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배경을 가진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결말을 알고 있다. 보스턴 경찰파업을 그린 이 소설의 결말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역사소설을 읽는 것은 결과가 결코 그곳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진 않기 때문이다. 1918~1919년 사이 미국 보스턴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실재로 어떤 일이 일어났던걸까?

코르낼리우스 삼촌이 언젠가 한 말이 있다. '기술이란 노동을 사랑할 때 일어나는 기적을 뜻하는 죽이는 단어란다.' 

- 1권 430쪽 

한 사람안에 얼마나 많은 모순적인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이 소설은 잘 보여준다. 흑인 루터는 인종차별에 반대하지만 미국인으로서 이주민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물론 다수의 백인은 그를 미국인 아니 사람으로도 바주지 않지만 말이다. 경찰 대니는 경찰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기위해 경우회 활동에 열심이지만, 빨갱이 집단에 위장잠입도 하고 노동자 파업을 진압하러도 다닌다. 거기다 아무리 쿨한척 해도 사랑하는 여자의 과거도 좀처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아무리 잘난척해봐야 우리는 그 시대 통념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고, 내 부모에게 배운 금기란 깨기 어려운 법이다.

"첫 번째 가족은 피로 맺은 가족이니, 당연히 늘 진실해야겠지. 그건 중요하단다. 하지만 또 하나의 가족은 세상에 나가 찾아내야 하는 거야. 이따금 우연히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그들 역시 첫번째 가족만큼이나 소중하단다. 어쩌면 더욱 소중할 수도 있고. 왜냐하면 널 찾을 필요도 없고 널 사랑할 필요도 없는데, 그러기로 결심한 사람들이니까 말이야." 

- 2권 249쪽 

이야기는 빠르게 술술 읽힌다. 좋은 집안 출신 순경 대니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급여와 형편없는 처우에 시달리는 노동자임을 자각한다. 그리고 마음이 가르키는 사랑을 깨닫는다.  

"여기 젊은 경관님께 개표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얼마나 많은 분이 이 지부를 받아들이고 전미 노동총연맹에 가입하는 데 찬성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겠죠? 자, 찬성에 표하신 분들, 그 자리에서 일어나주십시요." 

대니가 손에 든 투표용지를 내려다보다가 눈을 들었다. 1400개의 의자가 뒤로 밀리고 1400명의 경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맥카시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전미 노동총연맹의 식구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 2권 331쪽  

이 나라에서는 노조를 깨뜨리는 게 일입니다. 스토로 회장님. 우리가 어울리고 또 어울리지 말아야 할 상대를 골라주는 것도 그들이죠. 그들은 우리를 필요로 할 때면 가족을 들먹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필요로 할 때면 사업 얘기를 합니다. 저기 제 아내요? 제 친구? 제 자신? 우린 버림 받은 개들입니다. 만일 혼자였다면 다들 익사하고 말았을 겁니다. 하지만 함께 하면 힘이 되죠. 그 잘난 사람들이 그 간단한 진리를 이해하는데 얼마나 더 필요한 걸까요? 

- 2권 374~375쪽

그리고 경우회는 경찰노조가 된다. 수당도 없는 잔업과 턱없이 낮은 급여, 쥐떼가 지나다니는 숙소에도 불구하고 공공에 봉사한다는 긍지높은 사내들이 하나로 뭉치는 이 뭉클한 순간에서 더 이상 책장을 넘기기 싫어졌다. 이런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가 될 수는 없을까? 믿음은 끊없이 배반당해야 하는걸까? 

"노동조합은 전환점에 와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몇 가지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건 일부 대도시의 큰손들을 놀라게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큰손들도 머리가 좋아졌습니다. 그 자들은 언어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토론을 장악하고 있어요. 넌 볼셰비키. 넌 파괴분자. 주당 80시간이 맘에 안든다고? 그럼 넌 무정부주의자. 장애수당을 주장해? 그건 공산주의자들이나 하는 얘기 아냐?" 그가 창문을 향해 손짓을 해보였다. "침대에서 듣는 동화를 좋아하는 건 애들뿐만이 아닙니다. 커글린. 우리 모두 그래요. 단순하고 속편한 이야기를 좋아하죠. 그리고 지금 큰손들이 노동자들한테 들려주는 게 바로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그것도 훨씬 더 솔깃한 동화들이죠. (미소를 지으며) 어쩌면 우리한테 동화를 개작할 기회가 온 건지도 모르겠군요." 

- 2권 325쪽

보통 사람들은 평생 무언가를 향해 움직이고 삶을 축적해 나간다. 물론 백인들을 위한 일에 불과하겠으나 그래도 그건 동시에 자기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루터 역시 보통 사람의 삶에 속해 있는 한, 미래가 더 나아질 거라는 꿈을 위해 일하게 될 것이다. 결국 루터가 깨달은 건, 털사에 있을 때 그 진리를 깜빡 잊고 지냈으며, 그의 아버지는 그것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너무도 간단하고 명료하고 순수한 진리를 말이다.  

단순히 (언제, 어떻게, 어디로든) 움직여야 한다는 단세포적 욕망에 매몰된 탓에, 어떤 움직임이든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 

- 2권 360쪽 


그 때 파업에 나섰던 천명이 넘는 경관들은 모두 해고되었다. 백년이 지난 오늘날도 아내와 아이를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한 흑인 루터의 아이들은 약과 갱단, 미혼부모가 될 위협 속에 있다.  

국가와 사회가 제공해주는 신화는 더욱더 교묘해지고, 우리는 더욱더 모든 문제를 자신만의 것으로 안고 살아간다.   

그래도 그때도 지금도 진리는 너무나 수수하고 명확하다. 열심히 일하는데도 먹고 살수 없는 세상은 어디가 잘못된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죽으로 얌전히 있는다고 더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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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8-2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작성중

머큐리 2010-08-3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니스 루헤인이라니..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8-31 10:25   좋아요 0 | URL
아 나는 데니스 루헤인이 좋아요~

2010-09-02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