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은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조심스럽게 네가 물었을 때, 은숙 누나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며 대답했다.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 소년이 온다 17쪽

 통진당 해산 관련 이야기를 하던 중 유시민씨가 '전두환때도 살았는데요 뭘' 했다. 하기는 매해 무수한 열사가 생겨난다. 고 문익환 목사의 이한열 열사 장례식 조사에 죽어간 쌍용차 노동자들의 이름을 붙여본다. 긴진숙 동지의 김주익 열사 추모연설에도 한사람 한사람 넣어본다. 


 나는 법이란 약자에게 기울어져야 한다고 배웠다. 자신을 지킬 돈도 힘도 없는 사람들이 최후에 기댈 곳이 법이 되야 한다고. 또한 국회의원이, 법관이 그리고 국가가 권위를 가지는 것은 국민이 그 권한을 위임해줬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나의 배움이 겨우 초중고 사회시간과 헌법 한과목에 머물러 '사시'를 패스한 그분들과 깊이가 달라 그런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놈으 선거를 통한 대통령이 생긴것도 못쓸 헌법재판소라도 만든 것도 그 똑똑한 사시 패스한 너들이 아니라 무수한 무지렁이들이 죽고 죽은 목숨값이다. 국민을 죽일 권리를 우리는 준 적이 없다.


고로 너는 법관이 아니고, 너는 나의 국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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