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마지막날 아이는 내가 잠자리에서 읽어준 동화책을 품에 안고 잠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동진님이 읽어주는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들었다. 혼인전에 담담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기억되었던 이야기가 몇번이고 멈추고 싶을만큼 힘들게 읽힌다. 의식불명 상태인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속 지옥이 듣기 괴롭다.
최근에 읽은 로버트 해리스의 '어느 물리학자의 비밀'의 뒷표지 광고에 그가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표현을 봤을때, 돈, 가족 등등을 잃는 것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며 자신의 지성과 기억 조차 의심하는 지경에 빠진다. 미치거나 치매에 걸리는 것도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의미에서 생존의 위협이니, 책 속의 물리학자는 총체적 생존의 위협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아이의 동화책을 제외하면 누구도 가족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가지 못한다 마치 현실이 그렇듯이.
생명의 위협을 제외하면 권태와 허무가 삶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한다. 한달째 계속되는 뉴스속 절규가 나를 무력케한다.. 마음을 움직일 수 없어 몸을 부단히 움직여 본다. 흘러가는대로 있지 않을 용기를 만들어본다. 그게 나와 타인의 삶을 나아지게 하거나 상처를 없앨 수 없겠지만, 그저 약간의 위로가 전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