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히 재미있었다거나 좋았던 책이 아니라서 리뷰가 아닌 페이퍼에 그냥 밑줄긋기 형식으로 남겨둔다. 

이 책은 육체적 섭생과 정신적 음식 사이의 유사성을 주제로 삼고 있다. (아래 49~50쪽을 인용해 둔 것 참조) 예술, 신학, 문학, 철학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요리를 비유로한 다양한 철학 이야기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책은 왠지 철학책 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것은 저자 스스로가 철학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바꾸는' 시각을 제시하기보다는 그저 이렇게 비슷한 점이 많았다며 쭉 나열해 놓았기 때문이다. 다 읽은 지금까지도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가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철학자들의 식습관과 그들의 사상 사이의 차이점과 유사성이라던가, 용어들의(죄악과 악덕 등) 차이점과 유사성등의 약간의 부스러기 정보를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가 있기는 했다. 

그나저나 저자에 따르면 나의 책읽기야 말로 다소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입에 잔뜩 물고 삼키지를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쩝..  

어쩌면 좋으냐 먹는 것도 읽는 것도 이리 탐욕스러우니..

지식과 음식  

책들, 그중에서도 철학 서적들이 어렵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섭취하는 사람은 구름 속에서 살게 된다."(p32) 

말은 요리고 인식은 음식이다. 아는 것은 먹는 것이고 글쓰기는 부엌이다. 음식으로서 독서 및 문학과 관련된 자료 수집은 프랑스의 에세이스트 롤랑 바르트와 브라질의 심리 분석가 루벤 A. 알베르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끝내고자 한다. (P32)

자연과 문화  

웅변가와 요리사는 영혼과 구강에 즐거움을 제공하여 기분 좋게 만드는 것 이외에는 더이상 아무 능력도 없는 반면에 정치가와 의사는 영혼과 육체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중략) 

플라톤에 의하면 웅변가의 수다스럽고 장황한 언변은 식사할 때의 무절제함과 연관되어 있다. 실제로 말의 쾌감과 식사의 쾌감은 죄가 일어나는 절대적인 장소인 입 속에서 이루어진다. 요리기술에 의해 조장된 음식에 대한 탐닉은 웅변 기술에 의해 세련된 말에 대한 탐닉에 상응한다. 

(P46~47) 

내 이야기의 핵심은 나중에 살펴보게 되겠지만 프로이트가 심혈을 기울리고 그 제자들에 의해 온갖 방향으로 전파된 분야인 구강과 섹스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데 있지 않다. 내 이야기의 핵심은 오히려 소화와 에로틱, 구강과 섹스 사이의 유사관계를 통하여 음식과 말을 담는 용기로서 육체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확인하는 데 있다. 입, 인두, 후두, 식도를 통하여 말은 육체와 정신의 용기 속으로 삼켜지고 소화되어 흡수된다. (P49~50)

말의 부엌에 관한 이론과 실제  

알베스는 요리가 날것에 불의 마술을 부려 음식으로 변신시키는 연금술의 행위라고 설명한다. 연금술처럼 요리 기술은 자연이 분리시켜 놓은 것을 짜맞추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 요리 기술은 재료들을 잘게 썰고 으깨고 빻는, 간단히 말해서 자르는 행위를 통하여 자연 상태와는 전혀 다른 인간적이고 문화적으로 잘 정돈된 형태로 새로이 합성한다. (P57~58)

철학적 부엌 

철학적 음식  

고독한 헤라클레이토스의 맞은편 배경의 산에서는 곰 한마리가 자신의 왼쪽 앞발을 뜯어먹고 있다. 발바닥으로 걷는 동물의 이러한 형상으로 구체화되어 표현된 것은 바로 철학이다. 철학은 자체적으로 먹고 산다. 철학은 예술과 학문 등 외부로부터의 음식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자족한다. (P98)

철학자들의 식욕  

철학은 쾌락의 원칙이 아니라 먹는 사람의 입맛을 바꾸어놓는 음식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따른다. 

오늘날 철학을 가르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입맛에 맞아서가 아니라 그의 입맛을 바꾸어 놓기 위해 음식을 제공한다. (중략)

자신이 종이에 옮기는 생각은 오랫동안 자루 속에서 묵혀둔 사과와 같다는 글을 쓰게 된다. 많은 경우에 먹을 수 있을 만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P135,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부분)

철학적 음식과 음료  

실제로 아우구스티누스의 글에 따르면 기억은 "위장 속으로 들어가는" 음식과 같으며, 회상속으로 기억은 원래의 맛을 잃고 때로는 원래의 감정과 배치되기도 하는 희미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중략)이와반대로 키르케고르는 수분이 증발하면서 진한 맛과 향기를 내는 포도주의 형상을 통해 감정은 기억 속에서 증류 과정을 거치면서 더 강렬하고 생생해진다고 말하려는 듯이 보인다. (P156)

음식에 대한 탐닉과 말에 대한 탐닉 혹은 무절제의 죄악 

육체가 무절제에 빠지게 되면 마음은 근거 없는 쾌활함에 사로잡힌다.(P176) 

말은 죄악으로부터 자유로운 차원에서 입 밖으로 나온다. 입의 안전한 어둠 속에서 형성되어 먼저 조리되고 요리된 다음 삼켜져 소화된 지혜의 말은 세상에 전파되어야 할 철학적 소식처럼 지혜의 가름침 형태로 나타난다.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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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10-04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식이 이리 심오했단 말이지요..

무해한모리군 2009-10-04 23:48   좋아요 0 | URL
참 재미없고 단순한 책이었어요.. so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