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죽다 Medusa Collection 10
찰리 휴스턴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나의 이상형은 아주 어려서 부터 강동희, 현주엽, 김동주로 이어져 왔다.
이들의 공통점.. 음.. 다소 듬직한 곰돌이과?
어쨌든 이건 다 레이먼드 챈들러 때문이다. 

주정뱅이, 마약쟁이, 깡패, 총칼 어찌보면 죽음 앞에서도 냉소적이기 그지 없는,
그러나 여자와 어린아이들 앞에 부드럽다 못해 쩔쩔매는 필립말로류의 사내 케릭터가
어쩌다 내 마음에 들어와 버렸냐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불우한 가정 환경에 일찍 부터 거리로 뛰어나와 거친 삶을 살다,
어쩌다 보니 뱀파이어가 되었는데,
그나마 뱀파이어 조직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이 조직 저조직에서
조금씩 의뢰해 오는 일을 맡는 떠돌이 해결사로 살아가고 있다.
담배와 위스키를 입에 달고 사는 그닥 열심히 사는 것도,
그렇다고 목숨을 끊을 열정도 없는 냉소적인 190에 90킬로쯤 되는 사내. 

이 책의 매력은 뱀파이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뱀파이어를 에이즈처럼 하나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본다.
강자이기 보다는 하나의 핸디캡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뭐 원해서 뱀파이어가 된 건 아니지만,
원해서 지금의 나가 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우리는 지금의 나와 함께 남은 인생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이 책은 총 5부작이고, 현재 미국판은 4부작까지 나왔고,
우리나라엔 시리즈의 처음인 이 책이 이제야 번역되어 나왔다. 

시리즈의 시작인 만큼 앞으로 여러 사건의 배경이 될
뱀파이어 사회와 여러 주요 케릭터들도 세밀하게 묘사된다. 

뱀파이어 바이러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 조직간에 큰 차이가 있다.
어떤 조직은 '뱀파이어 바이러스 피해자'인 자신들이 일반인과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혁명을 꿈꾸기도 하고, 또 어떤 조직은 적극적이지만 비밀리에 일반인들의 이권사업에 개입하면서 조직원들의 피를 공급받고, 세력을 키우는데 골몰한다. 또 어떤 조직은 뱀파이어 바이러스를 자기 각성(한계를 뛰어넘는 것)의 매개로 보고 수양을 하기도 한다. 

다른 한쪽 배경인 미국의 맨허튼의 노숙자, 마약쟁이, 창녀들의 바닥사회와
여피, 부자, 권력자들의 업타운도 묘사해 나간다. 

이 책은 말그대로 하드보일드 하다.
첫 열장부터 남의 머리를 깨고 뇌를 파먹는 장면이 나오고,
온갖 살육이 난무한다. 

그러나
좀비보균자와 집나간 부잣집 아가씨를 추적하는 과정의 스토리의 탄탄함과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매력만으로도 꽤나 멋진 소설이다. 

작가는 레이먼드 챈들러를 의식하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런 만큼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애호가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다음편이 어서 번역되어 나오기를, 그리고 시리즈가 중단없이 출간되기를 바란다.
시리즈의 닻이 올랐다. 어서 올라타시라. 

<책 속의 몇 구절>

p339~340
내 삶을 들여다본다. 부족한 것이 많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이다. 매일 조금씩 벼랑 끝으로 다가가는 느낌이다. 언젠가는 발밑의 땅이 꺼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상관없다.
내 인생이라고 남들과 달라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필립 말로. 저자가 집필시에 염두에 두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간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알콜중독 탐정 필립말로의 사건해결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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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9-05-2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 말로'라는 이름 때문에 왠지 웃음이 나와서 말입니다.^^
제가 새벽에 쓴 리뷰, 책 속의 주인공도 필립 말로의 골수팬이거든요.(웃음)
우연치고는 '하드보일드'라는 단어가 공통되는 것도 재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