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화된 바람의 검심의 주제는 3편인 마지막에 집중되어 있다.
배경은 서구로부터 신묘한 신문물이 밀려들고, 메이지 유신이 막 성공한 시점이다.
주인공 켄신은 막부말 유신을 성공시키기 위해 활약한 전설의 암살자다.
새시대가 열리고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에 무게를 느낀 그는 검을 놓는다.
문제는 켄신 뿐만 아니라 막부하에 있던 무수한 사무라이들이 검을 놓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는 것이다. 불과 어제까지 평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존재이던 무사는 정부요직을 차지한 극소수를 제외하면 새시대엔 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칼든 실업자일 뿐이다.
요즘은 더욱더 빠르게 세상은 변화하고 아버지 세대들은 아들세대가 겪을 문제에 답을 내 줄 수 없다. 아이에게 켄신은 잔인해지지도 말고, 폭력에 굴하지도 않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그러나 이 잔인한 세상에 얼마나 강해져야 남에 것을 빼앗지도 그렇다고 남에게 뺏기지도 않는 삶을 살 수 있는가. 그래서 켄신의 검에 적힌대로 내 아이가 아닌 내 아이가 사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평화롭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말미에 악인이 죽어가며 켄신에게 말한다. 내가 진 것이 아니라 시대가 선택한 것이라고. 선거를 앞두고 세상은 온갖 정치적 꼼수를 해설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설명은 그것이 아니다. 수백의 아이들이 죽은 이유가 잊혀지고, 일터에서 병을 얻어 무수히 죽어가도 원인조차 밝히지 못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시대를 이끌고 어떤 정치적 꼼수에도 선택받을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대안세력'은 말이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