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나 술을 거대 미디어를 통해 광고하는 한편, 대마초를 금지해서 연간 많은 인간을 범죄자로 만든다. 옛날 유럽에서는 커피를 금지해서 위반자를 기요틴에 올린 녀석이 있었는데 그와 비슷한 난센스다. 뭐, 어느 시대라도 국가나 권력이 하는 짓은 엉터리다.
규제가 있건 없건 일본은 머지않아 술과 마약의 세례를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일본에서는 물건과 돈 대신에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중략)
교양이 없는 인간에게는 술을 마시는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교양이란 학력이 아니라 '혼자서 시간을 죽이는 기술'이기도 하다.
요인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나머지는 일본인이 이 잔을 받아 다 마실지 어떨지다. 나는 마셨다. 마약을 택하지 않았던 까닭은 에틸알코올이 가장 손에 넣기 쉬운 합법 마약이다. 그것도 정신적 요소와 상관없이 일정 이상의 양을 복용하면 누구에게나 확실히 '듣는' 상당히 강렬한 마약이다.-108쪽
소설이나 만화에 나오는 알코올 중독은 술이 떨어져 괴로워 몸부림치면서,
"술, 술을 줘."
라고 절규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배가 고플 때 그때까지 잊고 있던 술의 존재가 떠올랐다. 혹은 이상하게 불안하고 초조할 때는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이런 때에 위스키를 한잔 마시면....'
바로 지우려 해도 그 생각은 일상의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밀었다. 참을 수 없이 마시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막연하게 여기서 한잔 마시면, 하는 것이다. 내 안에 그런 회로가 생긴 것 같다. 불안, 고통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마신다'는 회로에 접속된다.-1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