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먹는 만화를 읽어오기는 했는데,
마음에 딱 드는 녀석이 없어서 미뤄두다,
최근에 읽은 네 권은 나름에 매력이 있어 정리해 둔다.
카페일상은 아주 사랑스러운 고양이 두마리가 있는 카페이야기다.
이 카페의 무뚝뚝한 주인장은 커피와 케이크를 만드는 솜씨만은 일품이다.
실제 작가의 동생이 모델이라 그런지 카페를 차리고, 손님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는 모습과 어느날 문득 시작된 고양이와의 동거이야기가 담백하게 잘 그려졌다. 요즘 부쩍 고양이를 다룬 만화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아마 만화가들이 고양이와 동거를 많이 하기도 하고, 애묘인이 국내에서 늘어난 탓이리라. 애묘인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만화다.
바텐더는 다양한 칵테일의 유래를 소개하고, 바텐더라는 직업 세계를 그리고 있다.
특히 14권에서는 써비스직의 '손님은 신이다'라는 명제에 대해 손님을 신으로 본다는 것은 손님을 돈으로만 본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진정한 서비스는 손님을 같은 인간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란다.
너무 과한 친절(마트에 구십도 인사처럼)은 늘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데, 더군다나 감정노동에 대해 전통적으로 저평가 되고 있으니, 종사자분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만화 특유의 장인정신을 잘 그리고 있고, 술에 대한 정보도 풍부하다. 단점은.. 보고 나면 바에가서 술한잔이 하고 싶다는 것!
카페드림의 작가의 신작인 치즈의 시간 역시 프랑스에서 성장해 치즈 장인이 된 일본 여성이 본국으로 귀국해 치즈가게를 열고, 조부모를 찾아나서는 것이 큰 줄거리다.
물론 치즈장인인 여성은 절세미녀고, 그녀를 따라다니는 조금 헐렁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유머러스한 남자가 나오는 점도 전형적이다.
몇 종류의 치즈에 대한 정보는 물론 간단한 조리법도 제시해 주고있다. 소재를 제외하고는 아주 전형적인 일본 음식 만화의 틀이라, 이제 이야기의 시작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괜찮은 작품일지 가늠할 수 있을 듯.
정직하게 이 만화를 사게 된 것은 순전히 표지에 매실장아찌가 가운데 박혀있고, 계란말이, 죽순, 연어등이 담긴 도시락 사진 때문이었다. 소재도 맛있는 단란이라지 않는가! 나는 단촐한 집밥을 다룬 만화에 늘 시선이 간다. (저 위의 술이며 치즈 만화를 잔뜩 올려놓은 걸 그새 잊고 --;;)
이 책의 주인공 농업대학의 강사인 현미선생은 젊은 남자가 무슨 까닭인지 우리로 치자면 짠지도 척척 담글줄 알고, 학교 앞 공터가 흙이 좋다며 텃밭을 일구는 두툼한 농군의 손을 가진 엉뚱한 사내다.
가족이 함께 먹는 밥상, 신선한 재료를 껍질채 먹는 것, 귀한 음식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음식의 소중함을 다룬 소박한 만화다.
이 만화들을 내가 컵라면 작은 사이즈로 어제 점심을 떼우면서 읽고, 페스트푸드점 감자튀김과 함께 먹지 않았다면 더 풍미가 살았을텐데.. 현미 선생에 따르면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공식(한정된 음식을 함께 모여 나눠먹음, 동물도 늑대 같은 건 그러던데 --;;)하며 이슬람 속담을 인용해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은 혼자 질식하게 된다'고 한다. 자 나도 주말에 만화책 붙들고 먹는 얘기 그만 보고 밥 같이 먹을 사람을 찾아서 슬슬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