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참으로 스티브킹스럽다. 살인자의 독백과 그의 목표물인 퇴역 형사의 기술이 벌갈라 가면서 나오는데 늙고 살찐 형사에게 무슨 일이 생길거 같아서 너무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이 제법 두껍고 무거워서 출퇴근길에 들고나가기 부담스럽다. 거기다 이형사에게 곧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데 알기가 싫다. 나이가 한살씩 먹으면서 신경줄도 가늘어지는지. 여하튼 책의 두께와 완독률의 상관관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배우 소지섭이 랩 앨범을 낸 기념으로 어젠 무려 10년전 드라마인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봤다. 그는 요즘도 멋지고 그때도 예뻤을 뿐더러 ppl 번벅인 요즘 드라마보다 소박하고 진지하다.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연애인 걱정이라지만 한때 소지섭을 보면 저사람 저러다 어떻게 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했다. 그러다 어느날부터(아마도 가까운 벗이 죽은 다음해부터라...) 앨범을 계속 내는 걸 보면서 안심이 됐다. 게다가 세상 하다보면 늘지않는 것은 없는지 점점 실력이 나아지고 있다. 그래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거 해보며 살아야지 나역시 다짐.


드라마 얘기로 돌아가서 이 드라마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겨울날 지하철 계단에서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을 붙잡고 주저앉아 끊없이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사무친다. 이 드라마를 볼 당시에는 인연이 끊어지는 아픔을 몰라서 이렇게 슬픈 드라마인지 몰랐는데 다시보니 몹시 슬프다. 어렸을때 드라마를 보며 중얼거리며 우는 엄마가 그렇게 이상하더니 그저 내가 그때 사무침을 몰랐나보다. 어제는 대학때 죽고싶을 때 읽으려고 필사해둔 노트의 글을 두번 읽고, 끊어진 인연들에게 사랑한다고 몇번 외쳐보았다. 그립다. 


그리고 아직 그리워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서른일곱 한창 울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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