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의 미 '길상봉뎐'
알라딘 이벤트에 당첨된 이웃님께 곱사리 껴서 길상봉뎐을 보게 되었다. 우선 남산자락에 위치한 남산예술센터 공연장의 붉은 로비와 마당 형태의 공연장이 썩 마음에 들었다.
줄거리는 참 구태의연하다. 요약하자면 이런거다.
첫째는 "왕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가라앉게도 한다"는 사상을 조선조 신하들은 생각만 했고, 행하지는 않았다.
(증거로 조선왕조 오백년동안 물은 배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둘째는 정치란 참으로 냉혹한 것이라 핏줄도 의리도 없는 것이며, 주로 옳고 그름도 없다.
셋째로 난세가 민중의 염원이 화한 영웅(길상봉)을 만드니, 베어 죽이고 죽여도 다시 나타난다.
(다시 나타는 나나 정치권이 그 사람들을 보고 딱히 각성하는 것 같지는 않다)
마당극이나 뮤지컬 보면서 줄거리에 집중하면 촌스럽다는 얘기 듣는다.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자.
이 공연의 첫번째 묘미는 현대춤과 전통춤의 절묘한 조화가 아니었나 싶다. 전통춤의 장단을 가져오데, 춤의 기본은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지긋이 박을 누르고 호흡의 완급을 두기 보다는 높은 도약과 직선적인 춤사위가 그것을 말한다.
두번째는 백색 누더기 차림으로 일인 수십명의 배역을 소화해된 8명(정확치않다)의 무용수다. 정권의 의해 죽임당한 모든 이들을 표현했다. 아사한 백성도, 사화에 참수당하는 정치인들도 표현한다. 개인을 나타날때는 탈바가지와 관복등 소품을 활용했으며, 백성의 고통과 죽임은 집단무로 표현되어 진다.
집단무와 배경으로 활용된 장구와 북장단에 맞춘 우리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어른도 때로 동화의 세계가 그립다 '시간극장'
가끔 어떤 것을 보다보면 '아 내가 열살쯤 이런걸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 같은 생각을 하게 될때가 있다. 이 생애처음 본 인형극이 그랬다. 큰지막한 시계가 달린 나무무대도 아름다웠고, 마리오네트(줄메달아 움직이는 인형)는 내 보기엔 표정을 가진듯 섬세하게 움직인다. 사라지는 극장의 마지막 밤에 한 노인이 보는 환상이 줄거리다. 몽환적 분위기의 소소한 유머에 웃음이 번진다. 마지막 종이비가 흩날리고, 펑하고 연기속으로 무대가 사라진 뒤 무대를 가득 채운 별이 특히 환상적이다.
익숙한 이야기들을 매번 다른 형식으로 만나지만 언제나 질리지 않는 즐거움을 준다. 그것이 동화의 힘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