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도서관 여행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에 나는 대체로 동의한다. 

첫째, 도서관은 시설, 자료 만큼 사서도 중요하다.
이 책은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좋은 작품을 고르고, 미술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한눈에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을 배치하고, 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러저러한 교육이나 자료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것처럼 도서관에도 바로 그런 역할을 해 줄 사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이 도서관담당교사들인 만큼 사서 중에서도 학교에서 어린이들의 수준과 요구에 맞게 도서학습이 가능하도록 도서관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할 주체로서 전문적인 사서교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도서관은 걸어서 10분 거리안에 위치해야 한다.
서초구의 두배쯤 되는 파리에는 60개나 되는 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구당 겨우 한두개인 우리의 현실과 크게 차이가 난다. 더군다나 대다수 직장인이 도서관이 문여는 시간에 퇴근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보면 점심시간에 잠깐 나가 도서를 빌릴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또 이 정도 규모라야 마을단위 특성에 맞게 도서관을 특화하고, 주민들의 요구에 맞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 공공지식의 장으로서의 도서관의 역할은 중요하다.
프랑스의 도서관 중 이주민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이주민을 위해 프랑스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어학책과 다양한 언어로 된 읽을 거리를 배치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독일의 도서관에서는 노숙자도 강의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음은 물론 프랑스, 독일 공히 외국인, 노숙자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영국에 살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나 노인분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책을 집으로 대여해 가져다 주는 것이나, 읽기가 부족한 어린이들을 위해 노인분들이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었다. 세대간 계층간의 간격을 마을 도서관에서의 지식의 교류로 줄일 수 있는 희망을 나는 그곳에서 보았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도 있었다. 

하나는 기행문으로서 이 책은 참 매력이 없다. 8개월을 함께 준비해 떠난 십여일의 여행, 그래서 인지 모든 답을 정해놓고 확인하러 간 사람들 같다. 그리고 즐기기보단 참 숨가쁜 일정의 힘겨움이 느껴진다. 

둘은 개개의 도서관에 대한 짧막한 설명과 지도를 기행문 앞에 배치했으면 좋았을 듯 하다. 도대체 도서관의 위치는 어디인지, 규모와 장서는 얼만큼인지 정도는 소제목 밑에 배치해 두었으면 책의 활용도가 높았을듯 하다. 

마지막으로 나는 사서교사의 중요성에 동의하지만, 현재의 공교육 파탄과 사교육 만연의 책임이 교사에게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자기주도형 학습이 도서관 사서교사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제 머리로 생각하는 논술시험을 시행하자, 모범 논술 답안을 작성하는 사교육을 시키고, 논술에 잘 나오는 책을 요약해서 읽히는 형국이 아닌가. 학벌사회가 없어질 때, 대학 나오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도 먹고 살 만큼 정당하게 대우 받을 수 있을 때, 아니 기본적으로 누구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는 사회가 와야 우리 아이들이 책을 읽을 자유를, 내머리로 내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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