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엔 자주 시집을 뽑아든다.
시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오직 한손에 잡힌다는 실용적인 이유로..
전날 속이 좋지 않아 거의 굶다싶이 한 빈 속에
와인 한병을 쏟아부은 뒤에 따라온 아침,
꽉 끼는 전철은 이내 시집한권 들고 있을 공간도 사라진다.
'전날 벗어 놓은 바지를 바라보듯 생에 대한 미련이 없다'
는 이 시집은 출근길 고행이 내게 일깨워주는 삶의 남루함과 어찌이리 잘 어울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