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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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른 이유는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목차에 있는 '왜 일해야 하나' '왜 살아야 하나' '결혼은 해도 될까' 같은  질문들이 나 역시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막스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를 소재로해 살아가면서 흔히 부딪히는 질문에 대해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도반으로, 선배로 응원의 편지를 보내왔다. 

나의 컴플렉스는 꽤나 진지한데다 심심한 놈이라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볍게 대답해야 할 대목에 진지하고 예민하게 대답해버리는 참 사교성이 떨어지는 인간이다. 그런 내게 강상중은 더 진지하라고, 끝까지 고민하라고 말한다. 

이 책의 목차를 보자.

나는 누구인지, 돈이 세계의 전부인지, 제대로 안다는 건 뭔지 등 도저히 고민해봐야 답도 없고 쓸데도 없을 거 같은 질문들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 누구나 한번쯤 심취해 보는 주제이기도 하다. 김상중은 현대사회의 높은 자살율과 우울증의 원인은 조각난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하지 않고 얼음의 표면만 지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로 부터 인정받지 않고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어떻게 자아중심성을 극복하고, 타자와 상호인정과 배려가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지 함께 고민한다. 

물론 이 책이 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삶에 대해 답없는 고민에 빠져있는 많은 진지한 청춘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책 속의 몇 구절>

p2

막스 베버는 서양 근대 문명의 근본원리를 '합리화'로 보고, 그것을 통해 인간 사회가 해체되고 개인이 등장해서 가치관과 지식의 모습이 분화해 가는 과정을 해명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나쓰메 소세키가 묘사한 세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문명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은 구원받기 힘든 고립의 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p32~33

자기와 타자를 각각 자아로 독립해 있는 것으로 보면 인간 사회는 각양각색의 '자아의 무리'가 되고 맙니다. 그리고 각각의 자아가 제멋대로 자기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상을 그리고 있다면 자기와 타자의 공존은 성립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와 타자를 연결하는 회로를 어떻게 만들어야 공통의 세계상을 형성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철학자들이 고민해야 하는 근본적인 주제가 된 것입니다.

(중략)

그 배경에는 근대과학과 합리주의의 급속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자아'라는 개념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가 종교, 전통과 관습, 문화, 지연과 혈연적 결합등엔 의해 자동적으로 사회 속에서 굳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학과 합리적 사고에 의해 사람들을 자동적으로 연결해 주던 것들이 '난센스'로 간주되면서 하나씩 떨어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p39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p43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타자와 마주하는 것. 거기에 어떤 돌파구가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자아의 고민의 밑바닥을 '진지하게' 계속 파고들어 가다 보면 그 끝이 있을 것이고 타자와 만날 수 있는 장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p69

톨스토이의 주제는 철저하게 '반(反)과학'입니다. 과학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며, 인간의 행위가 원래 품고 있던 소중한 의미를 하나씩 빼앗아 간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p85

나는 청춘이란 한 점 의혹도 없을 때까지 본질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거기에는 좌절과 비극의 씨앗이 뿌려져 있기도 합니다. 미숙하기 때문에 의문을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위험한 곳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이 청춘이라고 생각합니다. 

p87

본래 청춘은 타자와 미칠 듯이 관계성을 추구하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p117

이것은 매우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사람이 '일을 한다'는 행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그것은 '사회 속에서 자기 존재를 인정받는다'는 것입니다.

(중략)

아무도 고용해 주지 않으면 사회 속에서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p118

나는 '사람은 왜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타자로부터의 배려' 그리고 '타자에 대한 배려'라고 말하겠습니다.  

p123

인간이라는 것은 '자기가 자기로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합니다. '자기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좋다'는 실감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p129

머리속에서 '이것이 사랑이다'라고 떠올릴 때는 왠지 아름답고 신성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랑을 성취하고 결혼과 같은 형태로 구체화되면 그 순간 사랑은 땅으로 추락하고 재산과 같은 것으로 변합니다. 쓰다 버린, 그래서 차갑고 딱딱해진 것처럼 변하고 맙니다. 

p138

그것은 사랑이 못브을 바꾸면서 서로 속에 존재하고 그렇게 싾인 것이 자기 인생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따라서 사랑이 성취되었는지 어떤지는 인생이 끝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입니다. 

p140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랑은 그때그때 상대의 물음에 응답하려는 의지입니다. 사랑의 모습은 변합니다. 행복해지는 것이 사랑의 목적이 아닙니다. 

p151

자아를 보존해 가기 위해서는 역시 타자와의 관계가 필요합니다. 상호 인정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상호 인정이 없으면 자아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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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5-2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으로 컴백 하셨나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4 20:08   좋아요 0 | URL
했소~~ 이제사 집에 왔답니다.