사랑을 이해하고 있는가 뒤돌아 봅니다. 오늘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두루 많은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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