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학동창을 만났다. 그녀석이 오물오물 뭔가 먹는 모습이나 말할 때의 신중한 제스쳐를 나는 동경했었다. 시끄럽고 분답스러운 나와는 달리 녀석에게는 늘 여자가 느껴진다. 결혼 4년차가 된 지금, 4년만에 만나보니 한층 더 사랑스러워졌다. 물론 별로 말재주가 없는 나는 물그럼히 바라만 보고 있다 헤어졌다.
고뇌의 원근법 후기를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좀 미뤄둔다. 서평도 쓰려면 글재주가 원체 없는 나는 꼬박 1~2시간은 필요한데 피곤할때 쓰면 아무래도 글도 횡설수설한다. 언제쯤 쓸 수 있을까? 이번주는 이사람 저사람과 약속이 많다.. 주말에는 지리산을 가야하고.. 목요일쯤? 노력해보자.. 흠..
강변대화를 뽑아들었다. 이 책이 고뇌의 원근법 다음으로 뽑힌 이유는 가볍고 부피가 작아서 들고다니기 쉽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보니 이런거에 연연하게 된다) 별 기대없이 몇 장을 읽었는데, 오호 이 책 제법이다.
특히 중국인 과학자, 역시 그 거대한 인구에서 단 200여명 밖에 없다는 중앙위원 출신이라 그런가 명석함과 통찰력이 느껴진다. 성경을 뉴턴의 3원칙 처럼 4원칙으로 정리해버리는 그 과학자 다운 간결함도 인상적이다. 사회주의자 무신론자 중국인 이라는 세 키워드 중에 중국인이라는 것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중국 철학을 신학자와의 대담에서 가장 날카로운 촉으로 날린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과학자도 이런 철학적 깊이를 가진단 말인가? 두렵다. 부럽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드는 걱정도 뜬금없이 교육이다.. 이렇게 아이들을 자라게 해서는 저런 지도자 이백명을 우리는 기를 수 없다라는 안타까움. 서경식 선생 말대로 '한국은 그저 예쁜 예술'말고 현실에 붙박고 미래를 위해 같이 싸워줄 그런 예술가를 만들 수 없겠다라는 안타까움. 무슨 책을 읽어도 마음만 답답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