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공평하지 않다는건 7살짜리도 알고있다. 저마다 지고가는 짐의 크기도 다르고 짐을 끌수 있는 능력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지지리도 능력도 없는데 끌고갈 짐만 잔뜩이라 중도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여기에 하나님 탓을 하자면 짐을 잔뜩 주신 것도 문제고, 그에 합당한 능력을 안주신 것도 문제고, 어쩌면 좀 더 버티면 레벨업 해주셨을지 모르는데 못버틴 내가 잘못이겠지만 그런 끈기를 안주신 이유는 뭘까 원망하게 된다.. 우리엄마 마음도 모르는데 하나님의 뜻 따위를 생각하다보면 이렇게 뭔가 뱅뱅 도는 답 없는 감옥에 갖히는 것이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만 그냥 불운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본다. 거기서 시작해야 선택이 좀 쉬우니까 그냥 그렇다고 퉁친다.. 그게 아니면 북극곰이나 코뿔소는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네메시스를 읽고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봤다. 이 영화는 예멘에 계곡을 만들고 영국산 연어를 풀어놓겠다는 황당한 프로젝트에 참가한 어류학자가 주인공이다. 트랜스포팅은 지금도 즐겨보는 영화인데, 아마도 내게 청춘은 지나치게 들끓고, 무모하고, 실패했던 기억이라 그런가보다. 그 이완 맥그리거가 이 영화에서는 어류학자로 나온다. 이제 그는 공무원이고, 오래된 관계인 엄청나게 바쁜 부인이 있고, 주택 모기지론을 걱정하고, 낚시를 좋아하고, 퇴근하고 아내와 아마추어 연주단에 참석하는 남자가 됐다. 그런 그가 이 무모한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되면서 연금이 보장된 직장도, 아내도, 모기지가 남은 집 연못의 물고기들로 부터도 멀어진다. 이건 그의 아내 말대로 중년의 위기이고, 그는 그의 본성대로 결국 지루한 생활로 돌아가게 될까? 양식장의 연어는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지만 본성대로 물을 거슬러 오를까?


어떤 것에 의지를 가지는 것이 그분이 주신 어떤 본성과 환경에 의해 눌러지는지 모르겠지만, 의지가 꼭 가능성과 함께 가는 것은 아니다. 유시민씨가 자신은 3살때부터 대학생이 될때까지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었다는 말을 했다. 일제치하는 한사람이 태어나 장년이 되는 시간이다. 그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같은 두려움의 깊이를 가늠해본다.


영화 암살이 천만을 훌쩍 넘었단다. 하도 엄청난 숫자라 감이 잘 안온다. 천만. 어찌보면 독립운동가들이야 말로 터무니 없는 일에 일생 도전하다 사그라져간 사람들이다. 과학적 합리적 분석으로 해방을 낙관한 이들도 있겠지만, 다수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삶을 던진 것이리라. 


세상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독립운동가를 잡아 죽이던 인간들이, 노동자들을 때려잡고 있고, 무식하고 돈없는게 죄라며 침까지 뱉어댄다. 이런 나라에 이러저러한 부모밑에 태어나, 쓸데없는 직업을 가지고, 황당한 남자와 결혼한 운명과 선택을 모두 되짚기보다, 그냥 여기에 선다. 자세를 잡고 나의 스타일대로 주먹을 휘두른다. 바보라고, 가진게 뭐가 있어 그러냐, 니가 할 일은 이러이러한 것이라는 비난. 내 불행의 원인이 그 미친 의지더라도 그냥 그런 인간일 수 밖에 없는 불운. 


그래도 여전히 싸우는 모두에게 존경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