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오브 더 북
제럴딘 브룩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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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이런 글은 너무나 무미건조하다. 빈의 프랑스 남자 마르텔이 쓴 보고서처럼 기술적이다. 책이 몇 절이나 되는지, 한 절당 종이는 몇 장이며, 제본 상태나 바느질 구멍의 개수 같은 내용만 그득한 것이다. 난 이 글은 좀 다르길 바랐다. 그 책을 거쳐간 사람들의 느낌, 그 책을 만들고 사용하고 보호한 수많은 손들의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 글이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심지어 긴장감 가득한 이야기가 되었으면 했다. 그래서 기술적 문제에 관한 논의 사이에 양념 노릇을 할 역사적 배경 부분을 썼다 고쳤다 했다. 나는 다양한 종교의 공존, 여름밤에 아름다운 기하학적 정원에서 열리는 시 낭송회, 아랍어를 쓰는 유대인이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 이웃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필사자나 채식사의 이야기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 기술의 세부사항을, 중세 제본소가 어떠했는지를, 그런 기능공들이 어떤 사회적 환경에 처해 있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그 느낌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그러고는 종교재판과 추방이라는 극적이고 끔찍한 반전과 관련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자 했다. 나는 화재와 난파와 공포심을 전달하고 싶었다. 

(P348~349)

이 책이 추구하는 바가 이 구절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People of the Book 책을 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다.

자유와 고향. 유대인이 그토록 원했고, 그들의 신이 모세의 지팡이를 통해 전해준 두 가지. 

(P414)

종교와 전쟁 속에서 책과 함께 한 사람들의 생사고락.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책의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작아지고, 그 다양함으로 인해 작은 책은 특별하고 아름다워졌다. 

'내가 하는 일이 바로 나. 그걸 위해 왔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안토니오 네그리가 말했듯이 우리가 다르게 남아있으면서도 서로 소통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공통성을 발견해 가는 것, 모든 차이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표현될 수 있는 개방적이면서도 확장적인 네트워크, 우리가 공동으로 일하고 공동으로 살 수 있는 마주침의 수단들을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의 색채를 더욱 아름답게 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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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re 2009-07-05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하는 일이 바로 나. 그걸 위해 왔네'

음 . 그렇게 생각해요 _

무해한모리군 2009-07-05 23:52   좋아요 0 | URL
제라드 맨리 홉킨스라는 사람의 시의 일부래요.

이 책에서는 사랑 고백에 사용되요..

'내가 하는 일이 바로 나. 그걸 위해 왔네.
세라, 당신은 내 운명이오. 내가 하러 온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오.'

라는 메모를 자신이 그린 그림과 함께 보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