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거나 심란할 땐

만화 연재물을 잔뜩 싾아두고 읽는다.

원래는 책을 읽었는데,

어느순간 집중력이 전만 못해서 마음이 어지러우면 요지가 파악이 잘 안된다.

대학시절 어느날 신촌 창천교회 옆골목 만화방에서 꽤 슬플때도 만화만은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 단골이 됐다. 살다보면 슬플 때가 너무 많다.

 

울적할 때 어떤 노래를 듣는가?

누구는 엄청 즐거운 노래를 듣고 몸을 흔든다 하고,

어떤이는 더 슬픈노래를 들으며 감정에 깊이 빠져본다 한다.

나는 후자다. 만화도 약간 아련한 쪽이 좋다.

 

가능한 빼먹지 않고 보는 시리즈 만화들이 몇 있다.

시리즈가 끝이 난 것들 말고 진행되고 있는 것들로면 몇 추려본다.

더 많은 수에 관심이 있었지만,

몇 권 보다가 끝나면 애장본으로 한꺼번에 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몇년째 이어지는 탓에 포기한 것도 있고, (대표 : 피아노의 숲 --;;) 지지부진한 이야기에 그냥 그만 본것도 있고, 나는 계속보고 싶은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더이상 출간이 안되 읽을 수 없는 작품들도 있고,(대표 : 마호로역 다다 신부름센터) 딱보니 이야기 전개가 길어 내가 죽는 날까지 결론을 모를듯해서 시작하지 않은 작품도 있다. 주로 보는 일본만화만을 얘기하자면 자주나와야 일년에 네권쯤이니 속터지는 일이기도 하고, 그래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니 일본 만화계가 좀 부럽기도 하고 그렇다.

 

 어쨌건 최근 관심을 가지는 작품은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다. 엄마가 다른 네자매의 성장기다. 불륜으로 아빠를 뺏기고도 유부남을 사랑하는 첫째, 술꾼 둘째, 뽀글머리 명랑처자 셋째, 축구를 사랑하는 배다른 동생인 넷째.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지만 열몇살 무렵의 우리 삶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리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하고 싶었던 일을 때론 포기해야하고, 능력과 목표 사이의 커져만 가는 거리에 좌절하면서 말이다. 전반적으로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야기들이다.

 

 또다른 성장기로는 3월의 라이온이 있다. 장기가 소재다. 무려 중고교 6년간 장기반 활동을 했지만 아직도 제대로 두지 못하는 상처가 있는 나로서는 약간의 동경을 가지고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아, 그러나 이야기는 어린시절 부모를 잃고 어두운 어린시절을 보낸 천재 십대 장기기사의 성장기다. 천재소년에서 벗어나서 직업인으로서 프로 장기기사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보다 잘난 인간들이 우글거리는 냉혹한 프로의 세계, 극심한 스트레스와 싸우면서 장기의 세계에서도 장기 밖 세계에서도 서서히 자라나는 주인공의 모습을 엄마미소로 보게 된다.

 

 분위기가 좀 다른 작품으로는 플랫이 있다. 요리외엔 모든 것에 무관심 무기력인 고등학생과 매사 진지한 어린 조카 콤비의 이야기다. 둘의 표정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러워 미소짓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의 장점이다.

 

 

 

특유의 아련함과 그 시절의 통증이 싫어서 청소년물은 싫다 싫다 하면서도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꽤나 읽고 있는 셈이다.

 

 기복이 있긴 하지만 심야식당도 꾸준히 읽고 있고, 일본의 중산층의 삶이 잘 그리고 있는 네꼬무라양 이야기도 읽는다. 대지진 이후 일본 보통 사람들의 삶은 달라졌을까? 네꼬무라양이 말해주면 좋겠는데 소식이 없다. 도서관의 주인보단 서점숲의아카리가 더 좋은데 둘다 안나온지 꽤됐다. 서점숲의 아카리의 연애사가 어떻게 정리되는지 궁금한데 이대로 번역이 안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도...

 

 최근엔 일본 개항기에 카모메라는 찻집을 배경으로 하는 치로리라는 여백이 많은 만화를 읽어보았는데 어린 소녀인 주인공 아이가 기모노를 입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현실의 삶이 빡빡하다보니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 차 한잔, 술집 한귀퉁이에서 여유를 찾고자 하는지 모른다. 아니 나는 여전히 이 도시의 한구석에서 빡빡하게 하루를 지내지만 평화롭게 하루를 보내는 다른 누군가의 글을 읽는 것으로 아주 작은 숨구멍을 내는지도.

 

요즘 읽는 만화 얘기를 쓰려는데 너무 길어져서 일단 일본만화편 하고 다시 유럽 국내만화편으로 갈까한다...

 

덧글 : 한번더 마구 옆길로 새어나가 한마디,

가장 내가 기다리는 만화는... 

권교정님의 셜록이다.

투병중이셨는데 많이 좋아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서 다음권이 나와주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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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9-10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의 라이온.....입소문 자자하죠...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3-09-11 09:14   좋아요 0 | URL
표지랑 제목이랑 스토리가 모두 따로 놀아요 ㅎㅎㅎ
아 상처입은 남자주인공이야 말로 모든 로맨틱물들의 필수요소 아니겠습니까~
물론 저는 명랑만화 주인공같은 남성상이 좋습니다.. 이를테면 슈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