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딸래미가 좋아서 늑대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
저 모빌을 만든 이는 천재다. 딸의 마음을 훔쳐서 내게 밥먹을 시간과 리뷰 쓸 시간을 만들어주시었다. 잠시 감사의 묵념.
여하간 태어난지 오십일이 넘은 녀석은 순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바쁘다.
새벽에 아가 젖주고, 신랑 도시락 싸놓고 한숨 더 자고나서
또 아가 젖주고 잠들면 집청소하고 빨래하고 또 자고,
좀 놀아주고 나도 밥먹고 음식 좀하고
뭐 이런 일상이 반복된다.
<꽃아래 봄에 죽기를>은 이런 토막시간 밖에 없을 때 완벽한 책이다. 화장실이나 출퇴근 시간에 읽어도 좋을 것이다. 맛난 안주를 파는 맥주바에 추리를 좋아하는 착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모음이다. 맥주바의 주인장은 멋진 요리 솜씨와 추리 실력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사건을 척척 해결한다. 딱히 자극적인 이야기도 악한도 나오지 않지만 착한 사람들의 조금은 슬픈 사연들을 깔끔하고 함축적으로 풀어내는 좋은 단편 모음이다.
요즘 누가 내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오직 한가지 '나들이'다. 내 인생에 이렇게 오래 갇혀지내본 적이 없다. 목동에 밀탑 빙수를 먹으러 나서다 양수가 터져서 결국 못먹고만 빙수도 먹으러 가고 싶고, 찻집에서 커피마시며 책도 읽고 싶고, 한들한들 경복궁 옆길을 걷고도 싶고 뭐 그렇다.
그리하여 대리만족을 위해 고른 책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다. 여행기로 유명한 오기사님이 모처럼 낸 책이다. 사랑에 대한 짧은 만화를 곁들여서 건축가의 시선으로 서울의 좋아하는 곳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길어서 좋아한다는 종묘도 자꾸만 커져가고 있는 아기자기한 홍대앞도 문득 그립다. 서울이 지긋지긋하다면 아기자기한 저자의 그림에 곁들여진 술술 읽히는 소박한 이 글을 한번 읽어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