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뿌리
조세희 지음 / 열화당 / 1985년 9월
품절


그 역사가는 이렇게 썼다.

"러시아 황제는 만주에서 철병하며 코리아는 일본에게 맡겼다."-121쪽

그 결과 우리의 화려한 궁전과 교회, 거대한 공업도시가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 위기가 있을 때는 식민지 시장이 그 타격을 완화시켜 주거나 역전시켰다. 부의 늪 속에 빠져 있는 유럽은 자기 주민들에게만 인간적 지위를 보장해 주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 인간이 된다는 것은 식민주의의 공범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식민지 착취로 부터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127쪽

우리가 78년과 80년 수렁에 빠져 허위적거릴때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다른 나라는 역사상 처음으로 저희 빈곤층이 소수가 되었다고 기뻐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처럼 외채를 뒤집어쓰지도 않고, 또 우리땅 노동자들처럼 세계에서 제일 긴 노동시간을 기록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이루었다.-133쪽

최근에야 나는 사진이 갖는 기능 가운데서 내가 힘 빌어야 할 한가지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기본 과제 해결에 그렇게 열등할 수 없는 민족인 우리가 버려두고 돌보지 않는 것, 학대하는 것, 막 두드려버리는 것, 그리고 어쩌다 지난 시절의 불행이 떠올라 몸서리치며 생각도 하기 싫어하는 것들을 다시 우리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즉 재소유시키는 기능이었다.-136쪽

찰스 버어치라는 생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공장에서의 생활이 비인간적이라면 개조되어야 할 것은 공장이다. 인간의 구제에는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의 구제가 포함된다."-245쪽

야스퍼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다운 인간들 사이에는 연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개인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잘못된 일과 불의, 특히 그 앞에서 또는 그가 알고 있는 가운데 저질러지는 범죄 행위들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들을 저지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그때 나는 그것들에 대한 책임을 같이 나누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남의 말이다.
우리는 80년대에 또 어떤 진행을 맞게 될까? 당신은 아는가?-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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