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재미있게 본 영화다.
그닥 잔혹하지는 않으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볼 만하다.
이 영화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미래'와 '심장'을 가진 자가 인간이라는 나름대로의 결론도 던지고 있다.
나에게는 무척 중요한 주제이기는 하나
사실 이 영화에서 이 중요한 문제가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나는 오히려 다른 문제가 커다랐게 다가왔다.
존 코너가 방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T-600과 싸우게 됐을 때 대처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말한다.
'이 방송을 듣고 있는 당신은 저항군이다.'
'나는 존 코너다.' 

이 방송과 '민중의 소리'나 '오마이 뉴스' 혹은 '프레시안'과 오버랩된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만든다.
적어도 이 방송은
'민중의 소리'나 '오마이 뉴스' 혹은 '프레시안'이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 

이 방송은 혁명(저항)의 지도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한다.
이 방송을 듣는 대상자가 누군인지도 명확히 한다.
이 방송을 듣는 이는 무차별 대중이 아니라 저항군인 것이다.
이 방송의 내용도 명확하다. 기계들이 얼마나 잔혹한지 선전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어떻게 하면 기계와 싸워 이길 수 있는지 이야기 한다. 

이 차이를 느끼며 존 코너란 인물을 바라보았다.
존 코너는 저항군의 지도자이다. 상징적 지도자이다.
저항군 내에서 그의 계급이 높아서가 아니라
계급과는 무관하게 사람들이 그를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왜 저항군은 존 코너를 상징적인 지도자로 믿고 따를까?
실제 지도자들의 명령이 아니라 존 코너의 명령을 따를까? 

영화에서는 아주 명쾌하게 그 답을 말해준다.
카알리스를 구출하러 가려는 마커스에게 여성 비행사는 말한다.
존 코너와 상의해 보자. 존 코너는 기계들과 싸우는데서 최고의 전문가이며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바로 이거다.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민중은 믿고 따른다.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당위를 외치는 지도자가 아니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지도자를 민중은 자신의 지도자로 믿고 따른다. 

존 코너는 우연히 기계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아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니다.
그는 태어나기 전부터 목숨을 걸고 기계와 싸워왔고 살아남았다.
이 경험만으로도 존 코너는 지도자가 되기에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존 코너는 이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전투가 끝나고 휴식을 할 때마다 사라코너가 남긴 테이프를 들으며
기계들을 분석하고 분석한다.
기계들과 싸워 이기기 위해 쉬는 시간까지 활용해서 연구한다.
바로 이것이 존 코너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그리고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기에 저항군의 마음 속 지도자가 된 것은 아닐까? 

이 방송을 존 코너의 입장에 아니라 카알리스의 입장에서 바라봐도 의미가 있다. 
카일리스는 저항군이 아니다.
빨간 표찰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또한 기계들에 맞서 싸운다.
이 모습은 1999년 오종렬 의장님께서 말씀하셨던 민족간부를 떠올리게 한다. 

1. 선이 없어도 혁명가의 지조를 지켜야 한다.
카알리스는 저항군과 아무런 연계가 없었지만 저항군의 지조를 지켰다.

2. 끝없이 조직해야 한다.
카알리스는 혼자였지만 어디서든 기계와 맞서 싸우자고 인간들을 선동했다.
그리고 잡혀갔을 때조차 살아남아야 한다고 선동했으며 계속해서 기회를 집요하게 노렸다.

3. 돌아왔을 때 아낌없이 바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카알리스가 존코너를 만났을 때
카알리스는 자신의 모든 투쟁을 존 코너에게 바쳤다. 그리고 그의 지도를 따랐다. 

이명박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존 코너의 방송을 듣는다.
그리고 이명박에 저항하는 카알리스가 되서
흔들리지 않는 저항을 만들어가야겠다. 

<출처 : http://lifelog.blog.naver.com/suoangel1970/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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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시 어찌하면 운동을 잘할까만 고민하는 선배가 영화를 보고도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이 시대 활동가로서의 고민이 와 닿는다. 

미래가 아니라 지금 싸우고 있고, 저항군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 절박함이 느껴진다. 

또 미래와 심장을 잊지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알라디너들과 나누고 싶어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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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6-02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스는 사람들에게 배를 만들라고 지시를 하고 리더는 저 바다로 나가면 무엇을 볼 수 있다. 혹은 얻을 수 있다 라는 비전을 제시하여 사람들이 스스로 배를 만들게 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리뷰네요. 잘 읽었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6-02 07:36   좋아요 0 | URL
선배랑 노무현이 줄 수 있고 우리가 줄 수 없던게 뭔지 가끔 얘기합니다. 우린 왜 꿈꾸게 할 수 없고, 신명나게 할 수 없었을까 하는 ^^ 아직은 잘 정리가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