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왜 책을 읽는가?'란 질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살아야만 하는가?'로 들린다. 책읽기가 일생의 과제라서가 아니라 두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 같기 때문이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의 저자는 1년간 매일 한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로 한다. 가족을 잃은 그녀는 자기에게 닥친 시련의 의미와 이유를 찾고 싶다. "행복을 찾지 마라. 삶 그 자체가 행복이다."(100쪽) 삶의 가치는 고난이나 기쁨이 아니라 살아낸 과정 전체를 통해서라는 뜻이다.

 남의 삶을 구구절절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삶은 턱 보기에도 어떻게 한 사람의 생에 저렇게 많은 고난이 있을까 싶을 때가 있다. 권정생 선생의 삶을 보면, 병마와 지독한 가난, 고독이 보인다. 그러나 그는 그런 삶 속에서 반전, 평화, 인간에 때한 끊없는 동정심, 인간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고난으로 가득찬 그의 삶에서 삶의 가치에 답을 얻곤 한다.

 

[도서관의 주인 1] 속의 주인공들은 어린이용 책 속에서 다시 한번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아이를 낳고 보니 '모든 생명은 귀하다'라는 명제를 그동안은 가슴이 아닌 머리로 이해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아이에게 쏟아지는 많은 기대와 사랑 때문이 아니라 태어난 어린 것의 생명력 자체가 아름답고 귀함을 깨닫곤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보물섬이나 나니아연대기, 바람의 그림자 같은 책들을 읽었다면 나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하는 아쉬움이 가끔 든다. 다른 사람의 설레임을 훔쳐보는 기쁨을 느꼈다면 조금은 유들유들한 아이가 되었을까? 유한한 삶이기에 지금 만나는 책한권이 더욱 소중하다는 이 만화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지개 곶의 찻집]에서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찻집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의 실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온 삶을 긍정한다. 그 속에서 다시 한번 아무리 작은 희망일지라도 마음에 품고 살아갈 힘을 낸다. 그 속에는 죽은 남편이 남긴 그림 속 무지개를 보고 싶다는 아주 사소한 희망도 포함되어 있다.

 

 일전에 나의 직장 동료가 이런 쓰잘데 없는 책들을 왜 읽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모르는 사실이 무궁무진 하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깊고 넓게 사는 동안 배워간다는 것 말이다. 책 속에서든 책 밖에서든 공감과 깨우침의 순간의 행복은 참 달다. 그래서 오늘도 책을 읽고 또 나는 살아간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큐리 2012-06-1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책읽는 시간'... 읽겠다고 벼르는 중이에요..ㅎㅎ 휘님 건강하시죠??

무해한모리군 2012-06-18 19:09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책 안사셨으면 제가 드릴게요 ^^

순오기 2012-06-21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책읽는 엄마는 행복하겠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답니다~ <마더 쇼크> 추천해요.
EBS 다큐 다시보기로 시청하는 것도 좋고요!^^

무해한모리군 2012-06-21 10:50   좋아요 0 | URL
에너자이저 순오기님 ^^
아이가 기기 시작하면 이런 행복도 끝이겠지요?
모유수유를 하면서 짬짬이 보고 있어요..
ebs 다큐는 정말 좋은게 많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