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독자행사로 바우길을 다녀왔다. 

'우와 아름답다'라기 보다는 소박한 동네 뒷산 같은 길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해변옆 솔밭길을 별 말없이 걸었다.  

서울로 돌아와 배가 고파서 청진동 해장국집을 찾아갔더니 사라졌다. 

촌놈인 나도 자꾸만 서울을 추억할 일이 생긴다. 

그래서 그냥 이 책에 몇 곳을 밑줄긋기 해 본다. 

이 397세대의 특징은 자기표현에 익숙하고 절약이나 절제가 미덕이기 보다는 소비행위를 삶의 양식으로 받아들이는 데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 236쪽 

인간은 필요의 피조물이 아니라 욕망의 피조물이라는 바슐라르의 말을 가장 잘 깨닫게 되는 공간이다. - 238쪽 

그리고 가끔은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어 했으나 결국 파산에 이르고 마는 조지 기싱의 [꿈꾸는 문인들의 거리]의 인물들과 그 소설 속의 이런 대사를 떠올린다. "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란 단순히 이런 것이오. 한 사람은 '내 인생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생각하지." - 288쪽 

[현대문화에서의 돈]에서 돈이라는 사물은 자신이 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신비의 창을 닮을 수 있을 거라는, 짐멜의 불확실한 문장을 떠올리며, 그리고 빵 다음에 인간의 두 번째 언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 290쪽 

미도파 백화점이 사라졌을 때 내가 느낀 상실감은 표현하기 힘들다. 청춘 거리 건물 도시, 이 모든 것들이 모서리가 닳은 채 서서히,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을 이쪽에서 물끄러미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심정이었다. - 323쪽 

그러지 않으려고 해봐야 소용없었다. 책상에서 도망칠 거야, 라고 결심하고 눈을 딴 데 팔아도 결과는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내가 경험하고 보고 배우고 깨우치는 모든 것들이 글이 되는, 그런 삶을 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오랫동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343쪽 

[냄새들]의 마지막에서 롤랑 바르트는 이렇게 절망적으로, 희극적으로 고백한다. 나는 냄새들을 미치도록 회상한다. 결국 나이가 든 것이다. - 346쪽


꽤 비싼 빨간 색연필로 파란색 표지의 예쁜 책에 밑줄을 그엇다. 

욕망이 어찌나 세세해 지고, 얼마나 많은 순간 추억과 상실감에 허덕이는지, 

절로 나이들었다는 서글픈 감정이 되고 만다. 

헉, 쓰고 보니 자기연민까지 이게 다 일요일 밤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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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06-22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들었다는 서글픈 감정을 지니고 앞으로 60년을 더 살게 되겠군요.

무해한모리군 2011-06-22 17:10   좋아요 0 | URL
그렇게나 오래 살 수 있을까요? ^^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제가 요즘 권태로운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6-22 21:04   좋아요 0 | URL
고고씽 님도...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지금의 20대,30대는 평균수명이 90이 넘을 거라고 신문방송마다 떠드는데요.고령화 사회 대재앙 등등 하면서...

무해한모리군 2011-06-23 08:42   좋아요 0 | URL
요즘 제가 제일 고심하는게 여든까지 빈곤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거예요.. 좀 우습죠.. 혼자 힘으로는 될 일이 아니다로 결론이 나고 있어요. 노인연대라도 하나 꾸릴까봐요!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노인에게 무상급식 무상의료를~을 모토로 ㅋㄷㅋㄷ

노이에자이트 2011-06-2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젊은이들이 노인이 되면 그때 경제활동인구(지금의 어린이 청소년)들은 노인부양으로 등골이 휠 정도로 세금부담이 늘어난다고 해요.

무해한모리군 2011-06-24 19:13   좋아요 0 | URL
그래도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이 되어야 좀 여유가 생길거 같아요.
아이를 가지면 제 일은 사실상 계속 하기가 어려워서, 저의 자녀계획은 한없이 늘어지고 있거든요...

노이에자이트 2011-06-26 10:16   좋아요 0 | URL
그런 고민에 대해 고고씽 님 또래의 미혼여성들과 이야기해본 적이 있나요? 아무래도 미혼여성들은 임신 출산에 대한 고민을 실감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남자들끼리는 미혼과 기혼이 만나 이야기 해도 다른 화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무해한모리군 2011-06-27 09:32   좋아요 0 | URL
무척 많이 해요. 이제 다들 나이가 있으니까.
더 늦으면 출산을 못하지 않아? 라는 농담을 할 정도니까요.
저처럼 경제적 문제로 아이갖기를 주저하는 친구가 몇 되고, 경제적 문제로 결혼을 안하는 친구도 몇 되고 그래요. 서글프죠.
우리 부모세대의 노년의 어려움을 모두 보고 있어서, 우리도 그 두려움에 너무 쫓기듯 사는구나 싶어서.

노이에자이트 2011-06-2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고씽 님 정도 나이라면 미혼녀들이 그럴 수 있겠지만 더 나이들면 그런 이야기도 안 할 거에요.제가 며칠전 쓴 페이퍼 보셨죠? 여성들은 남자와 달리 생식능력이 조기에 끝나기 때문에 남자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글이었는데...안 봤으면 한 번 와서 읽어보시고 의견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연금이 나오기 때문에 편해요.부모님은 부모님(내겐 조부모님)이 가난해서 경제적으로 보조하느라 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갔죠.부모님이 노후대비를 해놓으니 정말 자식으로선 편하더라고요.

무해한모리군 2011-06-27 17:40   좋아요 0 | URL
오죽하면 신랑 능력보다 더 중요한게 시부모님 노후준비 여부라는 말까지 나오겠어요... 참 살기 팍팍한 세상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6-27 23:2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나를 낳아준 부모님이야 봉양할 수 있다고 하지만 배우자 부모님이 가난해서 그리로 돈이 많이 지출되면 그것도 괴롭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