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참으로 오랜만에 조영래 선생이 지은 전태일 평전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저는 몸과 마음이 아픈데 구멍내면 안되는 일이 있을 때, 이 책을 읽곤 합니다.
하도 많이 읽어서 손때에 빈곳을 찾기 힘들 만큼 줄이 쳐진 책은 눈빛만 봐도 척 아는 친구처럼 다정합니다.. 그렇지요.. 성경 비슷합니다. 겨우 스물두해를 살다한 한 청년의 삶 속에 원칙과 정답이 다 있습니다. 척 펴들고 유독 마음에 와 닿는 그 구절을 읽고 또 읽으면서 오늘도 저를 다잡아 보았습니다.

어떤 소설가가 티브에 나와서 자기의 애독서로 이 책을 소개하며, '전태일을 보면서 도대체 나는 책을 왜 읽고, 왜 쓰는가'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더군요.. 겨우 3년이 채 못되는 학력의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해설이라는 책 한권을 읽고 22살의 젊은 목숨을 바쳤는데 말이지요.. 진정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다바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청소년들이 꼭 읽었으면 합니다. 처절한 환경을 극복하고 누구보다 큰 이상을 향해 살았던 사람, 누구보다 큰 동정의 마음을 가졌던 사람, 우리 시대의 성자 전태일을 만나라고 말이지요..

여기 제가 줄쳐놓은 몇 구절을 가져와 봅니다.

오늘도 보람 없이 하루를 보내는구나. 하루를 보내면서 아쉬움이 없다니 내 정신이 이렇게 타락한 줄은 나 자신도 이때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하루 15시간의 노동과 그 이후의 공부, 어린 여공들에게 차비마저 주어버리고 밤새 걸어오곤했던 그의 이런 일기장을 보고는 스스로에 대해 관대한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 해방동이의 느낌)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 인간의 개성과 참인간적 본능의 충족을 무시당하고 희망의 가지를 잘린 채 존재하기 위한 대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을 증오한다.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이무시무시한 세대에서 나는 절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시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인간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무엇부터 생각하는가? 인간의 가치를? 희망과 윤리를? 아니면 그대 금전대의 부피를?

이러한 현실이 있습니다.
한아버지가 30명의 자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집에서는 의복을 만들어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데 몇 년이 지나는 동안에 장사가 점점 잘되어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되는 사람은 자녀들을 예전과 같이 일을 시킵니다. 그리고 아버지되는 사람은 호의호식하면서 자녀되는 사람들을 혹사합니다. 아버지는 한끼 점심값으로 2백원을 쓰면서 자녀들은 하루 세 끼 밥값이 50원, 이건 인간으로서 행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업주들은 한끼 점심값에 2백원을 쓰면서 어린 직공들은 하루 세끼 밥값이 50원, 이간 인간으로서는 행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중략-
인간 부한 환경에서 거부당하고, 사회라는 기구는 그들 연소자를 사회의 거름으로 쓰고 있습니다. 부한 자의 더 비대해지기 위한 거름으로.
선생님 그들도 인간인 고로 빵과 시간, 자유를 갈망합니다.

올해와 같은 내년을 남기지 않기 위하여 나는 결단코 투쟁하련다. 역사는 증명한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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